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9
6월 2일 삼성 코엑스 인도양 홀에서 ‘북아트 공모전’ 시상식을 시작으로 ‘2006 서울국제북아트전’이 개막을 알렸다. 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문화관광부의 후원으로 ‘아티스트북 인 서울’이라는 북아트 전시 프로젝트를 주관했던 ‘KBAA 한국북아트협회(Korea Book Art Association)’는 시상식에 앞서 이번 ‘2006년 서울국제북아트전’을 통해 북아트의 저변확대 및 자연스러운 주변산업과의 연결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무료 체험의 장을 마련하여 일반 대중들과 함께 즐기고 나누는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될 ‘2006 서울국제북아트전’은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키고, 더욱 세련되고 ‘북다움’을 지닌 충실한 예술로 다듬어 한국의 문화 행사로서 세계에 진출하고자 한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품은 하나 하나 독특하고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어 보고, 읽고, 상상하는 재미가 넘쳤다. ‘북아트전’에 참가한 대학생들의 작품과 해외 북아티스트들의 전시 코너도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지나칠 수 없었다.
21세기의 새롭고 풍성한 책문화를 지향하는 다채롭고 신선한 작품들, 특히 북아트 무료체험 이벤트는 평소 북아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에게도 그 인기가 대단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만의 이야기 책을 만들기 위해 종이와 색연필을 움직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던 ‘북아트 공모전’ 의 다양한 행사와 풍부한 볼거리로 화기애애했던 현장을 들어가 보자.
취재| 오지연 객원기자 (cinerilke@paran.com)
‘한국북아트협회’의 이명숙 회장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북아트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더 높아지길 바란다”는 인사로 수상자들을 독려했다. “현대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충격과 다른 시각의 요구이기에 유학 중 ‘북아트’를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오늘날까지 작업과 연구를 하게 한 에너지였다”는 이명숙 회장은 ‘북아트’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이라고 보았다.
지식과 내용의 보존과 전달 기능을 넘어 미적인 기능이 요구되면서 판화와 드로잉, 그림과 사진처럼 작가 자신이 추구해 온 예술 장르의 흔적이 고스란히 투영된 작품들은 내용과 형식이 결합된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서 책의 의미를 새롭게 자각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독자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자신을 소박하게 담아서 아이디어와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소하면서도 탁월한 혼합 예술이 바로 ‘북아트’ 인 것. 작품 작업과정에서 작가와의 거리감은 물론, 감상자와의 거리감 역시 매우 근접하고 있어 오감 지각체계와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친밀감이 특징이라고 한다.
‘북아트’는 어렵고 까다로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앨범이나 다이어리, 이야기 책 등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에서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북아트’는 실용성과 함께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욱 효율적인 장르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 6개국의 작가들이 총 65점의 작품이 응모한 이번 공모전의 심사 기준은 화려한 외관에 치중한 작품이나 단순히 공예적인 작업들은 배제하고,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우선했다는 점이 포인트!
세 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은 중국 전통 민속 문화를 주제로 한 작품 '888'의 이춘매씨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떠돌아다니는 풍선들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많은 감정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김하란씨의 'Rraveling Balloons'. 옷에 대한 다양한 드로잉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와 나의 존재를 나타낸 홍보람씨의 'Dress'도 우수상 수상작이다. 동상 수상작은 총 5점에 영광이 돌아갔다.
권승경씨의 작품은 하얀 새가 들려주는 다섯 가지 손가락의 의미와 이야기를 그린 '다섯 손가락 이야기'. 작은 창으로 들여다 본 어느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아코디언북과 터널북의 형식을 응용해 표현해 보았다는 이정민씨의 'Peoples in the Gallery'도 세심히 들여다볼만하다.
조은정씨의 'Pieces of Life'는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기 형식으로 제작된 아트북이다. 글-글자에서 사람으로, 산으로, 또 삶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조주희씨의 '등산을 하다가, 흙을 밟고'. 핸드메이드 종이에 펄프 프린팅으로 표현한 Tim Mosely씨 'Landing Ground 209'도 동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입선작 20점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북아트 무료 체험을 돕고 있던 입선 당선자 안경희씨는 평소 찍어두었던 사진으로 작품집을 만들고 싶어서 ‘북아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또한 자기가 가진 고유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 그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북아트’의 좋은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라하 여행에서 찍어온 벽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인화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뿌듯해요.” 작업과정을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에 ‘북아트’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프랑스에서 ‘북바인딩’을 배웠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책은 그래픽 디자인이나 일반적인 출판에 비해 많지 않지만 그만큼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지요. 일본에서도 꼭 ‘북아트전’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독일의 타이포그래피 같은 심플한 이미지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한국의 ‘북아트’는 예술적이어서 좀더 손이 많이 가는 작업 같아요.” 작품 'magnetic poetry'로 유명한 일본의 북아티스트 아키에 츠즈키씨가 전시회의 인상을 들려주었다.
북아티스트 폴 존슨씨는 시종 작품을 들고 사진을 같이 찍어주거나 사인을 해줄 정도로 인기 만점! 화려한 색상의 아코디언북도 시종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그의 저서
<아이들을 위한 북아트 교육>
책과 영국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의 북아트 전시도 보고 북아트 제본 실습 무료체험으로 살짝 그 비법을 배워보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예쁜 공단을 씌운 책이어도 좋고, 아코디언처럼 이야기 속 공간이 펼쳐지는 책이어도 좋다. 길게 드리워진 모빌에 부딪친 빛이, 바람이 이야기를 실어온다. 눈을 감고 손으로 살포시 책의 감촉을 느껴보아도 충분히 이야기는 살아있다.
누구나 직접 책을 만들어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북아트’의 매력,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작품을 소중히 보관하고 싶어서 ‘북아트’는 필수라는 판화과 학생이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촉감으로 읽는 '엄마새와 아기새'나, 어머니가 딸에게 해주는 'For Girl'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모여 ‘북아트’를 만든다. 한쪽 벽을 채운 메모지처럼 유쾌한 호응에 또 한번 즐거웠던 ‘서울국제북아트전’! ‘북아트’에 빠져든 매력적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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