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토피아의 실험> 展이 6월 30일 개막, 오는 9월 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5전시실(건축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개별 건축물을 소개하기보다는 ‘건축 유토피아’라는 이상이 담긴 특정 현상들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00여 점에 이르는 건축 관련 사진, 드로잉, 영상, 그래픽, 텍스트 등 혼성적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배치, 생생한 읽기 경험을 선사한다.

세계대전 이후, 백지화된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재건해야 했던 한국에서는 유토피아적 실험방식이 매우 빠른 속도로 기이하게 가동되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 과연 우리 건축이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건축가들의 ‘아키토피아(Archi-Topia)’는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채워질 것인가? <아키토피아의 실험>은 이와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전시는 건축·도시사에 흩어진 흔적들을 추적, 아키토피아의 욕망이 투사된 역사적 장소들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또한, 당대 건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안적 아키토피아를 탐색하는 행위를 통해, 앞으로 펼쳐질 건축적 유토피아 또한 헤아려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전시에 등장하는 세운상가,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아트밸리, 판교단독주택단지 등은 건축이 도시적 규모로 개입, 마치 건축 전시장이 된 듯한 장소들이다. 현재까지도 근대적 이상의 기운을 펼치고 있는 세운상가는 건축가와 정치가의 꿈을 보여준다.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 아트밸리는 마스터플랜 류의 기존 도시개발 방식을 탈피, 건축 코디네이터 개념을 도입하여 공동성을 추구하는 문화 장소로 기획됐다. 2,000여 세대의 대규모 단독주택 지구인 판교단독주택단지는 아파트 단지의 균질성과 폐쇄성을 탈피하고자 계획된 저밀도 신도시다. (서)판교의 집들은 이제 새로운 중산층이 욕망하는 주거지이자 젊은 건축가들의 데뷔 무대다.

저마다 동기와 배경을 달리하는 이 장소들의 공통점은 ‘더 나은 장소’에 대한 욕망에서 출발했다는 것. 장소들의 의미는 건축가와 건축주의 미묘한 힘겨루기를 거치며 지속 혹은 퇴색, 개인들의 개별적인 욕망을 담는 그릇이 되어 간다. 대규모 건축 작업의 기회조차 사라진 저성장 시대, 유토피아는 여전히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잔존하고 있다. 그 희미한 빛은 거대 건축이 사그라진 지금 우리 건축이 모색해야 할 틈새를 비춘다.

본 전시에는 강흥구, 김수근, 김용관, 김종규, 김종오, 김준성, 노경, 박정현, 배형민, 서현석, 신경섭, 안세권, 안창모, 옵티컬레이스, 이영준, 이종석, 전몽각, 정다운, 조성욱, 최호철, 플로리안베이겔, 황효철이 참여했다. 건축가, 사진가, 평론가, 그래픽 디자이너 등 각계각층에서 군집한 이들은 ‘아키토피아의 실험’을 포착하는 이미지 수집가이자 제작자로서 유토피아의 흔적들을 보여줄 것이다.

<아키토피아의 실험> 관람권은 현장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전시와 관련한 세부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공식홈페이지(www.mmca.go.kr)에서 확인하자.



문의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