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0
‘알렉스 카츠’展이 열리고 있는 대구미술관 전경©Design Jungle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알렉스 카츠(Alex Katz, 1927~) 개인전이 대구에 착륙했다. 대구미술관에서 지난 19일부터 열린 ‘알렉스 카츠’展은 그의 작업세계 전반을 보여주는 대규모 전시로 아시아 최대 규모전이다.
5월 2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인물과 풍경을 그린 대형회화, 인물 초상화(43점), 풍경화(20점), 드로잉(36점), 습작페인팅, 그리고 컷아웃(cutout, 13점) 조각 등 1950년부터 현재까지 반세기가 넘는 작가의 여정을 볼 수 있는 작품 110여 점이 소개된다. 특히 작가 요청으로 뉴욕 휘트니미술관 소장품 <레드 스마일, The Red Smile>(1963)은 현재까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부인 에이다(Ada)를 그린 대표작으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다.
전시 공간별로 대형 인물화, 풍경화 그리고 작은 페인팅과 드로잉, 컷아웃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1950년대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1전시실에 소개되고, 1959년 첫 제작을 시도한 후 196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 오고 있는 컷아웃 조각 13점이 미술관 중앙에 위치한 어미홀에 전시된다.
컷아웃 조각 13점이 전시되고 있는 어미홀 전경©Design Jungle
1927년 뉴욕 브루클린 출생으로 현재 뉴욕과 메인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알렉스 카츠는 1946년부터 1949년까지 뉴욕 쿠퍼 유니온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메인주에 있는 스코히건 회화조각학교에서 수학했다. 스코히건의 풍부한 자연 환경과 야외 풍경화 작업의 경험은 화가로서의 삶을 확고히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잭슨 폴록, 마크 로드코 등 추상미술의 영향 하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전개한 알렉스 카츠는 데이비드 살리, 리차드 프린스, 피터 도이그 등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주요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작가는 추상이 우세했던 1950년대 미국 미술계의 흐름에 역행해 구상회화를 전개하면서 본인의 독특한 회화적 스타일과 감성을 키워갔다. 1954년 첫 전시 이후 페인팅, 드로잉, 조각, 판화 등 여러 분야에서 왕성한 작업을 선보이며 당시 예술과 문화의 주요 흐름 중 하나였던 팝아트와 추상표현주의 요소를 자유롭게 차용했다. 1960년대 영화, 뉴욕 거리의 광고판(빌보드), 음악과 같은 대중문화로부터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아 이를 작품에 반영했는데, 거대한 크기의 인물 초상화와 풍경 그리고 일상의 단면들을 독창적인 시각과 제스처로 담아냈다.
전시장 내부 모습
<12시간> oil on linen, 274.3×680.7cm, 1984
<1월 3> oil on linen, 200×419cm, 개인소장 런던 1963
<시드니와 렉스2> oil on linen, 182.9×243.8cm, 1975
인물초상
가족, 친구 또는 동료 작가, 문인 등은 카츠의 인물 초상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대상이다. 특히 부인 에이다는 1957년 이후 현재까지 약 300점에 가까운 작품에 등장한다. 인물초상화는 원근감이 없는 단색의 배경 위로 과감하게 잘라내고 확대함으로써 빌보드와 유사한 시각 효과를 획득하게 됐다. 작품 속 인물들은 복잡한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으며 단순하고 선명한 색채 속에서 절제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인물 초상에서는 몇 가지 색채로 구성되는 넓은 색면, 원근감이 거의 없는 공간성, 절제된 윤곽선으로 채워지는 표현 방식 그리고 대상을 과감하게 잘라내거나 확대함으로써 빌보드와 유사한 시각 효과를 획득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선명하고 밝은 색채와 거대한 스케일의 적용은 팝아트에서 구사하는 과장된 요소들을 자신만의 회화적 양식으로 재해석한 결과물로 그의 작품세계는 세계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대중의 사랑도 함께 꾸준히 받아왔다.
<풀> oil on linen, 182.9×243.8cm, 1993
<오후 4시 30분> oil on linen, 243.8×487.7cm, 2007
풍경, 꽃
1960년대 후반부터 인물뿐만 아니라 꽃과 풍경도 캔버스에 담아냈다. 울타리에 가득 핀 장미와 흐드러지게 핀 봉선화등 인물에서 꽃으로 그리는 대상을 옮겨온 작가는 꽃을 자의식 강한 고독의 존재로 봤다. 이후 나무와 들판, 대륙과 바다와 같은 야외풍경 역시 중요한 소재로 다뤘다.
이번 개인전을 통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풍경과 빛 그리고 가족과 주변인을 특별한 인상과 기억으로 재현하는 알렉스 카츠의 회화를 긴 이야기나 진지한 개념 대신 오롯이 작가가 보고 즐겼을 그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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