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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호텔사회’가 전하는 호텔, 그 이상의 이야기

2020-02-10

‘호텔’하면 뽀얗게 세탁되어 각 잡힌 침구, 먼지 하나 없이 정돈된 물건들, 은은한 향기 같은 것이 떠오르지만, 사실 ‘호텔’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호텔로 변신한 문화역서울 284에서 그 이야기들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 ‘호텔사회’가 열리고 있다. 

 

‘호텔사회’ 포스터 ⓒ 워크룸(사진제공: kcdf)

 

 

과거-현재-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먹고 마시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융합의 장소로서의 호텔을 체험해보는 ‘호텔사회’는 1880년대 근대 개항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호텔을 통해 문화가 도입, 확산, 정착되는 과정과 오늘날 호텔이 지닌 생활문화플랫폼으로서의 다층적 면모들을 소개하는 전시로,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문화예술의 보급로 역할을 했던 주요 호텔들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호텔사회’의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 문화역서울 284의 중앙홀이 호텔 로비가 됐다.(사진제공: KCDF)

 

 

문화역서울 284에 들어서면 체크인이 시작되고, 호텔의 기능과 역할을 재해석한 공간을 탐험이 펼쳐진다.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붉은 커튼과 계단, 벤치, 인포데스크, 스태프들의 복식과 호텔 로비용 러기지 카트가 구 서울역사의 중앙홀이 호텔이라는 작은 사회로 진입하는 관문이자 호텔의 로비가 됐음을 알린다. 

 

붉은 커튼과 계단 뒤에 마련된 공간 ⓒ Design Jungle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기도 한 이 공간은 만남과 교류를 통해 신문화를 수용했던 근대 호텔을 이야기하는 ‘익스프레스 284 라운지’다. 붉은 커튼과 계단 뒤로는 로비에 착안해, 라운지의 콘셉트에 맞춰 꾸민 공간이 마련돼 있다. 실제로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근대의 맛’을 느끼는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도 한다. 

 


호텔 공원의 모티브를 재해석해 꾸며진 서측복도 공간 ⓒ Design Jungle

 


식물상점이 조화와 드라이플라워로 꾸민 공간 ⓒ Design Jungle

 

 

서측복도에는 꽃과 나무와 연관된 작품이 가득하다. 중앙홀에 마련된 라운지의 연장으로, 호텔 정원의 모티브를 재해석해 꾸며졌다. 인공적이면서도 생생한 느낌을 주는 가든 설치물을 비롯한 페인팅 월 설치작업 등 다양한 작품들이 키치적인 감성을 풍긴다. 신고전주의 양식을 수입해 지어진 구 서울역사 공간에 마련된 호텔의 가장 아름다운 휴식처인 동시에 그것을 가능하게 한 약탈적 성향을 드러내는 호텔의 정원 공간은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호텔 이용객에게 휴식과 여가를 제공했던 공간을 재해석한 ‘오아시스-풀·바·스파’(사진제공: KCDF)

 

 

구 서울역 3층 대합실 공간에 마련된 ‘오아시스-풀·바·스파’는 호텔 이용객에게 스파, 온천, 수영장 등을 통해 휴식과 여가를 제공했던 공간을 재해석한 곳이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기획한 놀이터 콘셉트의 풀장 구조를 중심으로 락커, 사우나, 바 등의 공간들이 설치돼 있다. 관람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쉴 수 있는 공간과 칵테일을 마시며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행·관광안내소’. 역의 과거와 미래, 여행의 경로, 호텔 여행 등을 제시한다. ⓒ Design Jungle

 

 

1·2등대합실에 마련된 ‘여행·관광안내소’에서는 기차의 발명과 함께 근대적 여행이 시작된 만큼, 구 서울역의 장소적 특성에 착안해 여행안내 거점으로 기능했던 호텔과 과거의 경성역과 서울역의 미래를 살펴보고, 국내 지역과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을 잇는 여행의 경로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를 기념하는 상품 전시와 현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호텔 여행 제시도 이루어진다. 

 


‘이발사회’. 과거의 정취가 물씬 풍기지만 바버들로부터 현대의 미용문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Design Jungle

 

 

귀빈예비실에는 이발소가 꾸며져 있다. 조선 후기 남성 사교의 장이자 문화공간으로서의 이발소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이발사회’로, 현대 호텔이 선도했던 호텔의 미용문화와 현재의 바버문화를 체험을 통해 우리 시대의 품격에 대해 상상해 보는 공간이다. 실제로 이발 및 습식 면도 등을 하는 바버와 서비스를 받는 손님들을 관람할 수 있다. 12팀의 바버들이 참여하며, 예약을 통해 그루밍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텔사회 아카이브’에서는 과거 호텔들의 경험과 문화가 담긴 각양각색의 사물들을 통해 우리나라 호텔의 고유한 문화들을 살펴보는 ‘호텔 아카이브: 사물의 기억들’, 일본의 제국주의적 관점 아래 건설된 근대 철도의 형성과정과 당시 사람들의 여행문화를 살펴보는 ‘철도 아카이브’, 1980년대를 중심으로 한 호텔 뷔페 식기들 및 조리기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식문화 아카이브’,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을 통해 호텔의 공연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공연문화 아카이브’ 등 실제 호텔들의 사료를 통해 한국 호텔의 관광산업과 새로운 문화의 유입을 살펴볼 수 있다.

 


공연장과 식당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그릴 홀’(사진제공: KCDF)

 


‘그릴 준비실’ <사물의 정원>. 식사를 위한 도구들이 6~70년대 많이 사용했던 화분에 담겨있다. ⓒ Design Jungle

 

 

2층의 ‘그릴 홀’은 식당 혹은 공연장처럼 꾸며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 양식당이었던 구 서울역사의 대식당 그릴(Grill)에서부터 소식당 공간으로 이어지는 장소적 특징 속에서 호텔 식당과 공연장 모습을 오버랩해 살펴볼 수 있는데, 1960~70년대 워커힐 쇼로 대표되는 디너쇼의 무대와 소품들, 호텔의 식사 매너와 연관된 작품들을 통해 1960년대에 시작된 호텔 극장식당이 공연과 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살펴본다. 

 

 


다양한 주제로 꾸며진 ’객실’ ⓒ Design Jungle

 

 

5개의 ‘객실’도 마련돼 있다. 객실은 호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자 개인의 수많은 이야기가 있는 사적인 공간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호텔 객실의 매트리스 촉감을 극대화한 낮잠용 대객실, 호텔과 관련된 과거의 사건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룸, 호텔의 한 객실로 탈바꿈한 룸, 호텔리어 및 투숙객들의 경험을 전하는 룸 등을 통해 호텔 객실에 대한 다른 해석들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고재욱, 김노암, 김동희, 김이박, 맛깔손, 모조산업, 박경률, 박길종, 백현진, 식물상점(강은영), 양민영, 어반북스, 엄유정, 오이뮤, 우지영, 이강혁, 이동훈, 장종완, 전현선, 최고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중간공간제작소, 푸하하하 프렌즈, 홍은주·김형재, 황예랑, SWNA(이석우) 등, 건축, 설치, 사진, 영상, 디자인, 회화, 현대음악, 다원예술 분야의 작가 50여 명이 대거 참여한다.  

 

호텔의 의미와 영향력을 생각해보게 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 및 호텔과 관련된 공연도 진행된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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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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