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9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지구를 0.001초 만에 폭파할 수 있는 장치를 그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감지할 수 없어 실행하지 못 할 뿐이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 강아지가 마시는 급수통의 수도꼭지 끝, 참치 통조림의 따개를 들어 올리는 소리, 캡슐 알약을 비닐 밖으로 꺼내기 위해 누르는 동작,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테이블에 내려 놓는 순간, … 지구를 순식간에 폭파할 수 있는 장치가 아주 사소한 어딘가에 분명히 숨겨져 있다고 믿고 끊임없이 지구 폭발의 열쇠를 찾기 위해 고민해왔다. 그러나 언제나 매번 장치를 찾는 일에 실패했고, 따라서 나를 지지해주고 보조할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한 목적으로 부하들을 드로잉 하기 시작했다.
>> 이지은의 부하는 '당근뿔소', '우워워(Woowar-er)', '네 개의 발이 달린 얼음' 말고도
'잉어인간', '호피티 전투병사', '21개의 눈을 가진 남자'까지 무수히 많다. 부하들은 서열 순서부터 이름과 성격이 세세하게 이지은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
작업 과정은 기초 스케치 없이 사물-장난감을 접했을 때의 떠오르는 단편적인 어떤 상황을 연상하고, 재료를 그에 맞게 변형시키거나 재조합하여 새로운 개체를 만든 후 그들에게 이름과 성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완성된다. 이 과정은 일정하지 않은 형상을 만드는 일종의 조립 혹은 제조 과정으로 내가 부하들을 드로잉 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작가소개 - 이지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회화를 전공했지만 장난감을 자르고 부수고 찢고 붙이는 작업을 더 선호한다. 동네의 오래된 문방구와 시장과 극장의 맨 뒤 좌석을 좋아하고 개와 관련된 무언가를 모은다. 개구리가 그려져 있거나 등장하는 모든 것(심지어 '개구리'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눈으로 읽어야 하는 지금의 순간을 포함해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물에 들어간 생선 요리를 먹지 않는다. 지구 멸망을 기다리는 부하들을 만들어내면서 우주의 먼지스러운 잉여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전시기간:
전시장소: 테이크아웃드로잉, 성북동
전화번호: 02 745 9731(www.takeoutdrawing.com)
에디터/이안나(anlee@jungle.co.kr)
자료제공/테이크아웃드로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