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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카드보드지로 만드는 유니크 한 세상

2019-10-04

‘예술품이란 예술가의 예술적 의지에 따라 선택된 기성품일 수 있다’ -마르쉘 뒤샹-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날의 최대 화두는 ‘소통’이다.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 역시 관객과의 소통의 문제는 최대의 이슈가 아닐까 싶다. 여기 미술과 디자인 분야의 경계를 넘어 조우하는 전시가 있다. 관객과의 소통을 토대로 신선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스페인 그래픽 스튜디오 밀림보(milimbo)의 전시를 소개한다. 

 

광교 앨리웨이에 위치한 CR!TA Gallery에서는 스페인 그래픽 스튜디오 밀림보의 ‘Playful World’ 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유럽 전역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치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밀림보의 작품을 선보이며, 아시아에서 최초로 작품을 전시하는 자리로 의미를 더한다.

 

 

Trails Tales board game 

 

 

카드보드지로 만나는 세상

밀림보 작품의 주된 재료는 카드보드지다. 카드보드지란 여러 겹의 펄프로 만드는 튼튼한 종이를 말한다. 카드보드지는 단순한 구조의 종이와 다르게 평면 종이 사이에 곡면을 준 종이를 접합하여 강도를 높인 것이다. 전시, 포장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공예나 디자인 작품으로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볍고 변형이 용이한 종이는 그 재료적인 특성만으로도 가변적인 형태들을 계속해서 창조해내기에 좋은 재료가 아닐까 싶다. 


밀림보는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인 카드보드지를 재료로 다양한 연출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 낸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보이는 전시가 아닌 작가가 만들어 놓은 열린 결말 속에 자연스레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며 작품과 하나가 되는 소통의 장을 만든다. 


이는 대중과 대면하는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인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탈피해 현대문화의 대표적인 재료이자 아이콘인 종이를 매개로 일상 속에 호흡하는 미술로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Phylum Fantasticum 

 

 

장난감이 된 작품,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은 동그라미, 네모, 세모를 비롯해 기하학적인 모양의 카드보드지 모듈을 가지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다양한 모양의 모듈을 조립해 세상에 없는 수많은 변이 생명체를 탄생시킨다. 착색이 가능한 카드보드지 모듈 위에 아이들은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더해 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한다. 이미 조각된 카드보드지 모듈에 아이들은 체험이라는 행위를 더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이곳은 ‘Phylum Fantasticum’이란 체험 공간이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데에 정해진 연령은 없다’라고 말하는 밀림보의 작품 철학을 반영해 완성된 공간에서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카드보드지 모듈을 조립하며 스스로 작품을 창작해볼 수 있다. 관람객은 다양한 형태로 변모할 수 있는 카드보드지 작품의 가능성을 접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칠 수 있다

 

 

Into the woods

 

 

전시장 한편에 설치된 카드보드지로 완성된 작은 숲은 이리저리 연결되는 미로처럼 보인다. 
이는 ‘Into the woods’라는 작품이다. 2014년부터 시작해서 밀림보가 유럽 전역에서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는 작품의 연작이다. 그들은 어두운 숲 안에 들어온 효과를 자아내기 위해 조명과 배경 음악을 이용해 전시 공간을 연출한다. 숲을 연상시키는 건축적 구조로 이뤄진 카드보드지 설치물은 마치 미로처럼 연결되어있으며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는 공간의 구축으로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그림자놀이를 하기도 하고 공간을 옮겨가며 자신만의 아지트를 갖는 상상을 해본다. 밀림보는 가볍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내구성도 좋은 카드보드지를 소재로 다양한 연출을 선보이며,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관객과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 가지의 재료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가지고 작품을 완성하는 밀림보는 작품의 주제를 이미지로 각인시키는 스토리텔링에 심혈을 기울인다. 재미있고 즐거운 작품을 완성하고자 이미지로 전달되는 작품을 다방면으로 구현되도록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이어간다. 

 

 

 

 

밀린보 스튜디오란?
밀림보(milimbo)는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그래픽 전문 스튜디오다. 이들은 2007년부터 ‘그림을 통한 소통’이라는 의미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카드보드지로 만든 창작품을 비롯해 포스터, 그래픽, 아이덴티티, 일러스트레이션 동화책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스튜디오의 구성원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후안호 G. 오예르(Juanjo G. Oller)와 그의 아내이자 교사인 트리니타트 오르시나(Trinitat Olcina)이다. 


처음 이들의 작업은 2007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작은 북 페어였다. 북 페어를 통해 포스터와 동화책을 선보이다가 본격적으로 카드보드지 작업이 이뤄진 시작점은 딸의 생일이라고 한다. 2011년 딸의 생일 선물로 만든 카드보드지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고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영감을 얻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들의 작품은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대담한 통찰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해 디자인의 진정한 가치와 가능성을 증명한다. 


대상과의 소통을 위해 장르를 구별하지 않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디자인 영역에서 멈추지 않고 영역을 계속 확장 시켜온 그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Milimbo portrait 

 

 

놀이를 통해 카드보드지 작품에 숨겨진 과학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예술적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전시 연계 워크숍 ‘Keep on playing’은 2019년 발렌시아 대학의 건축가들이 ‘장난감 건축실’에 소장한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성하는 경험을 가능케 하는 이번 워크숍은 전형적인 형식에서 탈피한 자유로운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밖에 이번 전시에는 밀리보 아카이빙 영상을 비롯해 10점의 포스터와 글 없는 동화책 다수가 전시된다. 전시 공간안에서 작품과 동화되어 보고 느끼고 직접 체험하며 작품도 만들어 볼 수 있는 ‘Playful World’ 전은 12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에디터_한혜정(hjhan@jungle.co.kr)

사진제공_CR!TA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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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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