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8
5층 전시정 전경©Design Jungle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사랑받기를 원하며, 생전에 몰랐던 이들의 머릿속에도 남아 역사의 별이 되고자 한다.
인간의 불멸을 향한 욕망은 개개인의 삶을 추동하며 변화와 진보를 거듭해 역사를 이뤄왔다. 오늘날 인간의 존재는 사후에도 데이터로 영생이 가능하다. 근 미래에는 한 사람의 뇌 속에 일생 동안 축적한 기억이나 경험이 AI를 통해 크라우드에 백업돼 저장되고 후세의 인간들이 삶 안에 함께 존속하게 된다.
그러면 세계에서, 사후의 생을 약속함으로써 유구한 시간을 존속해온 종교는 과연 어떤 역할로 살아남을까.
불멸에 대한 욕망, 디지털 클라우드로 재생됐다. 일민미술관에서 올해 첫 전시로 강이연, 권하윤, 서용선, 이우성, 조은지, 파비앙 베르쉐르 등 6인의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작업을 통해 역사, 신화, 종교, 사랑과 같은 불멸의 가치를 동시대성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구성한 ‘불멸사랑 Immortality in the Cloud’이 현재 열리고 있다.
불멸사랑, 1층 전시장 전경, 파비앙 베르쉐르 작가©Design Jungle
©Design Jungle
오는 5월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 근대 100 년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으로 “되쓰기”를 주목한다.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강이연, 권하윤, 서용선, 이우성, 조은지, 파비앙 베르쉐르 6인의 시각 예술가들은 각자 다양한 배경과 표현 매체, 방식을 통해 근대의 선형적 역사관 속에 은폐되고 망각된 역사를 재등장시키며, 타자와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재구성되는 새로운 역사 쓰기를 선보인다.
또 퍼포먼스, 드로잉, 월 페인팅, VR, 프로젝션 등 다양한 매체로 “이야기하기”한다. 구술사, 신화, 자신 또는 타인의 기억 등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서사 방식을 선보이는 6인의 작가들은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진리로서의 역사가 아닌, 원형으로 되돌아가 재생되거나 새롭게 생성되는 역사의 가능성을 시각화하기 위해 가변적 성질의 형태로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여 관람자들을 신체적으로 몰입시킨다.
3층 전시장에 펼쳐진 강이연 작가의 <연속체(Continuum)> 2019 동영상 전시, GPS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플랫폼, Amazon, Netflix, YouTube 상의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문화를 소비하는 이 시대, 역사의 주체로서 인간의 존재와 신체성에 주목한다. Continuum (2019)은 끊임없이 시공간을 확장하며 나아가는 현시대 역사의 흐름 안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Design Jungle
3층 강이연 작가 전시(사진제공: 일민미술관)
5층에서는 ‘신문박물관’에 틈입한 동시대미술, 한국 근대 100년의 기록을 재맥락화 해본다. 한국 근대 100년의 역사적 사건들을 기록하고 한국 신문 130년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있는 신문 박물관(일민미술관 5층)의 장소성과 역사적 맥락에 권하윤, 서용선 등 동시대예술가들의 작업이 실험적으로 개입한다. 기존의 선형적으로 구성된 박물관 콘텐츠들을 유기적 또는 단절적으로 재 맥락화하며, 동시대 미술 전시의 새로운 큐레이토리얼 담론을 제시한다.
5층 전시장에 놓여진 서용선 작가의 <붓다(Budda)> 2015, 작품들. 왼쪽부터 붓다 5, 붓다 3, 붓다 4 ©Design Jungle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신문의 역사©Design Jungle
상단 왼쪽부터 한성순보 1883.11.20, 독립신문 1899.5.19, 매일신문 1898.11.8, 제국신문 1899.3.10, 아래 왼쪽부터 한성주보 1886.8.23, 가운데 큰 면 황성신문 1899.5.8, 작은 면 1909.2.18, 대한매일신보 1909.5.2©Design Jungle
한편 지금 현재는 문자와 인쇄술에서 하이퍼텍스트로 탈 역사 시대의 History를 되쓰기 한다. 밀레니얼 세대 젊은이들은 빅데이터와 인터넷 환경에서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새로운 이미지로 발굴해낸다. 계몽주의 전통의 근대적 역사 쓰기가 직선적, 선형적 시간관에 의한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은 현재나 미래의 시간 속에 항상 먼 과거의 시간이 잠재돼 있는 순환적 시간관을 갖게 한다.
우리는 승자의 입장에서 써왔던 역사 쓰기에서 탈피해 은폐되고 감춰졌던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역사 쓰기가 가능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성의 조건 아래 역사가 어떻게 새로운 양식화를 이루는지 살펴보자.
기자의 책상 부스, 세월이 흘러 기록의 방식은 달라졌지만 오래된 기자의 책상 위에는 분주한 한낮과 치열한 밤의 흔적이 배어있다©Design Jungle
한국 근현대사 기념비적 사진들©Design Jungle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
촬영협조_일민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