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6
스페이스 휴 세 번째 기획전 ‘그늘진 날’ (사진제공:스페이스 휴)
‘그늘진 날’은 올해 아트스페이스 휴의 세 번째 기획전으로 정덕현, 최은숙, 황경현이 참여하는 회화 전시다.
최근 회화의 방향을 진단하고 지속적으로 젊은 회화 작가에 주목하기 위해 기획됐다.
정덕현(b.1986)의 ‘너네는 나중에’는 너트 위에 올라탄 당당한 자태의 분홍색 비둘기와 그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빛(색)을 읽은 무채색의 비둘기를 극명하게 대비해 비정규직의 불평등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비정규직,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부당한 차별과 사건의 비합리성을 지적한다.
정덕현, 너네는 나중에(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휴)
최은숙(b.1979)은 이미 한참 유행이 지난 실내 장식 품에 관심을 둔다. 샹들리에, 패턴이 강조된 커튼, 지나치게 커다란 몰딩과 같이 불필요하게 부풀려진 오래된 장식은 한때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빛바랜 쓸쓸함이 묻어있다.
최은숙, 실내(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휴)
최은숙, 집(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휴)
최은숙, 커튼(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휴)
황경현 (b.1990)은 지하철, 터미널, 유원지, 광장 등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을 그린다.
작가는 “거리에 있는 군중들은 종이 위에 수없이 비벼봐도 온전히 자리 잡지 못 하는 검은 입자들 같아 보인다”며 콩테(conté)를 재료로 꾸준히 작업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짙은 콩테의 입자들이 때로는 세밀하게 때로는 스치듯 무심하게 서로 다른 시선을 하나의 화면에 만들어 낸다.
황경현, Drawing(stroller), (사진제공:스페이스 휴)
세 작가의 이미지는 자욱한 안개에 한 층 가로 막힌 듯 대상을 명확하게 지시하고 있지 않다.
그들이 화면에 담아내는 사물이나 장소의 이미지는 분명 너무나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대상이지만, 마치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처럼 현실성을 망각한 사물과 군중의 흔적만 남은 장소에는 서늘한 그늘이 드리워져있다.
세 젊은 작가의 그룹전은 7월 31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 전경(사진제공:스페이스 휴)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