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
습도가 낮고 건조한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정전기. 누구나 한 번쯤은 정전기 때문에 깜짝 놀라거나 불쾌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정전기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마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모피로 호박(화석)을 문지를 때 호박이 작고 가벼운 물체를 끌어당기는 현상을 보고 정전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스어로 호박은 일렉트론(Electron)이라 하는데, 오늘날 전기(Electricity) 용어의 기원이 여기서 비롯된다. 이후 수많은 발명가의 연구 끝에 오늘날 일상생활 속에서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전기우주’ 전시전경 ⓒ Design Jungle
작가 신도시는 ‘문화역서울 284’ 로비 중앙에 커다란 조명을 연결해 ‘전기우주’를 모티브로 한 특별한 연주 〈60Hz Chorus〉 를 선보인다. ⓒ Design Jungle
여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전기를 예술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있다. 바로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고 있는 ‘전기우주’ 전이다. 11월 18일부터 시작된 ‘전기우주’ 전은 전기를 모티브로 한 최초의 전시라는 이유만으로도 특별하다. 전시명은 우주 전체에 가득 차 있는 전기 에너지의 흐름 안에 인간이 함께한다는 의미와 오늘날 실생활과 떼놓을 수 없는 전기의 중요성을 뜻한다.
‘전기우주’ 전시전경 ⓒ Design Jungle
공간이 분리된 전시장에는 전기와 전기산업의 역사, 전기의 생산과 전기 발전의 의미, 발전소와 발전설비의 원리 및 기계문명 등 일반적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전기에 관련된 요소들을 도면, 사진, 발전설비, 그래픽디자인 등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다양한 색상의 전구와 전기가 사물화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도구가 전시된 ‘전기우주’ 전시전경 ⓒ Design Jungle
참여작가는 권민호, 김학량, 박길종, 송호준, 신경섭, 신도시, 이응노, 일광전구, 전지인, 정성윤, 정재호, 티에리 소바주(Thierry Sauvage), IVAAIU CITY 등이다. 그들은 근현대기에 전기를 만들어내던 구 당인리 발전소를 직접 탐방하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권민호, 〈전기 풍경〉 ⓒ Design Jungle
전시는 크게 ‘기계미학’과 ‘전기와 일상’으로 나누어 구성된다. ‘기계미학’에서는 현재 전력생산을 멈춘 구 당인리 발전소를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구 당인리 발전소에서 가져온 설비, 안내문, 도면, 사진 등은 전기가 생산되는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 티에리 소바주는 발전설비 전체를 거대한 사진으로 선보인 아카이브 작업을 통해 화력 발전소의 역사와 변모의 흔적과 궤적을 담아내고 있다.
당인리 발전소 전경을 담은 드로잉은 작가 권민호의 작품이다. 발전소 방문으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완성된 그의 드로잉은 실제 도면을 기반으로 한 당인리 발전소 단면도에 작가만의 언어가 더해져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들로 채운 작품을 선보인다.
전지인, 〈TD0303290〉 ⓒ Design Jungle
작가 전지인은 작품 〈TD0303290〉을 통해 구 당인리 발전소의 멈춰있는 시간에 숨을 불어넣은 영상작업을 통해 한때 분주하게 움직이던 공간을 되돌아보는 자리를 만든다.
일광전구의 조명을 만드는 기계 ⓒ Design Jungle
‘전기와 일상’에서는 한국 근현대사 안의 전기와 전기를 둘러싼 사물과 시공간 등을 담은 아카이브를 비롯해 ‘전기의 시간표’, ‘전기 123’ 등의 구성을 통해 전기와 일상의 밀접한 관계를 소개한다.
반복적인 회전운동과 직선운동의 조합으로 전구를 만들어내는 일광전구의 조명을 만드는 기계는 마치 거대한 설치작품을 연상케 한다. 눈앞에서 전구가 생산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기회로 관람객의 흥미를 더한다.
박길종, 〈서울역 전파사〉 ⓒ Design Jungle
작가 박길종은 지금은 찾기 어려운 전파사의 전기 재료와 용품들을 진열한 〈서울역 전파사〉를 통해 전기와 관련된 제품들을 소개하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교차시킨다.
‘전기의 시간표’에 전시된 아카이브 ⓒ Design Jungle
‘문화역서울 284’ 2층 공간에는 전기와 일상문화를 다룬 ‘전기의 시간표’가 구성된다. 국내 유일한 전기박물관 소장품과 개인소장자 안명진(전 전기박물관 관장)이 보관한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20세기 초 전압기, 에디슨의 배전반 스위치 등을 비롯해 역사적 자료와 여러 시각적 자료들이 시간표에 따라 배치된다. 19세기 말 국내에 처음 들어온 전기의 시대상을 간접 체험하며, 전기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사료들을 통해 전기를 측정하는 시각적 기술까지 엿볼 수 있다.
‘전기우주’ 전시전경 ⓒ Design Jungle
이번 전시는 근대사회의 눈부신 발전의 토대가 된 산물인 전기란 무엇이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엿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며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전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에디터_ 한혜정(hjhan@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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