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21
조영남 인생의 평생 딴짓 세가지
조영남 ‘딴짓 예찬’ 전
가수 겸 화가, 그리고 문필가인 조영남의 ‘딴짓예찬’전이 2010년 2월 1일부터~17일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에비뉴엘 롯데갤러리(9층)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그간 작가 조영남이 보여줬던 다양한 작품들을 그림, 음악, 문학이라는 키워드로 집약하여 미술작품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적인 상징물이 되어버린 화투그림과 바둑알, 그리고 소쿠리 등의 오브제 작품뿐만 아니라 음악세계와 『현대인도 못알아 먹는 현대미술』을 비롯해 7권을 저술한 그의 문학세계를 미술작품으로 총 정리하여 선보인다.
전시제목처럼 조영남의 대표적 ‘딴짓’은 그림, 음악, 그리고 문학으로 압축된다. 이번 전시에 발표할 작품들은 그의 딴짓들이 어떻게 미술작품으로 변신했는지가 주제이다.
>>호밀밭_파수꾼, 캔버스에아크릴, 116.5x95cm, 2008(왼쪽)
바둑알|_캔버스에아크릴,꼴라쥬, 99.5x80cm, 2008(오른쪽)
딴짓 하나. 그림
화투나 바둑, 태극기 등 지극히 예술적으로 보이지 않는 소재들만을 골라 작품화시키는 그의 작품은 세상을 뒤엎는 혁명의 도구였다. 여전히 미술의 주류에서는 그의 작품을 통속화 내지는 하위미술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지속된 통속적 소재의 예술화는 오히려 여느 화가들의 그것 못지 않은 작품성과 흐름을 갖게 된다. 화투그림을 그린지 벌써 20여 년을 지났다. 이제 그의 오브제들은 조영남의 브랜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몬드리안, 만레이, 밀레 등의 익숙한 명화의 기억을 차용하되 작가는 관객에게 조영남을 각인시킨다.
>>미술과_음악, 캔버스에아크릴, 121x30.5cm, 2005
딴짓 둘. 음악
“서울대 음대를 다니며 클라식을 전공하다가 대학3학년 때 팝싱어로 들어선다. 나는 ‘가고파’에 맞서 ‘화개장터’를 들고 우리도 고상하고 우아하게 취급해 달라 악악대며 혁명을 일으킨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음악에서도 주류, 정통을 거부하고 딴짓을 했다. 그렇다고 그가 결코 음악을 비하하거나 격하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음악과 미술(1997)』 또는 『미술과 음악(1989)』 등을 통해 그의 음악은 팝아트로 분류되는 조영남 미술 속에서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낮아지고 변주된다.
>> 오감도, 캔버스에아크릴, 90x65.1cm, 2010
딴짓 셋. 문학
조영남에게 음악은 ‘글짓기’이다. 최근 조영남은 천재시인 이상(李箱)의 시해설서 탈고를 마쳤다. 이번 저서 외에도 『한국청년이 본 예수』를 비롯해 『놀멘 놀멘』, 『현대인도 못알아 먹는 현대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집필했다. 문학과 글쓰기는 그의 또 다른 대표적 ‘딴짓’인 것이다. 미술작품에서도 천재시인 이상을 그리며 그린 '이상李箱이 살던 집'이나 '시인이상李箱을 위한 지상최대의 장례식', 그의 정신적 모태가 된 '창세기', '호밀밭의 파수꾼'도 작품으로 탄생했다.
>> 여친용갱|, 디지털프린트, 캔버스에아크릴, 130x160cm, 2009
그렇다면 조영남의 ‘그림+음악+문학’은 무엇일까?
그는 바로 ‘사랑’이라고 결론 낸다. 예술의 영감을 어디서 얻냐는 질문에 우스개소리로 “영감? 단연 젊고 예쁘고 착하고 돈 많은 여자들”이라고 답하는 그에게 사랑은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이요, 예술가가 예술가답게 살아가는 원천이다. 조영남의 여자친구 얼굴들을 진시황릉출토 병마용 그림에 이어 붙인 <여친용갱 2009>은 죽은 후에도 자신을 지켜줄 의리 있는 여친들을 의미한다. 그가 여자친구들과 나눈 우정은 그의 그림, 음악, 문학을 관통하는 바로 ‘사랑’인 것이다.
에디터/이영진(yjlee@jungle.co.kr)
자료제공/에비뉴엘 롯데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