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3
사우스 그라운드(South Ground) 12번가에 위치한 ‘바게트 호텔’은 매일 아침 제빵사가 구워내는 향긋한 바게트 냄새로 가득하다.
매일 커피와 바게트를 즐기는 멋진 콧수염의 201호 아저씨, 수영장이 없는 호텔에서 수영복과 오리 튜브를 끼고 다니는 장기 투숙객 105호 아가씨 그리고 무료한 듯 체크인 도장을 마구 찍어내는 리셉션 직원까지 오늘도 호텔은 고요한 듯 분주하다.
듀오 디자이너 ‘키미앤일이(KIMI AND 12)’ 가 펴낸 그림책에만 존재했던 ‘바게트호텔’이 책 속 모습 그대로 부산 해운대에 세워졌다.
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그림 속 분위기마저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심심한 직원©KIMI AND 12
바게트호텔_리셉션©KIMI AND 12
바게트호텔 부산 오픈을 축하드려요. 책을 보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실이 되었어요. 호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번에 오픈한 ‘바게트호텔_부산’은 저희의 그림책 <바게트호텔>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1층에는 커피와 디저트가 있는 ‘커피룸’이 있고, 2층과 3층에는 식사와 바게트가 있는 ‘밀룸’, 그리고 4층에는 단독 객실이 있습니다.
1층 커피룸 옆에는 조그만 바버 샵 쇼룸이 있습니다. 운영되지 않지만 바버 체어에 앉아볼 수도 있고, 바게트호텔 굿즈도 구매하실 수 있어요.
바게트호텔 부산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남해에서 운영하던 바게트호텔 쇼룸의 막바지 시기에 지인분의 소개로 지금 바게트호텔 건물의 건축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걸 만들면 어떨까?”
“너무 좋겠다”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건축주, 운영자, 인테리어와 공간연출 실장님 그리고 저희까지 수개월 동안 이야기하며 ‘바게트호텔 부산’을 만들어나갔습니다.
'바게트호텔 부산' 1F 커피룸©KIMI AND 12
그럼 그림책이 실제 건물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건축 설계가 완료된 시점부터 내부를 중점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1층에는 그림책에 나오는 호텔의 리셉션 느낌을 살리면서 카페 주방을 만들었습니다. 책 속의 호텔에 있을 법한 커피숍과 식당을 ‘커피룸’과 ‘밀룸'이라는 이름으로 짓고, 최대한 바게트호텔의 결에 맞는 색과 자재를 사용하고자 했어요.
현실적인 공간의 제약이나 법의 제도에 맞춰 그림책 속의 세계관을 입히는 작업은 매일 매일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소파를 만들어서 놓아두거나, 책에 나오는 글 몇 구절을 옮겨 놓는 등 작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작업과 4층 객실에 넣을 가구를 만들고, 전체적인 톤과 무드를 맞추는 일을 진행했습니다.
'바게트호텔 부산' 1F 크림슨바버 쇼룸©KIMI AND 12
'바게트호텔 부산' 2F 밀룸©KIMI AND 12
'바게트호텔 부산' 3F 밀룸©KIMI AND 12
만들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이 있나요?
이곳 바게트호텔의 유일한 객실인 401호 룸이요.
원래는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작은 침실을 만들고 문을 달았더니 정말 아늑한 공간이 되었어요.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바게트호텔 부산' 4F room 401©KIMI AND 12
호텔을 방문하는 분들이 이곳을 어떻게 즐겼으면 하나요?
사실 공간의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공간의 공기는 사람이 만드는 거예요.
호텔의 모든 공간에서 (책 속에서 말하고자 했던) 안온함(조용하고 편안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남해 바게트호텔이 없어져 아쉬운 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작가님들을 또 볼 수 있는 곳이 생길까요? 앞으로 계획을 알려주세요.
저희도 오랫동안 꾸려가고 싶었던 곳이라 문을 닫을 때 아쉬움이 정말 컸어요. 5년이든 10년이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어떤 공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그때도 있었고, 여전히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언젠가는 저희만의 공간을 또 가지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 지금까지의 작업과 활동을 시즌 1로 마무리 짓고, 시즌 2 느낌으로 다시 차근차근 해보자는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진짜 하고 싶었던 작업을 이제는 할 수 있는 마음과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천천히 꾸준하게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05호 투숙객©KIMI AND 12
202호 조니미첼을 좋아하는 투숙객©KIMI AND 12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현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한 휴식을 주는 ‘바게트호텔 부산’에서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속 평화는 물론 그림책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키미앤일이(@kimi_and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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