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31
얼마 전 홈쇼핑에 좀 특별한 방송이 등장했다.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가 판매된 것. 그림을 정기구독한다?
핀즐은 매달 새로운 그림을 받아볼 수 있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다. 사진 속 그림은 일본 작가 반나이 타쿠의 작품.
잡지나 신문을 구독하는 시대를 넘어 와이셔츠, 화장품, 식재료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정한 금액을 내면 영화나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큰 인기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 불리는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유통 서비스는 새로운 문화가 됐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신개념 구독 서비스가 우리를 찾아왔다.
매월 새로 나온 잡지를 받아보는 것처럼 매달 새로운 그림을 받아볼 수 있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핀즐(Pinzle)이다. 진준화 대표는 우리가 책이나 영화, 음악처럼 그림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자 핀즐을 만들었다.
매거진 매달 아트프린트와 핀즐노트가 지관통에 담겨 배송된다.
작가 인터뷰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상 〈핀즐필름〉을 제작한다. 독일의 작가 미켈라 피키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서비스를 신청하면 매달 A1 사이즈의 아트프린트와 아티스트를 찾아가는 과정, 아티스트의 라이프스타일, 작업방식 등이 담긴 매거진 〈핀즐노트〉가 배송된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작가가 직접 전하는 철학과 삶, 작업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 〈핀즐필름〉도 볼 수 있다.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Publishing & Print Media 분야에서 위너를 수상했다.
작가들도 매달 새롭다. 화가부터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작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작가들을 선별한다. 2017년 9월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반나이 타쿠, 마치야마 코타로, 프랑스의 뱅상 마에, 아카트레 스튜디오, 독일의 기욤 카시마, 미켈라 피키 등 해외에서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해오고 있다.
핀즐은 독창적인 아트 미디어로서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Publishing & Print Media 분야에서 위너(Winner)를 수상하기도 했다. 출판·인쇄미디어 부문에서는 국내 최초 수상이다.
핀즐 진준화 대표는 그림을 감상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핀즐의 기획 배경
3년 전 결혼을 했어요. 신혼집을 꾸미는 과정에서 그림을 하나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그림은 너무 비싸거나, 제 취향에 맞지 않았어요. 인스타그램만 보더라도 해외에 너무 멋진 아티스트들이 많은데, 왜 한국에선 그들의 그림을 구할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또,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공간에 들이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그냥 익숙한 배경이 되어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매월 새로운 아티스트의 작품을 매거진처럼 제공하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를 만들게 됐습니다.
(왼쪽)마치야마 코타로, 〈Empty〉, (오른쪽)낫다오, 〈Embrace Your Memory〉
작가 선정 기준
정성적인 부분과 정량적인 부분을 함께 보고 아티스트를 선정합니다. 정성적인 부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작품인지’로 판단하는데요. 핀즐의 멤버들이 모여 이러한 정성적인 기준을 토대로 전 세계의 아티스트를 아카이빙 해요. 이렇게 아카이빙 한 아티스트는 핀즐 인스타그램(instagram@pinzle_curation)에서 꾸준히 소개하고 있어요.
아카이빙 한 아티스트 중 인스타그램이나 비핸스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느 정도 반응(좋아요 혹은 팔로우)을 얻는지, 현지에서 전시를 어느 정도 진행하는지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최종 아티스트를 선정합니다.
에스토니아의 사진작가 안드레스 가야르도의 초청 전시
안드레스 가야르도의 사진 촬영 워크샵
해외 아티스트 전시 및 워크샵 개최
지난해 2월에 에스토니아의 사진작가 안드레스 가야르도를 초청해 해방촌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어요. 그의 눈으로 본 서울 〈URBAN GEOMETRY SEOUL〉 작품을 전시하고, 시청 부근의 건축물을 촬영하는 워크샵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어요.
프랑스 작가 뱅상 마에의 작품. 핀즐은 그림을 좀 더 가깝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홈쇼핑 판매, ‘업계 최초의 만남’
요즘 정기구독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어요. 생필품은 물론이고, 면도기, 꽃 등을 구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죠. 홈쇼핑 고객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독특함보다는 가성비가 중요하고,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시장이죠. 그런 와중에 현대홈쇼핑에서 저희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한 거예요. 홈쇼핑 시장에 정기구독 비즈니스를 처음 도입한 것이죠.
감사하게도 현대홈쇼핑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생방송을 준비하게 됐어요. 스타트업으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죠. 4개월가량 함께 준비했고, 방송 역시 잘 됐어요. 홈쇼핑 메이저 4사 중 시청률은 1등을 했고, 문의도 굉장히 많았어요.
매출은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어요. 핀즐은 어떤 그림이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정 기간의 구독신청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만큼 새롭고 놀라운 경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죠. 앞으로 어떤 그림을 받게 될지 모르는데 돈을 쓰는 것 자체가 홈쇼핑 사용자들에겐 조금 생소했던 것 같아요. 다만, 시청률과 문의 수에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구독자 수 및 발행부수
핀즐 론칭 첫 달엔 300부를 발행했어요. 현재는 약 700명의 정기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자사몰과 29CM 등에서 개별 판매까지 이루어져 월에 약 900~1,000부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핀즐의 진준화 대표
아티스트 에이전시 사업으로 라이프스타일 시장 진입
단순히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만을 위해 핀즐을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핀즐은 그림 정기구독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 있는 해외 아티스트를 확보하고,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엔 아티스트 에이전시 사업과 그림 생산 및 유통 사업을 동시에 시작하려 해요. 에이전시 계약을 통해 경쟁력 있는 아티스트를 확보하고, 그들의 IP를 활용해 다양한 작품과 굿즈 등을 생산해서,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등 라이프스타일 시장 전반에 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까지도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핀즐(www.pinz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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