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8
지속가능한 친환경 디자인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그레이프랩. 이번 2편에는 그레이프 랩만의 독특한 제품인 g스탠드와 함께 스튜디오 운영에 담긴 따뜻한 방향성을 소개한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관한 고민이 현재 종이로 제작하는 작업에 영향을 미친 건가요?
네. 샌드위치 박스를 디자인할 때 부피가 큰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했어요. 그 때 디자인했던 샌드위치 박스가 사각형으로 돼 있었는데 플라스틱 박스 대신 종이로 만들어서 거기에 런던 지하철 지도를 그렸어요. 관광객들이나 사람들이 샌드위치를 다 먹고 조금 닦아서 지하철 지도로도 쓸 수 있게 했죠.
그 과정에서 기하학적인 종이 접기에 매력을 느꼈어요. ‘종이로 뭐든 만들어 볼 수 있구나’하는 것을요. 담당 교수님도 긍정적으로 ‘이거 괜찮은데 계속 연구해봐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온 뒤 연구와 작업을 위해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g스탠드'가 그 때 샌드위치 박스의 일부분이에요.
블랙 g스탠드, 크게에 맞춰 노트북도 올려놓을 수 있다.
종이로 스탠드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우연히 종이를 접고 말다가 던져 놓았는데, 서 있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여기에 뭔가 올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작게 만들어서 핸드폰을 올려봤는데 서더라고요. 그렇게 좀 더 크게 만들어보고 무거운 것도 올려보고 하면서 북스탠드로 발전했어요.
g스탠드-알록달록 에어플레인 버전
‘g스탠드’로 텀블벅에 참여했었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텀블벅에 선보이기 전에 와디즈에 먼저 냈는데, 베이직 버전인 그림이 없는 것과 지금 것 두 개를 같이 했어요. 와디즈에서 한 것보다 지금 선보인 것이 더 개선된 디자인이에요. 그 전 버전은 노트북과 책을 올려서 사용할 수 있게끔 제작했고, 개선된 버전은 노트북보다는 책에 좀 더 특화돼 있어요. 책장을 넘기기 편하게 디자인 했고 각도도 좀 더 세웠거든요. 그래서 텀블벅에서 새 버전으로 다시 펀딩 하고자 했습니다.
책이나 다른 물건을 받힐 때 쉽게 쓰러지지 않는 비법이 있나요?
책받침 면과 기둥의 각도가 중요합니다. 또 종이가 한 번 꺾이면 강해져요. 그냥 반 접어서 세워 놓으면 금방 쓰러지는데 여러 번 꺾이면 서로 밀어주는 힘이 있어 튼튼하고, 지탱하고 있는 책의 무게를 분산시켜주기 때문에 잘 견디거든요. 굉장히 약한 종이지만 또 이렇게 힘을 발휘하기도 해요.
g스탠드의 종이는 여러개가 전부 꺾여져 있어 무게가 나가는 책들도 지탱할 수 있다
g스탠드의 디자인이나 그려진 그림들은 어떻게 구상하신건가요?
로사이드와 서부장애복지원에 도움을 받아 발달장애 아티스트 분들을 섭외하고 직원을 채용하기도 하는데, 그 분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요. 각자가 구상하는 스타일에 맞춰 디자인 작업들은 창의적이고 자율적으로 진행합니다.
발달장애 아티스트 분들과 협업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장애에 대해 잘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나중에 개인적인 아픔을 한 번 겪은 뒤 이 주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그 뒤로 그들을 더 알고, 도움을 주고 싶어서 중증 장애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시설에서 가서 봉사활동을 했어요. 그 때 제가 간 곳이 경복궁 옆 서촌에 위치한 어느 복지 시설이었는데, 그 곳에선 아이들이 스무 살이 넘으면 독립해야했어요. 갈 곳 없는 아이들에게 큰 부담이었죠. 이러한 청년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인 기관이 부족했어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서부장애복지관에 청년발달장애인들이 지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직접 그 곳에 가서 그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봤어요. 아이들과 디자인 활동도 하고 여러 가지 봉사활동도 하면서 이 친구들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이 있는 걸 캐치했죠. ‘아 얘는 그림에 감각이 있구나’라든가 ‘이 아이는 색감이 좋구나’ 와 같이 각자 지닌 소질들을 발견했어요. 그 과정에서 이 친구들이 단순히 누가 시켜서 하는 노동이 아닌, 자신들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활동도 같이 할 수 있게끔 협업과 채용을 통한 수익구조를 기획했습니다.
그래이프랩 스튜디오 멤버들
그레이프랩의 향후 계획은?
지금 고용된 발달장애인 다섯 분 정도와 함께 더 많이 작업하고, 그림을 그리는 멤버들도 더 확장하고 수익구조도 늘리려 합니다. 특히 올해는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음 달 뉴욕에서 열리는 스테이셔너리 박람회 참가를 통해 우리 제품을 어필하고, 해외 시장을 넓힐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
사진제공_ 그레이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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