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2
행복은 자신의 발치에 있다고 하지만 그걸 잊지 않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특히 무한경쟁사회, 물질만능주의 속에선. 그래서 우린 ‘힐링’을 외치며 나만의 여유를 찾는다. 행복을 전하는 따뜻한 그림들로 마음을 토닥여보는 건 어떨까.
에바 알머슨
스페인 출신의 화가 에바 알머슨(Eva Armisen)은 미소가 지어지는 기분 좋은 그림으로 우리 삶 속에 있는 ‘행복’에 대해 말한다.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full of flowers〉, oil on canvas, 130cm x 195cm, 2018
이번 전시는 에바 알머슨의 세계 최대 규모 전시로, 유화, 판화, 드로잉, 대형 오브제 등 신작을 포함한 총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10년간 한국을 오가며 특별한 인연을 맺은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과 서울을 주제로 한 그녀의 최신작들도 전시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의 일상을 연출하기 위해 ‘홈(HOME)’이라는 주제 아래, 총 8개의 룸(ROOM)으로 꾸며진다.
다양한 감정이 담긴 자화상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에바 알머슨의 자화상으로 시작된다. 소극적인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에바 알머슨은 그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자화상 속 그녀는 늘 웃는 표정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있다. 평탄치 않았던 시간을 품은 작품도 있다. 하지만 그림 속 소녀는 그 시간마저도 평온하게 받아들인다.
밝은 에너지로 힘을 주는 여동생,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도 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모녀가 등장하는 작품은 한국 엄마들의 지극한 자식 사랑에 감동을 받아 그린 그림이다.
에바 알머슨이 그린 벽화와 그림들에는 매일매일의 특별하고 행복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족을 표현한 조각작품과 자연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
가족과의 행복한 식사 시간을 회화와 조각작품으로 표현했다. 한복, 한식, 서울 풍경을 그린 최신작도 전시된다.
매일매일의 특별함을 전하는 방엔 에바 알머슨이 직접 그린 벽화를 중심으로 여러 채의 집이 그려져 있다. 집집마다 걸린 행복한 그림들이 마치 모든 가정에 깃들어 있는 행복을 말하는 것 같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선 인물에 비해 사실적으로 묘사한 주변이 눈에 띈다. 판타지적인 느낌을 위한 작가의 의도다. 그녀 자신의 내면에서 출발해 점차 가족으로 확대되고, 그 관계를 통해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작품세계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한식, 한복, 한옥, 남산타워, 롯데월드타워 같은 익숙한 풍경은 행복한 표정의 인물들만큼 반갑다. 수십 차례 서울을 방문하며 보았던 서울의 모습, 서울을 배경으로 한 그림들이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그린 가족 식사 그림과 조각 작품도 설치된다. 전시장 한쪽에는 그녀의 그림이 담긴 도자기, 접시, 책이 전시된다.
에바 알머슨의 판화 작품들
〈haenyeo〉, 2017
소녀, 엄마와 아이, 동물, 정물 등, 두꺼운 선이 특징인 판화 작품에서도 그녀만의 특유의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의 이야기도 감상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있는 에바 알머슨은 제주 해녀에서도 깊은 감동을 받아, 국내 해녀 관련 영화와 전시에 참여, 해녀를 알리는데 앞장섰으며, 제주 해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영화 〈물숨〉의 고희영 감독의 동화책 〈엄마는 해녀입니다〉의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전시장에서는 에바 알머슨의 삽화를 배경으로 한 〈엄마는 해녀입니다〉의 영상이 상영되며, 그녀가 그린 삽화 원작들이 전시된다.
더 많은 대중들과 소통하길 원했던 에바 알머슨의 실크 스크린 작업들
에바 알머슨의 작품들을 둘러보고 나니 사랑스러운 소녀의 표정과 함께 일상의 순간순간이 떠오른다. 그녀 그림의 매 장면처럼 모두 행복한 모습이다. 그녀의 바람대로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즐거운 우리의 일상, 소소한 일상의 특별함과 행복을 깨닫게 해주는 이번 전시는 2019년 3월 31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디커뮤니케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