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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VR 정승민 대표 ①- 느리지만 변함없는 브랜드

2018-12-12

무엇이든 빠르게 흘러가는 현재, 
조금은 느리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브랜드가 있다. 

 

정승민 대표가 이끄는 TRVR은 유행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도 신기술을 채택하지도 않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남산 아래 카페 겸 쇼룸을 오픈하면서 대중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패션이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정의할 수 없는 TRVR만이 가진 매력에 대하여

 

TRVR 정승민 대표

 


안녕하세요. 몇 년 전 한 온라인몰과 함께한 프로모션을 통해 처음 TRVR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 구매한 가방은 지금도 잘 들고 있어요. 때가 타긴 했지만, 그만의 멋이 생겼어요.
그럼 한 2년 전 정도 됐겠네요. 그때부터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방은 매일 드는 제품이다 보니 때가 잘 타요. 손때가 묻는다는 건 머리를 기르는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머리도 자연스러운 멋이 날 때까지 애매한 시기가 있잖아요. 저희 제품도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때가 타면 더 자연스러운 멋이 나는 것 같아요.

 

TRVR은 패션이나 라이프 스타일 등으로 단정 지을 순 없는 거 같아요. 
저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에요. 관심은 있지만 패션을 잘 알지도 못하고 옷을 만든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잖아요?(웃음)
제가 좋아하고, 만들고 싶은 것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TRVR은 어떤 장르에 속하기보다 그냥 저, 정승민인 거 같아요. 

 

2 WAY TOTE - BEIGE

 

DAY LEATHER TOTE_TANNED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쏟아지기보다 하나의 제품이 오래 나와요.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능력이 부족해서…. 하하, 그것도 진짜 능력이더라고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매 시즌 새 상품을 내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결정 장애가 있어 짧은 시간에 제품을 만들지 못하겠더라고요. 샘플을 직접 사용해보고 불편한 점을 바꾸고, 다시 만드는 과정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이 걸려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고라는 말이 싫어요. 매일 많은 양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모두 버려져요. 한번 쓰고 버려지는 제품이 아니라 한사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또 신소재보다는 가죽 같은 천연 소재를 좋아해요. 백 년이 지난 울 코트 지금도 입어요. 어제도 입고 오늘도 입고 내일도 입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 제품이 누군가에게 싫증 나 보일 수도 있지만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한 제품을 기획하면 그 본질에서부터 생각하고 시작해요. 그렇다 보니 제품이 출시 되도 계속 개발하는 시간을 가져요. 아마 예전에 구매하셨다는 가방도 모양은 같지만 손잡이 같은 디테일이 조금 변했을 거에요.

오랜 시간 고민해서 만들었으니까 저희도 오랫동안 선보이고 싶고, 사람들도 오랫동안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맞아요. 지금의 TRVR을 있게 해준 젠틀맨스 에이프런(gentleman's apron)도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네, 그 제품은 회사를 만들고 혼자 일하던 2013년 초쯤 제작되었어요. 그때는 판매까지 생각하고 기획한 건 아니고 자전거를 매일 타다 보니 장비를 일주일에 한 번은 손봐야 했어요. 
정비하다 보면 기름도 튀고 옷이 금방 더러워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아무 앞치마나 멜 수 없으니 제가 만들었어요. 

 

지인의 권유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미국의 IT전문매체인 기즈모도(Gizmodo)에서 젠틀맨스 에이프런을 소개하면서 그야말로 난리가 났어요. 자고 일어났는데 메일이 200통 넘게 와 있더라고요.

대부분 구매를 원하거나 유통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가방 만드는 공장에서 앞치마도 생산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남성을 위한 앞치마가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목공, 바리스타. 헤어 디자이너나 그루밍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의 니즈를 건드린 거 같아요.

 

GENTLEMAN'S APRON BROWN

 

최근 협업한 르 몽생미셸(Le Mont St Michel)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게 되었나요?
한달 간의 신혼여행 중 2주를 파리에서 보냈어요. 길을 걷다가 취향에 맞는 브랜드가 있어서 아내와 구경하다가 옷을 사서 매일 입었어요. 소매 부분이 헤질 만큼요.(웃음) 그 브랜드가 르 몽생미셸이었어요.

 

한국에 와서 우연히 아는 기자의 인스타그램에서 한국에 론칭했다는 소식을 보고, 제가 댓글로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남겼어요. 1년 후 브랜드로부터 재킷을 선물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그래서 TRVR이라는 브랜드와 브랜딩 스튜디오 베이컨트웍스(Vacant Works)를 운영하고 있고 같이 협업해 보고 싶다고 답장을 했어요. 그쪽에서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어요. 의외로 쉽게 일이 진행되었어요.

 

이미 브랜드에서 대표님을 알고 있었네요.
연락을 주신 마케팅 담당자분이 프랑스인인데 한국말을 정말 잘해요. 전화 통화를 하면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정도예요. 
그분에게 르 몽생미셸 대표가 한국 시장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고 해시태그를 분석하다가 제가 단 댓글을 보고 연락을 하신 거였어요.

 

 

Le Mont St Michel x TRVR, Work Jacket - Blue

 

그럼 디자인 작업은 어떻게 진행하시게 됐나요?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그 얘기만 계속하다가 원단이라는 교집합을 찾았어요.


 르 몽생미셸은 105년 동안 원단을 개발해왔고 저희도 원단을 중요시하니깐 이걸 테마로 잡자고 했어요.  

그들의 원단으로 저희 제품을 만들고 우리 원단으로 그들은 옷을 만들었어요. 

 

그래서인지 협업 제품을 보니까 잘 안 쓰는 블루 컬러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이 색에 대해 조금은 보수적인 성향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브랜드는 색을 너무나 잘 사용하는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희도 그 색을 사용해 보고 싶었어요. 만들다 보니 저희 제품과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주변 반응은 어때요?
다들 좋아하고 만족하셨어요. 런칭 파티에서 거의 모든 제품이 팔렸어요.

 

TRVR 카페©Design Jungle

 

최근 이태원에 쇼룸 겸 카페를 오픈하셨죠?
네, 첫 사무실은 논현동에 있었어요. 동네 특성상 하루하루가 시끄러웠어요. 그래서 2012년쯤 경리단 길에 있는 조용한 곳으로 옮겼어요. 2년 정도 잘 지냈는데 거리가 핫 플레이스 되면서 월세가 10배 가까이 올랐어요. 


쫓겨나다시피 창덕궁 쪽으로 사무실을 이전했어요, 거긴 동네가 너무 고즈넉해서 삶도 제품도 고즈넉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에너지 넘치고 TRVR이 성장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정승민 대표와의 인터뷰 2편은 TRVR 쇼룸 및 카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TRVR(trvr.cc), 에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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