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전시 ⓒ 아름지기·이종근(사진제공: 재단법인 아름지기)

2004년부터 우리 전통 문화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대중에서 소개해온 재단법인 아름지기가 2019년 기획전시로 ‘고고백서(袴袴白書): 우리의 바지, 이천 년 역사를 넘어’를 마련했다. 

우리 고대 문화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활약한 유목민족 가운데 흑해 북부 초원을 지배한 스키타이 종족과 여러 면에서 맞닿아 있으며, 스키타이계 복식의 특징은 저고리(襦)와 바지(袴)를 기본으로 하는 유고제(襦袴制)로서 우리 복식의 기본 형태와 같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남녀노소가 착용해 온 ‘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고고백서(袴袴白書)’라는 제목은 ‘바지 고(袴)’ 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시대의 풍조나 미감에 따라 변화해온 바지의 조형적 형태와 실용적 쓰임을 조망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조선시대 전시 ⓒ 아름지기·이종근(사진제공: 재단법인 아름지기)

전시는 삼국, 고려, 조선 각 시대별 바지의 특징을 ‘역동적이고(袴) 화려하고(袴)’, ‘개방적이고(袴), 귀족적이고(袴)’, ‘절제되고(袴) 이중적이고(袴)’라는 키워드로 소개하며, 동암리 격자무늬바지 등 총 38개 작품을 선보인다.

삼국시대는 고구려 벽화 속 인물들의 복장에서 확인되는 직선적인 실루엣과 짙고 강렬한 보색 배열, 기하적인 문양 사용 등에서 호방하고 활달한 기마민족 특유의 역동성과 화려함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에는 송(宋), 요(遼), 금(金), 원(元) 등 주변 여러 민족국가와 긴밀한 교류에서 형성된 다양성과 우아하고 세련된 귀족 문화를 바탕으로 한 개방적이고 귀족적인 미감이 드러나는 바지들이 나타난다. 조선시대에서는 절제의 미(美)를 추구하면서도 다양한 형태와 고급 소재를 사용한 바지들을 통해 유교 문화 이면에 감추어진 이중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전통문화연구소 온지음 옷공방 장인들은 실제 유물과 사료 연구를 통해 시대별 바지의 소재, 문양, 색감, 기법 등을 고증했으며, 문헌 자료나 회화 작품 등에는 남아 있지만 입증 자료가 부족해 재현을 시도하지 못했던 전통 바지들을 실험적으로 재현함으로써 한국 복식사상 최초로 선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삼국시대 전통과 현대 작가 작품 전시 ⓒ 아름지기·이종근(사진제공: 재단법인 아름지기)

시대별 전통 의복과 함께 뮌(MÜNN), 부리(BOURIE), 유돈 초이(EUDON CHOI), 준지(JUUN.J), 파츠파츠(PARTsPARTs) 등의 현대 작가들과 현대 디자이너들이 삼국, 고려, 조선 시대로부터 영감을 얻어 현 시대의 감수성으로 재해석한 바지를 전시, 과거와 현대의 시대적 흐름과 아름다움을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다. 

아름지기는 “이번 ‘고고백서: 우리의 바지, 이천 년 역사를 넘어’전을 통해 우리 바지의 긴 역사를 반추함으로써 전통 의복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우리 의(衣) 문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작은 발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까르띠에, (주)이건창호,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 재단법인 아름지기 주최, 화동문화재단 공동 주관으로 이루어지며, 8월 30일(금)부터 10월 20일(일)까지 통의동 아름지기 사옥에서 진행된다. 무료전시이며, 8월 29일(목)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열리는 전시 개막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