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 2015-03-31
작년에 유독 많이 불린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스웨트셔츠(Sweatshirt)’다. ‘맨투맨’, ‘크루넥’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것까지 포함한다면 가히 압도적이었다 할 정도. 하지만 스웨트셔츠는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옷이 아니다. 가깝게는 부모님의 학창 시절 사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멀게는 ‘1890~1920년대 사이 일반화 된 옷’이라는 근대적 시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일부 백과사전에서도 볼 수 있다.
기사제공 ㅣ 무신사
스웨트셔츠에 대해 정확히 알려면 우선 ‘스웨터(Sweater)’에 대한 정의부터 확실히 알아야 한다. 이는 스웨트셔츠와 스웨터가 다른 옷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데, 스웨트셔츠는 사실 스웨터의 일종에 속한다. 니트 직물 대신 코튼 저지를 쓴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스웨터와 구분되는 점이다. “소매 끝과 밑단에 시보리(리브,Rib Band)를 대어 조임을 준 옷”으로 정의 하는 경우가 간혹 있으나 이는 일부 스웨트셔츠의 특징일 뿐 리브가 없는 스웨트셔츠도 많아 그것 만으로 구별 지을 수는 없다.
‘땀’이라는 뜻의 ‘스웨트(Sweat)’에서 파생된 스웨터는 몸을 감싸는 편직물 상의를 뜻하며 특히 ‘땀을 흘리기 위한’, ‘땀이 흐르는’ 옷을 주로 일컫는다. 정확한 시초를 찾기는 어려우나 ‘운동복’으로 처음 쓰여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며, 1891년 아이비리그 축구 선수들이 땀받이로 입는 유니폼으로 사용하며 일반화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신축성이 좋아 활동이 자유로우며 따뜻하고 가벼운데다 손질도 까다롭지 않아 샤넬(Chanel)을 통해 초기 여성복으로도 크게 유행 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운동복에서 출발한 만큼 입고 벗기에 굉장히 용이하며 디테일적으로 많은 요소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발전이 되었다 해도 목적 자체가 운동복이었기 때문에 단추 혹은 지퍼를 더하거나 네크 라인(Neck Line)을 달리 하는 정도의 변형 만이 이루어졌다. 우리가 현재 두루 사용하는 ‘크루넥(Crewneck)’이라는 표현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스웨트셔츠를 크루넥이라고 부르는 것은 위험하다. 크루넥은 깃 없이 둥근 형태로 목을 두르는 라인, 즉 라운드 넥을 지칭하는 ‘선’에 대한 명칭이고 스웨트셔츠는 옷의 종류를 구분 짓는 ‘모양’에 대한 명칭이다. 스웨트셔츠의 대부분이 크루넥 형태로 제작되니 스웨트셔츠를 크루넥이라 부르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크루넥 디자인을 채용한 티셔츠가 모두 스웨트셔츠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스웨트셔츠를 크루넥이라 부르는 것은 100% 맞는 말도 아니기 때문이다.
허나 크루넥을 제외하면 스웨트셔츠에는 실제로 특징적인 부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라운드 넥 라인과 소매 리브에 릴렉스 핏. 스웨트셔츠는 늘 한결 같은 모습이었다. 1940년대와 198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스웨트셔츠를 옷의 형태만 놓고 보면 어느 것이 언제 만들어진 옷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다. 재킷과 팬츠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수도 없이 많은 형태로 바뀌고 또 진화한 것과는 확실하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디스코와 히피 문화가 전세계를 강타했던 1970년대를 제외하면 스웨트셔츠는 항상 거리의 청춘과 함께였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적한 마을 산책로부터 대학가와 다운타운까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1990년대에는 힙합 뮤직의 선풍적인 인기를 등에 업으며 영 패션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외형적인 변화가 거의 없었던 스웨트셔츠가 가장 화려하게 꾸며졌던 시기도 바로 이 시기다.
다양한 패션 디자이너와 스타일이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에는 스웨트셔츠에 대한 열기가 주춤했지만, 2010년대에 겐조(Kenzo), 알렉산더왕(Alexander Wang) 등과 같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만나며 스웨트셔츠는 다시 한번 패션계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게 됐다. 이들의 컬렉션을 통해 재해석 된 스웨트셔츠는 ‘평범함’위에 ‘화려함’이라는 날개를 달게 되었고, 곧장 수 많은 셀러브리티와 패셔니스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대중의 관심까지 이끌어냈다. 이미 우리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있던 일상복이었지만, 한 순간 전에 없던 패션 아이템으로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올해에도 스웨트셔츠는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불려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 위에 글을 쓸 것이고 누군가는 그 위에 그림을 그릴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스웨트셔츠가 어김없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 안에서 일상복으로, 또 패션 아이템으로 변모할 멋진 스웨트셔츠를 골라내야 한다. 그것은 아마도, 일상과 패션이 결코 다른 것이 아님을 우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