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4
공간이란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곳 혹은 사방의 널리 퍼진 범위를 의미한다. 심리적으로는 경험에 의해 생겨난 나만의 영역이며 사물과 인간 사이에서 생기는 상호관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범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공간 중에서도 구석은 중앙에서 떨어져 한쪽으로 치우친 곳이다. 시선이 머무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모퉁이들은 작가의 마음을 이끈다. 드러나지 않은 채 묵묵히 시간의 먼지를 품고 있는 그 곳은 다른 어떤 곳보다 아름답다. 이처럼 작가는 주변의 소외된 공간을 캔버스 안, 자신 만의 공간을 통해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공간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우리의 모든 감각을 통해 받아들여진다. 화면은 단순한 면들에 의해 구획되고 어딘지 알 수 없는 구석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개인의 자취와 흔적은 철저히 배제된 채 하얀 도화지처럼 중립성을 띈다. 작가는 그 안에 무한한 표현을 쏟아낸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모퉁이마다 애정 어린 붓질로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 과정은 마치 내면의 한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자신의 감정들을 보듬는 행위와 같다. 작가는 자화상을 그리듯 공간을 그린다.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는 색이다. 어디선가 스며드는 빛에 따라 부드럽게 퍼지는 파스텔 톤의 연출은 현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높은 채도의 단색이 만들어내는 명암의 연속적인 변화는 화면에 율동적인 효과를 주고 침체된 공간에 활기를 띄운다. 회색의 그림자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던 모퉁이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전환된다.
황수경은 자신의 내면을 공간에 투영한다. 작가에게 외진 곳은 몽상으로의 통로이면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은신처이기도 하다. 작품으로써 재해석한 구석에는 내 마음 한켠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고자 하는 마음이 녹아있다.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공간에서 차분히 드러나는 빛과 색의 퍼짐은 우리의 보이지 않은 내면까지 물들인다. 아무것도 없는 차가운 빈 곳은 햇살 가득한 나만의 방이 된다. 이번 전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한 모퉁이에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전시 일정: 2012년 7월 11일~2012년 7월 17일
전시 장소: 갤러리 도스
전시 문의: www.galleryd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