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3
개성강한 가족, 무질서한 집안 그리고 그 속에서 정체성을 향해 투쟁하는 젊은 철학자의 고뇌를 그린 연극 <탱고>가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철학적이고 현실적인 폴란드의 전통과 현대성을 잘 융합시킨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는 폴란드 작가 '슬라보미르 므로체크'의 작품. 구시대적 낡은 관습을 거부하지만 결국 난잡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아더는 과거의 전통을 고수하고 싶어 한다. 틈만 나면 카드놀이에 열중하는 할머니와 친척 아저씨, 그리고 엄마와 내연의 관계를 맺고 있는 하인 에디까지 아더에게는 자신이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처럼 느껴진다. 원칙이 없어 잡동사니로 전락한 집안의 물건과 사람들을 정리하기 위해 아더는 사촌 알라와 고전적 결혼식을 올리려 하지만 결혼식 날 알라의 부정을 알게 되고, 스스로 더욱 혼란에 빠져버린 아더는 에디의 폭력 앞에 무력해지고 만다. 죽은 할아버지의 관을 집안에 그대로 두는가 하면 40년도 더 된 승마바지를 버리지 못하고, 결혼할 때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아무렇게나 처박아 두는, 그럼에도 하나도 불편해 하거나 이상하게 느끼지 않는 가족들은 부조리한 인간의 면모를 여과 없이 내포하는 캐릭터다. 반면 정상적인 가치관을 가지려 하지만 결국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주인공 아더의 투쟁적 몸부림을 통해 충돌과 갈등 속 번민하는 현대인의 고통을 형상화 했다. 제목 ‘탱고'는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 낡은 관습에 맞서 싸운 구시대의 유물이자 현재도 그 강렬함과 우수를 나타내는 모티브이다. 극은 시종 블랙 코메디적 웃음을 선사하며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마지막에 흐르는 탱고 선율 위로 비극적 결말을 덮는 춤, 탱고의 여운을 남긴다. (9월9일 ~ 10월30일 샘터파랑새극장 문의 02)470-1656)
송보경 기자 ccio@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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