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21
예술을 경험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단편적으론 전시장을 찾거나 공연장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물론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겠죠. 다시 말해 물리적인 움직임을 동반한 '행위' 그 자체를 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예술 경험'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시간을 들여 찾아간 전시가 모두 마음에 드는 경우는 없고, 어렵게 선택한 영화가 항상 큰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술을 '경험'한다는 것은 정서적인 움직임, 쉽게 말해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이 있어야 성립된다고 할 수 있겠죠. 여기서 '그 무엇'은 우리에게 다양한 형태로 감동을 줍니다.
글│류임상, 미디어아트 에이젼시 LAB 1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director@lab169.com)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ART+COM(http://www.artcom.de/)
이러한 예술경험(Art experience)은 단순하게 측정하거나 계량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오감과 감정, 시간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질 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불쑥 나타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인류의 대다수가 걸작(Masterpiece)이라고 지칭하는 작품들에선 어느 정도 평균화된 예술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에 모든 사람이 감동하는 건 아니듯이(어렵게 작품 앞에 왔다는 보상심리가 더 크게 작동할 수도 있겠죠) '예술경험'이야 말로 가장 개인적인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 '오감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미디어아트의 경우에 과거의 예술에 비해 보다 쉽게 관람객에게 감동적인 경험을 선사해준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제도권 예술로 대우받지 못했던 미디어아트라는 걸 생각해 보면 좀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디어아트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장소성에서 발현되는 공감각까지 동시에 구현하며 보다 직접 관람객의 감흥을 이끌어냅니다. 이는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도 관람객이 작품에 깊게 몰입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작업은 미디어아트 그룹 ART+COM의 'SYMPHONIE CINÉTIQUE'인데요.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이루어진 유리 조각들이 마치 모빌처럼 천정에 달려있고, 거기에 빛이 다양하게 투과되거나 산란하면서 멋진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설치 작업입니다.
이 설치 작업의 완성은 뮤지션 'Ólafur Arnalds'과의 협업으로 더욱 멋지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노을 진 바닷가의 풍경 같기도, 부서질 듯 아릿한 밤하늘 같기도 한 풍경에 아름다운 연주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총체적인 '예술경험'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것이죠.
Symphonie Cinétique – The Poetry of Motion, 2013 from ART+COM on Vimeo.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흔히들 ‘자연’이라고 합니다. 노을 진 하늘과 조용히 소리를 내는 바닷가에 서 있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시각과 청각, 그리고 그 사이를 타고 흐르던 시간이 하나가 되어 총체적인 감동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죠. 그래서 가장 감동적인 예술 경험은 그 자연의 정서를 예술가의 눈과 귀로 우리에게 솔직하게 전해주는 노래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들 마음에 잔잔하지만 솔직한 ‘위로’가 필요한 요즘, 자연의 소리에 그것을 이야기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우리의 귀를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예술을 ‘경험’한다는 건, 그렇게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