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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디자인에 녹아든 사회 문화 엿보기

2006-02-22

독일 현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일부터 3월 8일까지 한 달 간 분당 코리아디자인센터(KDC)에서 진행되는 은 ‘예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풀어내 보여주고 있다.

이드(id), 초자아(super ego) 등 관념 철학이 발달한 독일은 나, 혹은 나와 다른 사람을 구분하고, 그들과 ‘소통(communication)'하려는 데 대한 관심을 현대 예술에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 뿐 아니라 디자인에까지 그 영역을 확장해 적용시켰다.

디자인을 하는 목적은 사람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상황 속에 물건을 두고자 하는 것. 쉽게 설명해 소파를 만드는 것은 거실에서 대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지 ‘두고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기본적인 목적이 일상 소품에서 얼마나 잘 실현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때문에 에서는 디자인하면 으레 떠올리는 ‘눈에 띄는 컬러의 예쁘장한 모양의 물건'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왜, 어떤 작품이기에 색다른 느낌을 주는 걸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클라우스 푀팅어(Claus Fottinger)의 ‘허만의 되너 여관(Hermann's Doner Inn)'.

작가는 독일의 각종 소시지 가계, 스낵바 등 256개 정도를 DVD 카메라로 기록, 그 중 100여개의 스틸화면을 엮어 초승달 모양의 바(bar)를 만들었다. 그 뒤에는 나무로 된 십자가 모양의 선반과 맥도날드 로고가 교차해 포개져있도록 했다.

윤대영 국제협력파트장(한국디자인진흥원 진흥팀)은 “초승달, 십자가, 맥도날드가 각각 이슬람 문명, 기독교, 서양문명을 상징하며 이런 문명들이 합쳐져 그 안에서 사람들이 함께 교류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작품은 도로테 골쯔(Dorothee Golz)의 ‘리셉션 룸(Reception Room)'.

작품을 보면, 의자 한 개는 양쪽이 불편하게 설계돼 있어 결국 두 개를 합해야만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또 작은 테이블 위엔 먹다 남은 커피 찌꺼기를 담은 커피잔 2-3개가 붙어있는 등 이 역시 형체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설계는 곧 불완전한 서비스, 나아가 불편함을 의미한다. 작가는 편하게 느껴져야 할 손님맞이 응접실이 과연 무엇을 고려해 디자인된 것인지, 무엇이 ‘소통'을 방해하는 지에 대해 작품을 통해 묻고 있다. 인간의 모든 물건이 합목적적으로 만들어졌느냐에 대한 물음도 함께 던지면서.

이번 전시 은 ‘들어오라'고 손짓하면서도 결국 달갑지 않은 사람들은 거부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에릭 슈미트(Erik Schmidt)의 ‘Do not Disturb'는 그런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광범위한 예술, 디자인 영역을 ‘소통'으로 아우르는 이번 전시는 현대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를 작품을 통해 제기하고 이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다. 누구든 전시장을 찾아 작품에 공감하는 이들과 또다른 소통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공연문의 코리아디자인센터 031)780-2151)

김지영 기자 citrus@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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