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02
+ 전시 기간: 2005년 7월 26일(화)부터 9월 7일(수)까지
+ 장소: 쌈지 스페이스
+ 문의: 3142-1693~4, www.ssamziespace.com
사람들은 흔히 설치작품을 야외에 설치된 알 수 없는 의미를 담은 미술품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외면해 버리고 만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작품들은 사람들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진짜 어렵고, 재미없는 것들일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정소연의 ‘진짜 더 잼있는 전시展’이다.
쌈지스페이스는 오는 7월 26일부터 9월 7일까지 미디어작가 정소연을 초청한다.
정소연의 5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작품창작환경에서부터 완성된 작업, 소통과 유통 단계까지의 다각적 측면을 바라볼 수 있는 세 개의 유기적으로 연결된, 그러나 동시에 개별적인 설치작업들을 우리에게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그 동안 어렵게만 보아왔던 설치 미술을, 보다 재미있게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해서 다 설치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치미술은 작품이 얼마만큼이나 주변 상황과 잘 어울리며, 메시지를 조형해내는가에 그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평면작품은 캔버스 영토 '안'의 경영에만 신경을 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거나 비교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저 표현상의 특징을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 살펴보면, 설치미술이란 평면공간에서 가상으로 조형되던 작품세계가, 바깥 공간으로 이동하여 실제 소재들을 통해 표현되는 미술양식의 일종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이러한 설치미술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설치되었다가 전시회가 끝나면 해체되어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순간성과 일회성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남는 것이라고는 몇 장의 사진뿐이다.
더구나 짧은 전시기간이 끝난 후 판매는커녕, 분해되고 창고에 저장되며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간다. 직접 보지 않고는 작품을 몸으로 느낄 수 없기에 글로, 사진으로 표현하기에는 수식어가 한참이나 모자란 듯 하다.
혹자는 더 오래 존재하기 위해 불멸의 재료 연구에 매달리는 평면작품을 조롱하듯이 설치미술은, 시간의 흐름에 저항하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동양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꽃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작품은 어느 작가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소연 작가는 작품을 수동적으로 창고에 보관하는 대신에 판매하기 위한 유통/소통 방식을 개발했다.
글로 표현된 것을 읽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겁을 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그림이나 설치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되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무척 많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언어를 그림과 같은 시각언어로 표현을 했다면, 과연 미술에 어색함을 느꼈을까?
정소연 작가는 미술이라는 것은 머나먼 별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이상한 언어가 아니라고 말한다. 글보다 쉽고 말보다 쉽게, 다른 표현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 또한 아주 작은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한 순간에 소멸되는 그녀의 작품들을 한 곳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말이다.
그것을 좀더 재미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기에 자판기를 생각해 냈고, 자판기에서 뽑아져 나올 몇 가지 작품을 공간 안에 적절하게 풀어놓았을 뿐이다.
자신의 생각을 시각화 하는 훈련을 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은 비단 작가들의 몫만은 아니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인 것이다.
미술을 조금은 멀리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리고 설치미술이 난해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오늘 그녀의 전시회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의 말처럼 진짜 더 재미있는 전시회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