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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종이와 컨테이너, 그 속에 예술을 담아내다.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

2006-09-19


종이와 컨테이너로 만든 미술관이라 하면 인형놀이에나 쓰이는 종이로 만든 집이나 수출입 선박에서나 볼 수 있는 컨테이너의 삭막한 모습을 떠올리거나 어떠한 모습 조차 상상불가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을 뒤집고 상상을 초월하는 건물로 그 자체가 크리에이티브한 작품인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은 디자인 하우스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행된 프로젝트로 지난 15일 놀라울 만큼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거대한 종이 기둥이 천정을 떠받치고 건물 외곽을 구성하고 해외 곳곳을 누비던 컨테이너들은 근사한 벽으로 전시 공간을 만들어 냈다. 353개의 Paper Tube와 166개의 Container가 알파벳 ‘D’ 모양을 이룬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은 미술관 전면에 컨테이너가 만들어낸 공간인 컨테이너 갤러리와 그 컨테이너 갤러리를 둥글게 반원을 그리며 기둥을 세워 만든 기존의 네모난 공간과는 전혀 다른 반원의 길을 만들어 낸 페이퍼 갤러리로 나뉜다. 그리고 컨테이너와 종이 기둥 사이에 루나 가든이라는 휴식공간과 함께 주위 환경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은 채 사뿐히 안착하고 있었다.


개관과 함께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에서는 ‘여자를 밝힌다’, ‘브랜드를 밝힌다’는 표제 아래 두 갤러리에 나뉘어 전시를 열고 있다. 이미 건물 자체로 이슈가 되고 작품인 미술관은 여자와 브랜드라는 쉽지만 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 있는 주제로 관객의 접근을 좀 더 쉽게 해주었다.



제 1전시장인 페이퍼 갤러리에는 낸시랭, 김중만, 정구호, 조덕현 등 전분야 국내 최고의 멤버로 구성된 아티스트 30인이 ‘여자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명성황후, 유관순, 황진이 등 우리 역사 속의 대표적 여성을 재조명하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작품이 전시된다. 이는 각각의 시대에서 창의적인 마인드로 살아온 ‘여자’를 통해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창의성을 일깨우자는 뜻에서 기획됐으며, 대표적 인물은 고전학자 조용헌과 고미숙이 추출했다. 미술, 패션, 사진, 디자인 등 각기 다른 전문분야를 가진 아티스트들의 상상력을 맘껏 즐기는 것과 동시에 관객 스스로도 그 물음에 답을 구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제 2전시장에는 디자인계 김현, 손혜원, 광고계의 최창희, 백종열 등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 30인이 ‘브랜드를 밝히다’라는 주제로 애니콜, KTF, NAVER, 백세주 등과 같은 국내 최고의 브랜드 30여 개에 대해 컨테이너 공간을 활용하여 예술로 표현함으로써 국내에서는 최초가 될 아트 마케팅 전시관이 들어선다. 가로×세로×높이 2.5m 안팎의 컨테이너 박스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브랜드와 예술의 만남이 기대되는 전시이다.

하나, 비가 오거나 불이 났을 때 종이 기둥의 운명은?!
페이퍼 테이너의 주 자재로 쓰인 종이 기둥은 건물 안에 얌전히 모셔진 것이 아닌 외벽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이 과연 비나 불 등에도 멀쩡히 버틸 수 있을 지 염려되는 것이 사실, 페이퍼 테이너의 종이 기둥은 방수와 방염 가공이 되었으며, 이미 건축가 ‘시게루 반’으로 건축 재료로서의 ‘종이’는 수많은 실험과 심의 과정을 거쳐 강도가 세고 안전하다고 입증되었으며, 독일과 일본 정부는 종이구조를 주요건축 구조재로서 건축법에 등재해 법률적으로 인정을 받은바 있다.

둘, 전시가 끝난 뒤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은 어디로?!
미술관이 이동을 한다! 종이로 만든 미술관이란 것도 놀라운데 그 거대한 몸집을 들고 옮긴단다. 페이퍼 테이너가 친환경적인 건축물이란 것과 연관성이 있는 사항으로 종이 기둥과 컨테이너 박스는 건물을 짓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시멘트와 물을 사용하지 않아 건축과정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장점과 함께 이미 건축에 사용된 소재를 그대로 재 사용해 다시 미술관을 지을 수 있어 다양한 지역과 국가를 순회하며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페이퍼 테이너 뮤지엄은 4개월간 서울에서 전시를 마친 후 부산, 광주 등의 지방 순회 전시를 계획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사카, 상해 등의 해외 전시까지 검토 중이다.

셋, 페이퍼 테이너의 건축가 시게루 반은 누구?

1957년 도쿄 출생으로 남캘리포니아 건축대학(SCI_ARC), 쿠퍼유니온에서 공부하고 1986년 ‘반 시게루 건축설계’를 설립했다. 1995년 UN 난민사무소(UNHCR)의 컨설턴트로서 난민용 셸터 개발에 관여했다. 시게루 반은 1986년 처음으로 종이를 건축의 일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1991년 영구적인 페이퍼 튜브 하우스를 건축한 후 독일의 저명한 구조학 교수인 프라이 오토를 만나면서 그의 종이 건축은 여러 가지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이론적으로, 구조학적으로 종이를 건축물의 구조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2000년 하노버 엑스포에서 순수 지관의 거대한 전시관이 일본관으로 건립되면서,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건축물에 관한 법률을 운용하는 나라인 독일과 일본 정부는 종이 구조를 주요 건축 구조재의 하나로 건축법에 등재함으로써 법률적으로 종이구조를 인정하게 된다. 종이가 주는 따스함처럼 건축물을 필요로 하는 모든 계층의 인류에게 건축가는 봉사하는 자세로 작업에 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따뜻한 마음의 건축가이기도 하다.


페이퍼 테이너는 그 자체로 예술적인 건물로 평가될 수 있다. 종이와 컨테이너, 일체의 산업자재를 거부한 친환경적인 건축물인 동시에 세계 곳곳을 누비는 컨테이너처럼 공간을 이동하며 전 세계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으로서 미술관 자체가 예술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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