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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색채에의 감각, 색채의 향연 - Chromatic Sensation

2003-09-24

우리는 수많은 색에 둘러싸여 살아가며, 색은 예술, 디자인 작업의 주된 대상이다. 예술가나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색을 선택하거나 색으로 자신을 표현할 떄, 사람들은 누구나 예술적 감성을 발휘하고 즐거움을 충족받는다. 이처럼, 색채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색 그자체의 감성도 있지만, 그것은 작가나 관객의 눈을 통해 변형되거나 재해석되기도 하고, 더욱이 오늘날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색채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고, 같은 색채를 공유하는 것으로 윻ㅇ을 창출한다.
이번 갤러리 현대에서 진행한 크로메틱 센세이션 전은 이러한 색채 감각과 동시에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센세이셔널한 향연에 착안하였다. 안젤라 블로흐의 디지털 컬러, 데미언 허스트의 비비드한 컬러, 노상균의 숭고하면서도 통속적인 색은 눈에 보이는 색이며, 김희경과 유현미의 작업은 욕망의 색을 이야기한다


정리/ 이정현 기자/ tstbi@yoondesign.co.kr



거대하게 확대된 퍼즐 조각 에 대해서 작가는 설명한다. "어느 날 문득 한 조각의 퍼즐을 발견했을 때, 어느 부분이었을까 상상할 것이다. 꿈속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 부분일 수도, 불타는 저녁 노을일 수도 있겠다. 잊혀진, 혹은 알 수 없는 꿈 속 저편에서 날아온 혜성의 파편 같은 이 한 조각의 퍼즐은 즐거운 각각의 몽상을 위한 것이다."

오인환의 <메이드 인 코리아> 는 산업 사회에서 상품과 정체성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수년 전부터 '메이드 인…'이라는 타이틀의 작품을 구상해 왔다.. 여행 가방 안에 상품 제작이 가능한 키트를 담아 들고 다니면서 <트래블 프로젝트> 라는 이름 아래 가상의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의 상품과 같은 오브제를 제작하고 그것을 브랜딩하는 과정에서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체성, 소비자 또는 생산자의 정체성,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상업적 맥락을 빌어 이야기한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왕기원은 해외에 더 많이 알려진 작가다. 금속공예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과감히 뛰어 넘어 조각에 가까운 크기와 양감, 종이 등 다양한 재료, 미니멀한 형태와 모던한 감성을 표현한다. 신체의 자연그런 굴곡 위를 시인이 산보핟스 탐미하는 작품들은 착용됨으로써 완된다.

아틀리에, 즉 예술가의 화실은 작업이 생산되고 진행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생활공간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내밀한 공간이지만 오히려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공간이다. 화실에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작가의 친구, 가족 등 가까운 사람과 작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작가의 내밀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만남녀서 작가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관객을 아틀리에로 끌어들이는 것은, 작가의 작업의 한 과정에 보다 역동적으로 참가시키는 과정이다. 그로인해 관객들은 자신의 삶의 공간 혹은 자신의 표현공간 역시 아틀리에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번 전시의 가장 중심이 되는 1층 공간에 작가 노상균은 자신의 작업실의 이미지,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작품의 재료와 작업 도구들이 그대로 작품이 되는 것이다.
또한, 데미언 허스트의 대표작 ‘약사로서의 자화상을 묵상함’은 전통적인 한 화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박제해 놓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유럽과 세계의 각 도시를 오가며 전시회를 열고,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비엔나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느라 분주했던 안젤라는 90년대 이후 많은 예술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운집하면서 문화적인 기운이 더욱 넘쳐나고 있는 베를린에 작업실을 꾸미고 새로운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영역의 구분이 모호하고 한계를 규정할 수 없는 것이 컨템포러리 아트인 만큼 1980년대 이후 각종 전시를 통해 명성을 얻고 있는 안젤라 블로흐의 창작 활동 역시 특정한 장르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녀의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서는 픽셀이라는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 작은 상자 속에 레드, 그린 블루의 세가지 네온 등을 넣은 것이 픽셀 박스이고, 상자속의 이 세가지 기본 컬러는 디지털 시스템에 의해 꺼지거나 커지거나 혹은 옅어지거나 강해져서 결국 1600만 가지의 색조를 만들어낸다. 1600만 가지 컬러의 가능성을 가진 픽셀은 안젤라 블로흐의 작가적인 영감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분자 단위가 되고, 그녀는 마치 분자 모형을 맞릉 듯 이 픽셀 박스들을 쌓거나 배열하고 컬러의 변화를 프로그래밍해 작각의 메시지가 담긴 거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녀의 작품은 한폭의 유화처럼 분명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없다. 안젤라 블로흐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의 의미나 작가적인 영감에 대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픽셀 시스템의 기술적인 설명이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Q : 당신의 작품은 픽셀박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픽셀 작업은 어떤 것인가?
A : 픽셀은 레드, 블루, 그린의 네온 등이 담긴 박스이고, 박스의 옆면은 컬러를 투영할 수 있는 유리 종류로 되어 있다. 상자 속의 네온 등은 상자 뒤에 달린 블랙 박스 모듈에 의해 연속적으로 작동되고 이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컬러의 경우의 수는 1600만개에 이른다. 각각의 픽셀 박스를 구조물로 만들고 디지털 모듈을 설정해 컬러 시스템을 조정하면 거대한 이미지가 탄생하고, 한 픽셀 박스는 이미지의 작은 요소가 된다.

Q : 픽셀을 이용한 작업들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A : 그 동안의 픽셀 작업을 크게 네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초창기 나의 픽셀작업들은 체인 시리즈 등의 미리 프로그램된 영상이나 컬러였다.
두번째 그룹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우연히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픽셀작업으로, 페더스트리언 픽셀 시스템, 픽셀/사운드 스테이크 등 사람이 지나가면 픽셀의 컬러가 변화하거나, 주변의 소음에 의해 마이크가 작동하는 등 픽셀의 컬러 변화에 우연성이 가미된 것이다.
세번째 그룹은 현존하는 영상이나 사진에서 장면을 추출해 픽셀로 표현하는 작업이었고, 네번쨰 그룹은 BBC 등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재를 찾은 마크로월도 등이 있다.


Q : 영화에서 장면을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어떤 영화가 당신의 작품 소재가 될 수 있는가?
A : 영화의 장면을 모티브로 하고, 각각의 픽셀이 모여 실제 스크린과 같은 규모의 이미지가 된다. 그러나 픽셀의 컬러가 조금씩 변화할 때마다 관람객은 단서가 되는 장면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이들 영화들의 공통점은 주인공들의 내면의 상상, 가공 또는 정신적인 힘이 스토리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내면 세계의 변화를 스토리로 삼는 영화에 흥미를 느낀다. 이러한 영화에서는 폭발적인 컬러와 사운드가 스토리를 구성하는 프로세스가 되기도 한다. 픽셀 작업 역시 컬러에 의한 프로세스 작업이므로 이러한 영화는 내가 구성하는 모듈에 의해 픽셀 컬러 변화로 재구성, 재창조될 수 있다.
또한, 음악가와 논의해 영화를 위한 것이 아닌 픽셀 영상을 위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의 작품이 관람객의 상상에 의해 재구현되듯이 영화 역시 주인공의 냐면에 의해 현상이 재해석되는, 또는 관객의 주관에 의해 재해석될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Q : 당신의 작품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 어떻게 감사해야하는가?
A : 픽셀작업은 재창조의 작업이다. 분자가 모여 이세계를 이루듯이, 픽셀상자가 모여야 이미지가 된다.
나의 작품을 볼 때, 관람객들은 불투명한 상자 속에서 모듈화된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는 컬러가 만드는 공간성과 시간차를 인지할 뿐이다. 관람객의 생각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모듈을 조정할 수 ㅇ벗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역시 프로그램화되어서 움직이고 있는 불투명한 스크린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세상의 프로그램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관람객이 스크린 밖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작가가 붙인 제목을 단서로 하여 개인의 추억, 기억, 경험을 토대로 시스템 밖의 리얼리티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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