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4
‘여름’하면 떠오르는 색 ‘블루’를 테마로 하는 전시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디자인의 신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스팍스에디션(SPARKS EDITION)의 첫 개인전 ‘댄싱 블루(DANCING BLUE)’다.
스팍스에디션의 ‘댄싱 블루’ 전경
스팍스에디션은 조각을 전공한 장준오, 디자인을 전공한 어지혜로 구성된 디자이너 듀오다. ‘스팍스에디션’이라는 이름은 전기가 합선될 때 발생하는 ‘스파크(Spark)’와 원화와 복제품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에디션(Edition)’의 의미를 섞어 만든 것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이들의 활동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댄싱 블루’는 이들의 시너지를 비유하는 것으로, 평면과 입체의 영역을 아우르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들의 작품과도 어우러진다.
전시에서는 8월을 대표하는 색 블루를 테마로 지금까지 활동해 온 10년간의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 다수의 신작 등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장준오 작가(사진제공: 롯데갤러리)
전시공간은 크게 세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먼저 ‘파티클(Particle)’은 장준오 작가의 공간으로,작품의 재료, 구성요소, 작업과정에서의 여백, 균형, 조화를 다루며 공간 속에서 그 존재의 조화와 균형에 집중하는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다.
‘파티클’에 전시된 장준오 작가의 작품
전시장 안쪽 큰 테이블 위엔 파란색이 곳곳에 섞인 오브제들이 가득하다. 쇳덩어리, 시멘트 덩어리들로, 제각각 의미를 지닌 이 오브제들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얼굴이 없는 푸른 두상, 푸른 귀 등 모든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대형 모빌 작품 〈댄싱 블루〉. 플로리스트 김태희가 함께 했다.
맞은편에 놓인 〈댄싱 블루〉는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제작된 대형 모빌 작품이다. 푸른 안료가 시멘트 몸통 곳곳에 파도의 모양처럼 자리하고 있다. 안료가 섞인 시멘트 지지대 위로 금속 모빌이 설치돼 있는데, 한쪽 끝엔 추가, 또 다른 끝엔 식물이 매달려 균형을 잡고 있다. 식물에 물을 주거나, 식물이 자라 무게의 변화가 생기면 모빌은 식물 쪽으로 기울어지는데, 그럴 땐 반대편의 추를 통해 균형을 잡는다. 작가는 관심과 애정으로 생물과 무생물, 서로 다른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어지혜 디자이너(사진제공: 롯데갤러리)
‘블루머스(Bloomers)’는 어지혜 디자이너의 공간이다. ‘에너지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는 인체의 선이 식물의 선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고, 사람이 갖는 에너지, 감정, 기운의 흐름의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면 만개하거나 군집한 꽃의 형상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선, 캔버스 위에 떠있거나 부드럽게 유영하는듯한 꽃들은 즐겁고 생동감 넘친다.
어지혜 디자이너의 작품. ‘블루머스’ 연작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어지혜 디자이너는 음악과 영감을 연결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는데, ‘블루머스’ 연작 역시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명상 음악으로 유명한 데바 프레말(Deva Premal)의 곡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음악에서 의외의 리듬감을 발견하고, 각각 분리돼 있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추상의 형태들을 그리기 시작, 선들이 서로를 침범해 하나의 큰 존재를 구성하는 과정을 거쳐, 인체와 꽃 등의 모습이 완성됐다.
스팍스에디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표작들이 전시됐다.
‘레이어(Layer)’의 작품들은 어지혜 디자이너의 드로잉으로 시작돼 장준오 작가의 손을 거쳐 완성된 것들이다. 어지혜 디자이너가 재즈 뮤지션 델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음악에서 추상적인 유닛을 구상하는 힌트를 얻고, 즉흥적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재즈 뮤지션처럼 각각의 유닛을 자유롭게 배치했고, 장준오 작가가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발전시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전시작들은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스팍스에디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대표작들이다. 〈레이어〉 연작들은 보는 방식에 따라 마치 움직임이 달라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키네틱 설치작품 〈댄싱 블루〉
전시의 대표 작품은 〈댄싱 블루〉로, 스팍스에디션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며 만나게 되는 이 작품은 3미터에 이르는 크기와 움직임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이어’의 연장선상으로, ‘레이어’의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하는 이 작품은 아티스트 진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자력으로 구동하는 키네틱 설치작품이다. 관람객은 위치, 관점, 시간에 영향을 받으며, 다채로운 감상을 하게 된다.
스팍스에디션의 다양한 작업물을 소개하는 공간
스팍스에디션은 밴드 십센치(10cm)의 앨범 아트워크, 디자인-만화 출판사 쾅(Quang)의 비주얼 그래픽 작업, 라네즈, 아리따움, 정샘물 등의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장시켰고, 독창적인 디자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전시공간엔 스팍스에디션의 작업물을 아카이빙 형식으로 소개하는 공간을 마련, 이들이 그간 선보여온 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의적인 시각 작업물을 전시하기도 한다.
스팍스에디션의 작업을 통해 블루를 새롭게 느끼고, 다른 방식으로 경험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 25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