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에 한국인 최초로 수상후보에 오른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보이’는 단편 애니메이션 장르였다. 2005년은 한국 독립애니메이션협회가 발족한 해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이 인정받고 있지만 관객들로서는 풍문으로나 접하기 십상이었다. 이런 때 장편 애니메이션의 젖줄이자 요람인 단편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반갑다. CGV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제가 21일부터 24일까지 CGV 구로에서,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CGV 상암에서 열린다. 국내 유일의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 축제다.2003년부터 시작, 올해로 세번째인 이 영화제는 올해 해외 단편 섹션을 신설했다. 해외 단편 섹션에서는 ‘버스데이 보이’를 젖히며 한국 관객을 실망시킨 아카데미 수상작 ‘라이언’, 칸영화제 수상작 ‘아침이 밝아올 때’ 등이 상영될 예정이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 키즈 섹션, CGV섹션, 마니아 섹션 등 4개 섹션에서 총 33편의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이 선보인다.

‘CGV 한국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제 2005’는 일반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영화들로 프로그래밍됐다. 3D컴퓨터 애니메이션, 셀 애니메이션을 비롯, 스톱 모션, 회화적 느낌의 작품 등 다양한 기술과 스타일을 사용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영화제 관람료는 3000원. CGV 홈페이지(www.cgv.co.kr)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다음은 영화제 기획팀이 고른 8편의 추천작▲‘라이언’(해외단편 섹션):2005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3D 애니메이션 실험의 선두주자로 알려진 캐나다 감독 크리스 랜드레스의 2004년작이다. 주인공 라킨은 한때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선구자였으나 지금은 술과 담배, 코카인에 절은 폐인이다. 실제 라이언 라킨을 인터뷰한 실사필름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은 분열된 작가의 내면을 충격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보여준다. 앙상하게 뒤틀린 신체의 모습 위에 신경질적이고 서글픈 감정을 현란한 3D작업으로 투사한다.(크리스 랜드레스 감독, 13분54초, 3D)▲‘인 더 포레스트’(키즈 섹션):2004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부문 수상작, 2005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부문 본선진출작. 숲속에서 토끼를 사냥하는 꼬마 사냥꾼과 거대한 늑대의 대결을 긴박감 넘치는 에피소드로 펼친다. 흰 자작나무 숲을 수놓은 핏자국, 날카롭고 거대한 얼음조각 등을 묘사한 3D 컴퓨터 기법이 깔끔하다.(장욱상·김재홍 감독, 4분, 3D)▲‘베니스 비치’(키즈 섹션):2003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애니메이션 부문 제작지원작, 2003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심사위원특별상, 2003 춘천애니타운페스티벌 장려상 수상작. 체육관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두 마리 게와 그들 앞에 나타난 낯선 게 한 마리의 황당한 반응을 그렸다.(김정호 감독, 4분35초, 스톱 모션·3D컴퓨터)▲‘남자다운 수다’(마니아 섹션):2004 서울 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 수상작. ‘남자다움’에 대해 강변하는 28세 청년은 어릴 적 자신에게 상처를 준 동네 할머니를 미워하고 괴롭힌다. 그가 말하는 ‘남자다움’이란 자장면 한 손으로 비비기, 그러다 젓가락 부러뜨리기 수준으로 웃음을 준다. 팝아트 회화를 보는 듯한 화면이 독특하다.(홍덕표 감독, 11분, 2D)▲‘환’(마니아 섹션):동물원 우리에서 관광객을 바라보는 호랑이의 시선과 내래이션이 극을 이끌고 간다.(주재형·송승민 감독, 13분40초, 2D·3D)▲‘눈 안의 세계’(CGV 섹션):36세의 기혼남인 주인공이 시력교정수술을 권유받으면서 일어나는 세계관의 변화를 담았다. 시력이 낮은 사람에게 세상은 빛도 될 수 있고 어둠도 될 수 있음을 되새긴다. 안경을 썼을 때와 벗었을 때의 시지각의 혼돈을 보여주는 작품의 소재와 스타일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도발적인 도입부에 비해 단순한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유정연 감독, 9분, 2D)▲‘나까무라의 비밀’(CGV 섹션):인간 소외의 극한점을 호기심이란 주제로 표현한 작품. ‘나까무라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 과연 관객은 나까무라의 비밀을 알게 될까. (정지혁 감독, 7분30초, 2D)▲‘슈퍼맨의 비애’(CGV 섹션):2004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우리의 영웅 슈퍼맨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는 법이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외로운 슈퍼맨의 일상을 재미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도화지 위의 연필 크로키 같은 화면 질감이 정겹다.(정인옥 감독, 8분, 드로잉)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