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7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9월 15일까지 김상인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전 ‘Illustrator Sangin Kim 391_Keep Weird’이 열린다.(사진제공: 온그라운드 갤러리)
일러스트레이터 김상인의 개인전이 오는 9월 15일까지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일러스트레이션’이란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의 의미를 시각화 해주는 삽화의 개념으로, 홀로는 존재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텍스트를 이미지로 해석하는 작업과정 속에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사고의 흐름, 작가의 감성과 취향이 반영, 독자가 텍스트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 전시 ‘Illustrator Sangin Kim 391_Keep Weird’에서는 그동안 작가가 출판사, 방송사와 함께 해온 일러스트 작업과 함께 순수하게 자신의 취향과 감성으로 빚어낸 드로잉, 회화, 조각 작업, 작가가 좋아하는 오브제와 수집품 등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 제목의 'KEEP WEIRD’는 미국 오리건주(Oregon)에 위치한 항구도시 포틀랜드(Portland)의 슬로건 ‘Keep Portland Weird’에서 온 것이다. 포틀랜드는 잡지 〈킨포크(Kinfolk)〉고향이자 커피, 맥주, 힙스터의 도시로, 특유의 여유로움과 독특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도시로,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최근 다녀온 포클랜드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드로잉과 회화, 조각 작품이 처음으로 소개된다.
도시의 색감, 냄새, 그가 마주친 도시의 걸인들, 상점들에 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업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가 이전에 다녀온 베를린, 런던, 뉴욕 등지의 여행에서 축적된 경험과 어우러져 이번 전시의 한 축을 담당한다.
‘391’이라는 숫자는 프란시스 피카비아(Francis Picabia)의 편집으로 1917년부터 1924년까지 바르셀로나와 취리히, 뉴욕에서 발간된 매거진 이름에서 따 온 것으로, 다다이스트(Dadaist) 작가들의 시, 노트, 드로잉을 실었던 〈391〉은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매체이다.
그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로버트 라우셴버그(Robert Rauschenberg) 등 다다이스트 혹은 네오-다다이스트(Neo-Dadaist) 작가들처럼 자유분방한 오브제와 꼴라주 기법을 사용하는데, 여기에서 얻어지는 유희나 위트는 작가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의미 없음도 미술이 될 수 있고, 유희나 위트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믿음에서 '391'은 다다이스트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시각적인 배열에도 매력을 느낀 그는 그간의 일러스트 작업에도 종종 ‘391’을 등장시켜왔는데, 이는 운동 선수의 등번호처럼 작가를 대변하는 숫자라고도 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온그라운드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는 작가가 그 동안 수집해 온 오디오, LP 등 다양한 오브제와 가구, 텍스타일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된 종이 성냥은 193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판촉용으로 많이 제작되었던 형태의 성냥으로,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종이 성냥이 가지고 있는 빈티지적 감성과 그 위에 인쇄된 작가의 위트 넘치는 일러스트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펴 볼 수 있다.
김상인 작가는 2006년부터 패션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작업을 시작으로, 〈GQ〉, 〈ARENA〉 등 다양한 매거진과 그림책,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 방송 일러스트레이션 작업과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등 여러 장르와 매체를 통해 작업을 해왔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