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한정된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당연한 일이다. 자연환경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많은 동식물들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이지만, 멸종에 대해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 이외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보존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도 일시적일 뿐, 막연하기만 하다. 이런 고민들을 함께 하고자 하는 취지로 일본 북해도 부속 무인도에 야생마들의 곧 사라져 버릴 남은 생을 아름답게 기록하고 있는 사진 작품들이 있어 살펴보고자 한다.

이곳이 애초부터 무인도였던 것은 아니었다. 에도시대부터 유루리섬은 종마를 보존하기 위한 곳으로 쓰였으며 5년에 한 번씩 내륙의 종마들과 교환, 근친교배를 막고 수 십여 종의 종마들을 보존시켰다.

1963년 아름다운 유루리섬은 북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말의 방목과 주민들의 생활은 많은 규제를 받게 되고, 내륙으로의 이주로 인해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1971년 무인도가 됐다. 이후 야생마화된 종마들만 남게 된 이 섬은 ‘야생마의 낙원’으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많은 야생식물 등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학자들의 보호와 관심 아래 오늘에 이르게 되었고, 정부의 보호 방침에 따라 1976년 자연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매스컴은 물론 일반인의 상륙이 금지되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재난 지역의 모습을 기록하는 사진가로 주목받은 오카다 아츠시 씨가 유루리 섬에 남겨진 야생마와 생태계의 현재를 기록하고자 정부의 허락을 얻어 유루리섬에 상륙, 매년 정기적으로 유루리 섬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어민들의 노령화로 인해 사료를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줄었고, 30필의 야생마들은 그 수가 급격히 줄어 2006년 14필, 2011년에는 12필이 되었다. 자연은 야생마들에게 더 이상의 출산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2018년 현재는 단 3필 만이 살아남았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963년 북해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당시에 그 보호 항목에 야생마들도 포함이 되었더라면, 그 후 무인도가 되지 않았더라면, 이 숫자들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가까운 일본의 북해도에도 이렇게 사라져 가는 동식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곳은 오카다 씨의 사진을 계기로 수차례의 매스컴의 취재와 보도, 전시회 및 출간, 방송을 통해 근래에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남은 3필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지만, 이 사진들을 통해서 기록된 말들의 모습을 기억하며 우리들 주변의 많은 멸종 위기의 동식물 혹은 문화유산들을 어떻게 보존해 나가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작품 활동이나 매스컴에 보도되는 내용을 접하는 그 순간에는 안타깝다는 감정을 느끼지만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 않고서는 일상 속에서 이를 다시 떠올리는 일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무인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편의를 위해, 필요에 의해 쉽게 지워지고, 재구성되는 우리 주변의 풍경들을 떠올리며, 멸종 위기에 처한 많은 생명들과 문화유산들에 대해 잠시나마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진작가 오카다 아츠시
1979년생 / 오사카예술대학 재학당시 후지포토사롱신인상 수상
2008년 기무라이헤이상 수상（木村伊兵衛写真賞）
2014년 북해도 문화장려상 수상
2017년 히가시가와상 특별작가상 수상
무라카미 하루기 작가원작 영화 〈노르웨이의 숲〉 포토에세이로도 이름을 알렸다.

참고문헌
『馬は語る』（澤崎担著、1987年、岩波書店）、『ユルリ島の馬』（木村李花子著、1993年、馬事文化財団）、『野生馬を追う』（木村李花子著、2007年、東京大学出版会）、『牛馬と人の文化誌』（市川健夫著、2010年、第一企画）

참고링크
okadaatsushi.com
okadaatushi.blog115.fc2.com
www.tais.ac.jp/guide/latest_news/20180406/54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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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Jun 도쿄 통신원(de_signq@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