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6일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수수께끼의 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104만 파운드(약 15억 4천만 원)에 낙찰되는 순간 액자 속 숨겨져 있던 파쇄기로 인해 그림이 반 정도 파쇄되었기 때문이다.

소더비의 유럽 현대미술 책임자 알렉스 브랑식(Alex Branczik)은 작품이 파쇄된 직후 "우리는 뱅크시당했다(Banksy-ed)"고 말하기도 했다. 

낙찰되자마자 파쇄되는 ‘풍선과 소녀’ (출처: www.youtube.com/user/banksyfilm)

앞으로 세계 미술계에 두고두고 회자될 이 사건을 일으킨 사람은 바로 ‘풍선과 소녀’의 원작자인 뱅크시(Banksy) 본인이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액자 속에 파쇄기를 넣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피카소의 ‘파괴하려는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The urge to destroy is also a creative urge) 말을 인용했다.

파쇄되기 전 원본 ‘풍선과 소녀’(출처: 소더비 www.sothebys.com)

정치적, 사회적 비판을 담은 그림을 그려온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기이한 행동은 이번뿐이 아니다. 

2005년 영국 대영박물관, 뉴욕 자연사박물관 등에 자신이 만든 벽돌 조각에 그림을 그려 몰래 전시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길거리 노점상에게 자신의 오리지널 작품을 대신 판매하게 하기도 했다.
또한, 디즈니랜드 대신에 디즈멀랜드를 만들어서 낭만과 꿈이 없는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디즈멀랜드(출처: www.youtube.com/user/banksyfilm)

스트리트 아트를 통해 현재 사회의 추악한 진실을 폭로하는 뱅크시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영국 트립 합 그룹 매시브 어택의 로버트 델 나자로 지목되지만 그는 "We are all Banksy"라는 말로 모호한 부인을 했다. 

사회를 비판하는 뱅크시의 작품(출처: http://www.banksy.co.uk)

그가 누구든 이제는 상관없다. 그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현시대를 고발하고 있고, 우리는 그에게 열광하고 있다.

이번 소더비 경매에 있었던 그림 분쇄 사건도 뱅크시의 퍼포먼스 작품이라는 명예(?)를 달고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 있다(Love is in the bin)'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파쇄된 후  '사랑은 쓰레기통 안에 있다(Love is in the bin)'라는 이름이 붙은 그림, 낙찰자는 구매를 결정했다.(출처: 소더비 www.sothebys.com)

뱅크시가 만들어놓은 판에 걸려든 우리들, 
기발한 방법으로 세계 미술 시장을 뒤흔드는 뱅크시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