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8
과거엔 귀엽다는 이유에서 혹은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나 고양이를 선택했고, 사람은 주인으로서 그들을 길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강아지와 고양이가 단순히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물 이상임을 경험하면서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은 점차 바뀌었고, 우린 이제 ‘애완동물’이라는 말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
반려동물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반려인은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반려동물을 위한 전문병원, 먹을거리, 입을거리는 점차 다양해지고, 반려인들의 선택의 폭 또한 넓어졌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들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반려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 좋은 것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반려인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반려동물이 디자인을 누릴 권리에 대해선 얼마나 생각해 보았을까.
그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반려동물이 직접 선택할 수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 반려동물을 생각하고 디자인한 것이라면 충분하지 않느냐 하는 반문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권리를 생각한 디자인이 다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울팟은 반려동물의 디자인 권리를 지지하는 브랜드다.
반려동물의 디자인 권리를 지지하는 그룹 하울팟(HOWLPOT)은 ‘Home Furnishing for Companion Animal’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로 반려동물을 위한 배려가 담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근무하다 퇴사하고 함께 브랜드를 설립한 안중근, 임동률 대표는 사람이 쓰는 제품과 동등한 디자인 가치를 적용해 애완동물 용품이 아닌 반려동물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강아지들의 땅을 파는 습성을 반영한 하울리
사람을 위한 가구와 동일한 구조 방식으로 제작된 마이테리토리(MY TERRITORY)
이들은 반려동물 하우스에 강아지들의 땅을 파는 습성을 반영하면서도, 반려동물의 쾌적하고 안락한 휴식을 위한 디테일을 담았고, 강아지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최소화한 기능성 옷을 디자인했으며, 행동풍부화를 고려해 난이도별로 후각활동을 할 수 있는 노즈워크 토이를 개발했다. 그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 교육, 미용 등의 서비스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을 선보이는 디자인 스튜디오 하울팟, 반려동물 호텔 및 유치원 하울팟케어센터, 컨비니언스 브랜드 하울고를 통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하울팟의 이야기를 안중근 대표로부터 들어본다.
많은 제품 디자인 영역 중 반려동물 제품으로 결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우선 저희 둘 다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고요, 무엇보다 디자이너들이 반려동물 관련업에서 역할을 발휘하기에 좋은 시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로 바라보았을 때 아직 발전이 많이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제품을 만드는 일이었기에 반려동물 제품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죠. 하지만 제품 브랜드라기 보다 궁극적으로는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서비스 및 제품으로 반려동물 관련 토털 브랜드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어요.
‘하울팟’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동물들의 다양한 욕구에 의한 울부짖음 ‘하울링(howling)’과 그릇의 ‘팟(pot)’을 합쳐 ‘하울팟’이라고 지었어요. ‘하울팟’이라는 이름에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생각하는 다양한 욕구에 의한 울부짖음을 하나의 그릇에 담아 풀어주겠다’는 의미를 담게 됐어요.
하울팟의 반려동물 하우스 하울리.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리빙 카테고리에서 반려동물 하우스로는 세계 최초로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울리(HOWLY)는 디자인이 독특하고 예쁘기도 하지만, 들어갈 수 있다면 직접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무척 편안해 보여요. 어떻게 이런 디자인이 탄생했나요?
처음 하울리를 개발했을 때 사람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던 과정과 같은 프로세스로 시작을 했어요. 디자인을 할 땐 항상 사용자 분석을 통해 어떤 포인트로, 어떤 제품을 개발할 것인지를 고민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요, 그렇게 봤을 때 저희 제품의 사용자는 반려동물과 사람 둘 다로, 이 모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어요.
주변의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과 또 저희의 경험을 바탕으로 계속적인 리서치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반려동물 중에는 오픈된 쿠션을 불안해하는 아이들과 폐쇄된 하우스를 겁내하는 아이들, 각각의 성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는데, 여기에 구석진 공간을 파고드는 반려동물의 습성을 반영해 반오픈형태의 하우스를 개발하자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게 됐어요. 또, 사람의 입장에서는 집에 놓았을 때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한 오브제의 역할과 동시에 보관과 이동이 편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울리가 탄생하게 됐어요.
동물을 키우는 ‘주인’ 혹은 집사들을 위한 예쁜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려동물도 디자인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셨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동물을 잘 돌보고 함께 사는 것’ 이상의 개념 같은데요.
네, ‘반려동물’이라는 말처럼 ‘그들이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에요. 우리가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듯 반려동물들의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하나, 둘씩 바꿔 나간다면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도 만들어지겠죠?
생선 모양의 반려묘 장난감은 장난감 모양뿐 아니라 포장 디자인까지 참 기발해서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를 즐겁게 해주고 있어요.
생선 모양의 캣닢토이를 가지고 노는 반려묘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만들게 됐어요. 제품의 포장 또한 마트에서 생선을 팔 때처럼 일회용기에 랩핑이 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고요. ‘연어 반마리’, ‘연어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2가지 제품을 출시했는데, 다행히도 저희가 예상하던 그림이 그려지고 있어 만족하고 있어요. 제품의 형상, 기능, 패키지 등 하나의 콘셉트로 그 제품에 어울리는 모든 것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즈워크 토이_라면. 후각활동, 행동풍부화 토이로, 난이도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 하나 핫한 제품이 노즈워크 토이_라면인데요, 강아지들이 정말 좋아하는 핫한 토이인 것 같아요.
노즈워크 라면 토이는 신발끈이나, 실타래와 같은 로프를 좋아하는 반려견들의 습성에서 시작하게 됐는데요, 노즈워크(Nose Work, 후각활동)를 통해 간식을 찾는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완화 및 행동풍부화를 위해 디자인했어요. 100% 면 끈을 이용해 라면이라는 이미지와 연결시켰고, 면발에 붙어있는 토핑을 통해 간식을 숨기는 기능을 더했죠. 용기 또한 반오픈되는 뚜껑에 자석을 이용한 잠금장치를 추가해 난이도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전 세계에 이런 방식의 장난감은 저희가 최초예요.
동물들의 습성을 잘 알아야만 할 수 있는 디자인 같은데요, 반려동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특별한 노하우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저희는 모든 제품을 행동 전문가와 디자이너들이 함께 개발하고 있어요. 그래서 반려동물을 위한 독특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신문지 리사이클 패키지가 적용된 간식. 환경친화적일 뿐 아니라 노즈워크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됐다.
하울고 간식 라인을 통해 신문지를 재활용한 패키지도 선보이셨어요. 소재와 디자인이 모두 특별해 보이는데, 이런 패키지를 디자인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신문지 리사이클 패키지를 진행한 첫 번째 이유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더해 환경친화적인 패키지를 진행하고 싶었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로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위해서였어요. 지퍼백이나 비닐로 포장된 대부분의 간식 패키지 사이에 종이 펄프의 패키지가 놓인다면 좀 다른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이 패키지와 간식을 통해 노즈워크가 가능하게 하고 싶었어요. 펄프 패키지에 간식을 넣고 캡을 닫은 후 아이들에게 주었을 때 후각활동을 하며 패키지를 뜯거나 흔들어서 간식을 빼먹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패키지가 그냥 버려지지 않도록, 또 하나의 기능을 추가하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어드벤처 시리즈
국내 벨트 제작 30년 경력의 장인이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위아타잇(WE ARE TIGHT)
어드벤처 시리즈(ADVENTURE SERIES)는 자수도 귀엽고 예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디자인, 제작됐나요?
어드벤처 시리즈-스카이(Sky), 마스(Mars), 고스트(Ghost)는 반려견들이 더 다양하고 새로운 곳을 산책했으면 하는 마음을 하울팟만의 색과 방식으로 표현한 시리즈예요. 하늘, 우주 등을 반려견이 자유롭게 모험하는 모습을 8비트 그래픽으로 그려냈고, 한 땀 한 땀 정성들인 섬세한 자수 방식으로 목줄, 리드줄, 하네스에 구현했어요. 앞으로 더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강아지에게 옷을 입히면 참 귀엽지만, 개인적으로는 옷을 입은 강아지들이 오히려 불편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해요. 하울팟의 강아지 옷은 소재나 디자인, 색감 등이 심플하면서도 세련돼 인기가 많은데, 강아지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사실 옷은 강아지들에게 불편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온도조절이나 외부 산책 시 스크래치, 진드기를 보호하기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것이라고 하기엔 억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신축성이 강한 니트 소재나 등만 덮어주는 케이프(Cape) 타입 등 불편한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또한 워킹수트(Walking Suit)와 같이 특화 제품을 개발해 스타일에만 집중된 옷이 아닌, 기능성으로 도움이 되는 옷들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어요.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 디자인 외에 전시, 반려동물을 위한 세라믹볼 만들기, 강아지 언어 이해하기, 반려견 마사지 워크숍, 영양학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신데요, 디자인을 넘어 반려동물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있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함께 계획하셨나요?
네, 저희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했었는데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이 모든 활동이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위한 브랜드에서는 많이 진행하고 있는 방향성이지만, 반려동물 브랜드에서는 이런 행보가 적었거든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통해 만나는 고객, 강아지, 관련 업체들을 통해서도 새로운 발상과 방향성들을 배우고 있어요.
하울팟부산케어센터
하울팟부산케어센터 유치원, 호텔, 미용, 교육 등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울팟부산케어센터는 단순히 잠시 아이들을 돌보아주거나 관리해주는 시설 이상의 공간 같아요. 어떤 곳인가요?
부산 기장군 힐튼호텔(아난티코브)에 위치해 있는 하울팟부산케어센터는 강아지 유치원, 호텔, 스파, 미용,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국내최초 긍정강화 트레이너 JD트레이너와 함께 협업으로 함께 진행하고 있죠. 특히, 유치원 프로그램은 정말 체계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데요, 셔틀 운행을 통해 픽업 서비스를 진행하고, 체계화된 교육을 받은 훌륭한 행동 전문가 선생님들을 통해 개별 바닷가 산책, 어질리티(Agility) 교육, 사회화 교육 등 풍부한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해요. 하울팟의 유치원이 전국 곳곳에서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반려동물 제품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지만, 하울팟의 다음 행보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현재 이를 위해 집중하고 있어요. 별개의 사업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하울팟의 행동 전문가 선생님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받고, 저희 디자이너들은 그 아이디어를 제품과 서비스로 개발하는데요,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시 케어센터에서 테스트와 피드백을 받게 돼요. 이런 순환구조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하울팟만의 차별화된 방식인데, 아마 이런 구조를 갖고 있는 브랜드는 몇 없다고 자부합니다.
하울팟의 브로슈어와 패키지에서 볼 수 있는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 ‘Doggy Planet’이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연어 낚시를 하는 강아지, 치과에 간 강아지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로 내용물을 전하기도 한다.
브로슈어와 간식 패키지에 담긴 그림이 눈길을 끌어요. 마치 한편의 동화 같은데요, 어떤 분의 그림인지, 어떤 콘셉트인지 궁금해요.
저희 회사의 차예리나 아트디렉터의 그림이에요. 저희 회사에서 나오는 모든 시각물을 총괄하며, 아트웍을 통해 제품 하나하나에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간식 패키지도 아트웍을 활용해 디자인했는데, 인간이 아닌 반려동물이 주 생명체로 살아가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간식의 재료를 주제로 삼아 그들의 세계를 디자인한 ‘Doggy Planet’이라는 콘셉트를 전달하고자 했어요. 그들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다양한 아트웍을 통해 경험하실 수 있어요.
프랑스 파리 봉마르셰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시는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계시죠?
LVMH와의 인연은 우연히 다가오게 됐어요. 지난해 한남동 백룸에서 하울팟 2주년 브랜드쇼를 진행했었는데, 그 기간에 마침 LVMH 본사의 최고경영자들이 내한을 했었고, 감사하게도 저희 브랜드쇼에 그분들을 모시게 됐어요. 그렇게 인연이 돼 그해 11월과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프랑스 봉마르셰백화점 1층에서 컬래버 팝업행사를 진행하게 됐어요.
수출은 현재 미국, 호주,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11개국에 하고 있는데, 각국에 어울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한국의 반려동물 브랜드 하울팟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에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시장이 커지면서 더 바빠지실 것 같은데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이 계속적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싶어요. 훌륭한 제품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드리고, 아이들이 행복하고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교육에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요즘 방송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이슈들이 점차 많이 보도되고 있는데, 사실 예전엔 더 많은 사고들이 있었지만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이 배경화되면서 최근에 들어서야 이슈가 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저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올바른 인식과 그 반려동물들이 살아가는데 행복한 환경,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하울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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