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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 호’와 함께 작은 유토피아를 꿈꾸며…
미술
마감
2005-02-16 ~ 200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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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전은선 사진전-산타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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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소 : 갤러리 라메르 3층 (제2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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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 02-730-5454
☞ URL : http://www.galleryLAMER.com
콜롬버스는 그 옛날 ‘산타마리아 호’를 타고 신대륙, 자신의 신념을 확인 시켜줄 유토피아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결국 지동설을 입증하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이렇듯 배는 단순한 사물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찾아 나서는 모험이자, 세계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21세기의 배는 산 위에 있다.
그럴듯한 분위기를 찾아 안주하여 정박한 우리의 배는 더 이상의 항해도 모험도 하지 않는다.
이미 유토피아를 찾은 듯, 산 혹은 한적한 시골 강가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전은선은 자신의 렌즈로 이런 21세기의 배를, 모험을 바라본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궤적을 따른 문명화와 발전이 ‘산으로 올라간 배’처럼 원래의 용도를 변형시키는 모습을 담아낸다.오는 2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라메르 3층 제2전시실에서 이런 전은선 작가의 사진 작품들이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갤러리 라메르에서 매년 젊고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선정, 지원하는 ‘갤러리 라메르 신진작가 지원전’으로 진행된다.
어느 날 우연히 눈에 들어온 배를 찾아 전국을 다니다 보니 이외로 그 배들은 남한 전역에 산재해 있었다.
한결같이 지표에 붙어있는 배들은 뱃머리를 먼 물가 쪽으로 갖다 대거나 산이나 들에 정박해있다.
21세기 한국에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 앉아있다.
기이하고 어색하고 희한한 풍경이다. 그런가 하면 도심 한 복판에, 주택가에도 커다란 범선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배들에게 더 이상의 항해, 모험은 없고 다만 배를 흉내 낸 인테리어로 위장되어 있을 뿐이다.
경춘가도를 달리다 만나는 산타마리아 호란 레스토랑의 외관은 500년 전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당시의 기선인 산타마리아 호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받는다. 보는 이들은 정교하고 웅장한 그 외관에 우선적으로 압도당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개가 배에 몸을 맡기면 정말 잘 왔다는 만족감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항해를 하게 된다”(선전문구)
이곳은 먹고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를 아우르는 이른바 문화공간이 되었다.
그러니까 자본주의의 궤적을 따른 문명화와 발전은 배의 원래의 용도를 변형시킨 셈이다.
이제 사람들은 밥이나 술을 먹기 위해서 이왕이면 시각적인 공간연출, 특정한 상황으로 꾸며진 가상공간에 가고 싶어 한다.
가짜이고 모조이며 환영에 불과할지언정 잠시나마 그 공간에서 낭만에 잠기고자 한다. 이 욕망은 현실로부터의 부단한 이탈과 가짜가 실체를 끊임없이 대체하는 동시대 문화의 전형적인 특징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이질적 공간은 우리에게 가벼운 유토피아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런 이질적 문명에 우리는 아주 쉽게 길들여져 가고 있다. ■ 글. 박영택(미술평론, 경기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