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상원의 근작 “나이트 스케이프”시리즈는 작가의 귀국 전, 주거지였던 샌프란시스코 야경을 담은 스트레이트 칼라 사진이다. 그것은 숭고한 자연 야경이나 불빛 찬란한 도심지 환락가의 야경과는 다른 고즈넉한 주택가의 야경으로, 작가는 가로등이나 실내 조명등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불빛을 사용하여 독특한 분위기의 나이트 스케이프를 연출하고 있다. 조명 빛을 팔레트 칼라로, 카메라 앵글을 붓으로 사용하여 그는 하늘을 군청색, 길거리를 자주빛, 나무를 붉은색, 나무 그림자를 하늘색, 현관을 연분홍, 층계를 연푸른 잉크색으로 물들이는 한편, 명암과 색조의 극단적 대비를 통해 초현실적 극적 효과를 일궈낸다. 순수 스트레이트 사진이면서 빛을 색으로 전환시키는 기술적, 조형적 유희를 통해 초현실적인 정령적 비스타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상원의 야경에는 등장 인물이 부재하거나 주민이 배제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사진의 정령적 초현실성이 더욱 강조된다. 작가는 인적없는 새벽을 촬영시간으로 채택하여 영화 세트장같은 인위적 무인지대를 연출한다. 도시의 주택가 풍경에서 주민을 배제시킴으로써 시공적 맥락을 도치 시키고 주택 또는 가정이라는 통상관념을 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진 속 주택들 역시 대부분 고립된 채 현관, 층계, 창문 벽, 뒤뜰 등 부분적 앵글로 처리되어 있어 훈훈한 인간적 정취 대신에 을씨년스러움, 적막함, 우울, 슬픔,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인적 없고 차가운 그의 나이트 스케이프는 그러나 고요함보다는 동요와 출렁임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그것은 폭풍 전야의, 불안과 긴장을 담고 있는 침묵의 순간과 같다. 이러한 동요, 불안, 긴장은 부재하는 것의 존재감으로부터 유래한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부분적, 파편적 앵글 속에 파묻힌 사각 지대의 건물 부위 등, 사진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추어진 리얼리티의 존재감인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존재감의 힌트를 빛과 색의 망령적 유희로 보여주려는 것인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드러난 것과 감추어진 것 사이의 위험하고도 흥미있는 게임이 바로 사진의 매력이자 사진의 본성적 역설이다. 사진이 확인시키는 이미지와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 차이, ‘디페랑스’로부터 사진의 환유적, 제유적 수사가 도출되고, 그것으로부터 일상적, 의식적 경험에 기초한 ‘스튜지움’적 조화를 깨고 무의식적이고 사적인 감흥에 호소하는 ‘풍크툼’적 충격이 소생하는 것이다.
작가는 테리 팍스, 주디스 배리 등을 배출시킨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의 실험예술 전통을 이어받는 한편, 빛의 예술, 조명예술을 탄생시킨 캘리포니아 남부의 토양 속에서 사진을 자신의 빛의 예술 매체로 선택하였다. 사진 특유의 지표적 상상력, 시적 비전에 대한 철학적, 미학적 성찰은 물론 매체가 요구하는 기술적 실험으로 그는 “나이트 스케이프”같은 빛의 초현실적 비스타에 도달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다.
▶ 奎谷 김홍희 (쌈지스페이스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