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7
에디터는 가방을 고를 때 좀 많이 까다로운 편이다. 평소 이것저것 들고 다니는 것이 많고 무거운 가방을 딱 싫어해서 충분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를 매우 중요시한다. 가방 안쪽에는 작은 자주 쓰는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도 있어야 하고, 손잡이 길이는 어깨에 걸칠 수도 있고 손으로 들 수도 있도록 적당해야 한다.
생각보다 이런 조건을 다 충족시키는 가방은 찾기가 어려웠고,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지 못해 평상시엔 가볍고 튼튼한 에코백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격식 있는 자리에 가야 할 땐 가방이 늘 걸렸다. 그냥 에코백을 들자니 초라한 것 같고, 명품백은 데일리백으론 부담스럽고, 가죽 가방 역시 종일 들고 다니기엔 무게가 부담이 됐다.
SPARKLING STYLE BAG. 120g의 초경량 백이다.
연말이라 약속이 많아지면서 가방 고민이 또 시작됐다. 그러다 크리스틴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크리스틴 프로젝트는 셰프였던 디자이너가 자신이 일상에서 직접 사용하기 위해 만든 가방에서부터 시작된 브랜드로, 가볍고 실용적이면서도 어느 자리에나 어울릴 수 있는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REBORN BAG. 스트랩을 자유자재로 묶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300g으로 역시 가볍다.
120g의 초경량으로 에코백만큼 가벼워서 가방 속 내용물 외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스파클링 스타일 백을 시작으로, 스트랩을 마음대로 묶어 가방 손잡이의 길이와 모양을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있도록 한 뤼본(REBORN)백, 충분한 수납공간을 자랑하지만 무겁지 않은 오버사이즈백 등 다양한 디자인의 가벼운 가방들이다.
‘Style for Sparkling Life’를 모토로 일상의 무게를 덜어 빛나는 삶을 선사하고자 하는 반짝이는 라이프 스타일백 크리스틴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전한다.
크리스틴 프로젝트의 크리스틴 리 대표와의 interview
TWO ZIPPER BAG
인스타그램에서 에코백처럼 가볍지만 격식 있는 자리에도 들고 갈 수 있는 가방을 찾다가 크리스틴 프로젝트를 알게 됐어요. 무게와 디자인도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직접 가방을 만들게 되신 대표님의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직업인으로서는 셰프지만 여자로서는 다양한 패션 잡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주방으로 출근하다 보니 멋진 옷은 입지 못하더라도 가방으로 포인트를 주곤 했는데, 가죽으로 된 명품 가방이 하루를 보내며 입었던 조리복을 넣어오는 용도로만 활용되더라고요.
어느 날은 기름이 묻어서 가방이 망가지기도 했는데, 이런 경험들이 제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에코백 종류의 가방들을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에코백은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거나, 격식 있는 자리에 갈 때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 소재를 발견했고, 제가 들고 싶은 단순한 모양의 에코백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온전히, 제가 들으려고요.
셰프로 활동하시다 직접 가방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응을 얻고 제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난 후, 배낭에 박카스를 넣고 동대문, 신설동, 공장 지대를 다니며, 물어물어 제게 필요한 재료나 루트를 찾아갔어요. 마치, 나만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 시장을 돌아다니던 느낌으로 말이죠. 그 과정이 사실은 한 접시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과 비슷해요.
공장에서는 도대체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신기해하시며, “그냥 사서 쓰지?”라는 말씀도 많이들 하셨는데, 두드리고 찾으니 길이 열리더군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허투루 만들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사용하는 소재나 부자재를 더욱 꼼꼼히 집중해서 골라요.
SPARKLING STYLE BAG. 에코퍼 스트랩을 부착해 다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전 가방을 살 때 서류가 충분히 들어가는 크기, 가벼운 무게, 어깨에 메기 편하면서도 손으로 들었을 때 바닥에 끌리지 않는 길이 등 많은 걸 따지는 편인데, 스파클링 라인이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었어요. 실제 경험에 의해 이런 디자인이 나왔을 텐데,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디자인하셨나요?
우선은 제 일상의 짐이 많기 때문에 가벼워야 한다, 튼튼해야 한다가 우선이었어요. 때론 가방을 여닫기도 바빠서 오픈형을 선호하기도 하고, 서류를 넣고 다니기도 해서 그런 부분을 충족시키는 가방을 생각했죠. 거기에 출퇴근 시에, 데이트나 모임에 갈 때도 사용 가능한 ‘multi use’의 가방이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과, ‘주방 출근 시에 옷을 화려하게 입을 수 없으니 가방으로 포인트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중심에 있었어요. 가방 하나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그런 부분에서 만족해하세요.
TWO ZIPPER BAG MINI와 TWO ZIPPER BAG FUR MINI. 니켈 장식, 아크릴 체인 장식 등으로 특별함을 주었고, 내부 카드 포켓으로 편리함을 더했다.
SHOPPING BAG CLUTCH. 셰프로 활동하던 시절 쇼핑백을 들던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클러치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크리스틴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볼 수 있는데, 디자인 작업도 직접 하시나요?
모두 직접 디자인하고, 샘플링하고 생산하고 있어요.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패션 잡화 분야는 디자인만 잘한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텃새, 기싸움 같은 것이 많다고 들었는데, 어떠셨나요?
처음엔 공장에서 ‘어디에 팔려고 하냐’, ‘그냥 사서 쓰는 게 속 편하다’ 등등, 수량 운운하면서 만들어 주시지 않으려고 했어요. 질문할 때에도 제가 업계 용어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쉽게 섞일 수 없는 부분이 있었죠. 마치 제가 요리사로서 일하고자 하던 레스토랑 주방의 문을 두드리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나는 어떻게 했었나’하고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니, 얼마나 하고 싶은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찾아가서 대화를 시도하면서 저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은 간식을 드시고 계셨는데 같이 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하면서 친해지게 됐어요. 주변에 물어봐도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까 직접 발로 뛰는 거였죠. 기싸움 같은 걸 눈치채거나 신경 쓸 틈이 없었어요. 우선 너무 바쁘고, 또 한정적인 공간인 주방 안에서의 기싸움으로 단련돼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원단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단단하고, 스크래치에 강한 원단, 사용감이 잘 생기지 않을 수 있는 원단을 좋아해요. 또, 합성 피혁이지만 공정을 통해 저렴해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소재를 선택해요.
TWO ZIPPER BAG. 2개의 섹션으로 분리,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빅백이지만 600g으로 가볍다.
TWO ZIPPER BAG FUR. 에코퍼를 장착한 겨울 시즌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가벼우면서도 예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인 것 같아요. 가방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특별히 고려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제 가방들은 거의 600그램 범주 안에 있어요. 가죽을 쓰지 않는 최고의 장점이 무게감을 줄일 수 있는 것이고, ‘큰 가방=무겁다’는 틀을 깨는 것이 저희 가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실용성을 가장 중심에 두고, 개성과 시간이 흘러도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생각해요. 요즘 여성들은 하루에도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기 때문에 여러 자리에 어울려야 하고, 명품으로 치장하기 보다 자신의 개성을 존중하는 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스타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죠. 그래서 사용감이 바로 생기거나 오래 들 수 없는 가방은 만들지 않아요. 거기에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방이라면 더욱 좋겠죠?
3가지 스타일로 활용 가능한 Sparkling Style Bag Canvas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시는 디자인 혹은 애착이 가는 디자인을 꼽아주신다면요?
정말 한 번에 대답하기 힘든 질문입니다만, 저는 스파클링 스타일 백 캔버스를 꼽겠어요. 이발소 앞의 회전 간판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여러 컬러를 한 번에 보여주는 원통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사방에서 가방이 가진 컬러를 다 보이게 디자인했어요.
특히, 숄더백으로, 사이드 백팩으로 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말 많은 샘플링 작업을 했는데요, 하다가 안돼서 울기도 하고, 전공자도 아니면서 괜한 아이디어를 냈나 하며 속상해하기도 했어요. 그런 고생이 다른 가방에 비해 많았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제품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지금 막 일 년을 넘긴 시점에서 돌아보니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네요. 이제 정말 직업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며 지내요. 현재 면세점 입점을 준비 중이고, 내년에는 해외 진출을 하고 싶어요. 또, 새해에는 제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도록 홍보나 팝업을 더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에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크리스틴 프로젝트(christineproj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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