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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만화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

2014-06-13


만화는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장르다. 신문, 잡지, 웹, 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를 거치면서 형태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들 가까이에서 삶의 목소리를 전해온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중 박흥용은 만화의 미학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대표적인 작가주의 만화가로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오는 8월 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展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내파란 세이버’, 최근작 ‘영년’ 등 25편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하는 한편,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만화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박흥용은 일반적인 상업 만화의 형식을 탈피하고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선보여왔다. 그의 만화를 보면 작품에 중심이 되는 캐릭터를 찾기가 힘들다. 이것은 독특한 캐릭터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각각의 서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상업 만화의 경우, 담아내는 이야기나 주제에 비해 캐릭터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면,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를 폭넓게 담음으로써 서사의 결을 살리면서도 만화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인물을 대하는 섬세한 태도에서 살펴볼 수 있듯, 박흥용의 이야기를 성장과 사랑 등 하나의 주제로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동명의 영화로 제작이 돼 화제가 되었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살펴보면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려는 이몽학과 당대 최고의 맹인 검객 황정학의 대립 외에도 서자의 신분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를 안고 사는 견자의 성장담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읽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만화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그 특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석해낸 것이 눈에 띈다. 칸 안에 스토리와 그림을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칸의 연출 방법을 새롭게 함으로써 장면의 속도감과 여백을 활용한 감각적 경험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박흥용의 전작들을 다루면서, 화면과 칸의 연출법이나 광범위한 주제 의식과 같은 작품의 특징을 전시장 안에서 구현해 놓으려 했다. 특히 데뷔작 ‘돌개바람’부터 최근작 ‘영년’에 이르는 작품의 흐름과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단편 작품들까지 한자리에서 모았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태블릿 PC, 영상, 원화 등 작품을 감상하는 다양한 방법들로 작품을 만나게 한 것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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