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5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요
경인년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지하2층~5층)과 롯데갤러리(9층)에서 민화작가 서공임을 초대하여 “100마리 호랑이”展을 개최한다. 서공임 작가는 약 30여 년간 전통민화의 재현하는 작업과 함께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으로 국내외 각종 전시회와 의상, 디자인 등 협동작업, 그리고 유니세프 등 국제행사를 통해 명실공히 독보적인 민화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 영웅의 귀환(왼쪽), 한 남자가 가슴에 별을 품고 앉아 있습니다(오른쪽)
호랑이는 국토를 닮은 영물이며 사나운 맹수이지만, 전통민화에 표현된 그들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과 동네할아버지 같은 해학, 그리고 까치나 토끼들과 어울려 익살스러우면서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다. 호랑이 민화를 그리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우리민족에게 호랑이는 어려울 때마다 기운을 북돋아주고 풍요와 희망을 상징해 왔다. 예부터 정초에 궁궐이나 대가집 대문에 벽사(僻邪)와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호랑이 그림을 걸었던 풍습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2010년 경인년을 맞이하며, 서공임 작가의 호랑이 민화는 작가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 모두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 사람은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귀한 사람으로 되어 가는 것이다
에비뉴엘 전관(12.29~2.28)에 걸쳐 전시될 호랑이는 전통민화를 모사한 작품으로 시골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호랑이, 까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파안대소하는 호랑이, 토끼에게 속아 약이 바짝 오른 백수의 왕, 곰방대 빠는 천연덕스러운 맹호, 산신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려 능청스럽게 웃고 있는 호랑이도 있고 문틈에 끼인 요물까지도 찾아낸다는 네눈박이 호랑이 등 총 전통민화를 모사한 31점의 44마리가 선보인다. 전통 민화를 모사했으나 서공임작가만의 필치와 해학, 그리고 재구성을 통해 전통은 지키되 원형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재창조하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 까치와 호랑이(왼쪽), 호랑이(오른쪽)
반면 9층 갤러리(12.29~1.27)에서는 서공임 작가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호랑이들이 전시된다. 작가는 화려하고 강렬한 한국의 전통 오방색을 바탕에 깔고, 한국호랑이들을 나비나 모란 등을 함께 배치하여 과감하면서도 화려한 현대적인 호랑이들을 등장시킨다. 이들 호랑이들은 한국의 호랑이 중에서 가장 잘생긴 호랑이민화로 전해 내려오는 김홍도(작으로 추정)의 호랑이, 또는 꽃이나 나비에 취한 듯 몽롱한 눈으로 무섭기는커녕 멍청한 듯 편안한 호랑이, 어떤 운송회사 마스코트로 유명해진 호랑이 들이 등장한다. 또한 한국인의 얼굴을 가장 닮고 있다는 전통 호랑이들의 얼굴들만 클로즈 업해서 그린 호랑이 초상화 30점으로 한 작품을 이룬 <한국인의 얼굴>, 그윽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호랑이 가족화에 이르기까지 전통민화를 현대적으로 확대, 재해석한 작가의 능수능란함과 창작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취재 / 정윤희 기자(yhjung@jungle.co.kr)
자료제공 / 롯데갤러리(02-726-4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