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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소비자의 삶을 존중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020-04-29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좀 다른 소비를 꿈꾼다. 예쁜 물건이라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구입을 자제하고, 꼭 사야 한다면 몸과 마음 모두에 안락함을 줄 수 있는 걸 고른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 오래된 것의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의 시간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런 것에 마음이 간다. 

 

아엘시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본질에 집중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아엘시즌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고민하며, 겉치레보다 본질과 내면에 집중하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일반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과 달리 소비자의 삶에 브랜드의 제품만을 강요하지 않는 점,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그 자체로 존중한다는 점, 오래 사용할 물건을 디자인하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아엘시즌의 브랜드 특성은 design, culture, work 등의 카테고리에 담긴다. 디자인 콘셉트는 ‘한국의 자연’, ‘한국의 고유한 미학’으로, 한국의 사계절, 건축물과 의복 등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그 아름다움을 디자인으로 표현한다. 

 


아엘시즌이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세라믹 컬렉션. 입술이 닿는 라인과 손이 닿는 머그의 곡선, 반달형 손잡이로 사용성 높였다.

 

 

오리지널 세라믹 컬렉션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제한 없이 스타일링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트렌드와 관계없이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고, 아름다움뿐 아니라 사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완성된다. ‘한국적’이라곤 하지만 흔히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다르다. 심플하고 모던하게 한국적 정서를 풀어낸 디자인은 지난해 참여한 메종앤오브제에서 유럽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톤 솝을 올려놓은 나무 트레이. 자연의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엘시즌의 네이처 테라피. 네이처 라인에서는 향합과 발향을 위한 오브제로 재생종이가 사용된다. 

 

아엘시즌의 패브릭 라인. 왼쪽 제품은 일상의복인 플리츠 드레스, 오른쪽 제품은 수면의복 베트멍드뉘(vêtement de nuit)로, 프랑스 브랜드 쁘띠뽕(PETIT PONT)과의 협업 제품이다.

 


돌의 모양을 꼭 빼닮은 스톤 솝, 재생종이를 활용한 페이퍼 홀더와 시즌 오일 등의 네이처 테라피는 자연원료를 바탕으로 일상에 이완과 휴식을 선사하고, 피부를 생각한 패브릭은 편안한 멋을 주며, 나무의 재질과 결을 그대로 살린 오브제는 공간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다준다. 아엘시즌에서는 자체적으로 디자인하는 컬렉션 외에 외국의 몇몇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 이 브랜드들에서 역시 아엘시즌이 추구하는 가치를 읽을 수 있다.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한 제품도 볼 수 있다. ‘예술가의 창작활동은 삶의 질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기본 이념으로 ‘al_Work’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의 작가들과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기 위해 작가들에게 공간 및 전시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아엘시즌은 다양한 워크샵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고자 한다. 버려지는 종이를 새 종이로 만드는 ‘종이 재생’이나 깨진 그릇을 복원하는 ‘킨츠키’를 주제로 하는 워크샵은 사물을 소중히 여기게 해주고,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다. 

 

SNS를 통해 영상감독,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퍼 등 여러 분야의 인물들의 잠에 대한 생각을 전한 ‘In My Bed’ 캠페인은 잠뿐 아니라 건강한 생활과 삶의 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삶을 존중받는 이 느낌이 좋다. 당신의 지난 시간은 값지다고, 앞으로의 아름다운 삶 역시 응원한다고 말하는듯하다. 이 특별한 감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김미연 대표가 전하는 아엘시즌의 브랜드 이야기다. 

 

아엘시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아엘시즌은 아엘에서부터 시작됐어요. 작가분들과의 협업,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브랜드 간의 협업을 바탕으로 아엘을 진행해오다가, 아엘의 기본 기조를 유지하면서 브랜드 자체적인 디자인 전개 방식에 좀 더 집중하하기 위해 아엘시즌을 전개하게 됐어요. 아엘시즌의 디자인은 한국의 사계와 물질의 본질적인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어요. 

 

대표님은 여러 브랜드의 대표, 크리에이터 디렉터,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셨나요?
학부 과정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작가로서의 삶을 위해 프랑스 유학을 결정했어요. 세르지 보자르와 스튜디오 베르소를 거쳐 순수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성 사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는데요, 레네이드, 이자벨마랑, 랑방 등을 거치면서 순수미술과 디자인과의 유기적 작용에 대한 시너지를 체화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경계성 없는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국제 디나르 콩쿠르에서의 입상은 10년간의 프랑스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국에서 자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됐고, 그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서 작업들을 하게 됐죠. 이런 과정들이 아엘시즌 브랜드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아엘시즌의 행보도 여타의 브랜드들과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해 메종앤오브제의 전시 전경

 

 

한국적인 요소들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제품들에선 현대적인 감성, 북유럽의 감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혹시 그러한 부분도 의도하셨나요?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작년에 참여한 파리 메종오브제에서 북유럽 브랜드의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아엘이 해석하는 한국적인 요소들이 어느 지점에서 유럽시장과 맞닿아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고,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해요. 

 

제품의 재료나 성분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아엘시즌의 모든 라인은 자연 그대로를 사용하려는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디자인을 시작할 때 물성에 대한 연구를 큰 비율로 두는 편인데요, 패브릭 파트의 경우 면, 리넨, 텐셀 등을 주로 사용하고, 네이처 테라피 라인은 천연 에센셜 오일을 바탕으로 제작돼요. 고객의 니즈가 점차 다양해져 다음 시즌에는 좀 더 넓은 범위로 물성이나 재료를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아엘시즌은 킨츠키 워크숍. 깨진 세라믹을 붙여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al_Work, al_ Culture 부분이 흥미로워요. 아트디렉팅, 제품디자인, 아트스페이스 디자인 등 다양한프로젝트가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활동의 범위의 확장성에 따른 구분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아엘시즌의 기본적인 방향을 바탕으로 여러 브랜드들과의 협업이 열려 있어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빈브라더스와의 협업을 통해서는 커피에 알맞은 세라믹 라인을 디자인 및 생산하고 있어요. 또 아엘시즌의 깨진 세라믹을 붙여 재사용할 수 있게 킨츠키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고요. 저희가 지향하는 바를 실천하기 위해 교육, 컨설팅, 전시, 협업 등을 이어가고 있어요. 

 

워크샵은 주로 어떤 주제들로 진행되나요?
지속가능성의 범주와 삶의 질에 대한 부분에서의 워크샵을 기획하고 있어요. 일반 소비자들이 아엘시즌의 제품을 어려워하실 때가 있는데, 클래스를 통해서 사용 범위에 대한 이해도나 소통에 대한 부분을 넓히는 것에도 의의를 두고 있고요. 킨츠키, 세라믹 클래스 등을 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여러 클래스를 진행하려고 해요.

 

아엘시즌은 소속 아티스트들이 있는데요, 어떻게 시작됐는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해요. 
시작은 ‘스튜디오 아스트’라는 작은 레지던시를 운영하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프랑스 생활을 마치고 10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순수 미술 작가나 공예작가들이 설자리가 없어 보였고,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비영리적인 전시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침 브랜드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하고 있었는데, 브랜드와 작가들을 연결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시간이었어요.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한 수익성 창출에 대한 고민 끝에 아엘시즌을 기획하게 됐고, 스튜디오 아스트를 기반으로 작가들을 선정했어요. 작가들은 아엘과의 협업을 통한 제품 개발 및 타브랜드들과의 협업에 대한 제안, 전시 등을 참여하고 있어요. 

 

아엘시즌은 예술과 디자인 사이에서 작품의 가치와 제품의 기능을 함께 전하는 전시들을 선보인다. 공간작업을 기반으로 제품을 소개했던 전시 ‘Objects for 60 seconds lounge’에서는 향과 함께 공간을 완성했다. 

 

 

전시의 방식이 일반적으로 제품을 나열해서 보여주는 방식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제품과 작품,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성에 대한 부분은 항상 흥미롭게 다루는 명제인듯해요. 제품이 가지고 있는 기능성과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함께 보여주고자 하는데요, 이것들이 혼재했을 때 소비자 혹은 관객이 느끼는 심상에 대한 부분은 그들이 브랜드나 제품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순기능을 한다고 생각해요. 

 

아엘시즌 스튜디오

 

1층에는 아엘시즌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아엘시즌의 공간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아엘시즌의 스튜디오는 해방촌 골목 깊이 위치해 있어요. 한국에 들어왔을 때 느껴졌던 복잡함을 피해 남산 아래 조용한 공간을 선택했던 터라 오시는 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1층은 아엘시즌의 멤버들이 업무를 하고, 제품을 간단히 보실 수 있는 공간이고요, 지하는 작가들의 작업 공간, 2층은 작가들의 작업과 아엘시즌의 업무가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어요. 해방촌 오거리 초입에는 아엘시즌의 세라믹을 직접 사용해 보실 수 있는 작은 카페 ‘카페 아스트’가 있는데, 주말만 운영하고 있고요. 그리고 천안과 이천에 장인분들이 계신 세라믹 아틀리에가 있어요. 

 

아엘시즌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al_season)에서 진행된 ‘In my bed’ 캠페인 중 일부

 

 

최근 SNS를 통해 선보이신 ‘In my bed’ 캠페인 등을 선보이셨는데, 캠페인을 전개하는 아엘시즌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시를 통해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식을 취해 오다 보니, 코로나19가 저희 소통 방식에도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아요. 온라인 캠페인은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온라인에 취약한 아엘시즌이 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는데요, 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시작이 ‘In my bed’ 캠페인이었어요. 아쉬운 점도 많지만 많은 분들이 수면의 질에 대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코로나19가 끝날 즈음 식스티세컨즈와 함께 ‘잠자리’라는 전시를 선보이고자 기획 중이에요. 

 

세라믹, 오브제, 의류(패브릭), 네이처 테라피의 군으로 제품이 나누어져 있는데요, 가구나 슈즈, 화장품 등 제품군이 더 확장될 수도 있나요?
전시를 기반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전시의 기획의도에 따라 제품군은 확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라이프에 대한 전반적인 제품을 다룰 예정이고, 6월에 오픈 예정인 무브먼트랩과의 전시에서 아크릴과 세라믹 조합을 통한 작업과 제품들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에요.

 

아엘시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서 항상 아쉬웠던 점은 디자이너로서 자국을 대표할만한 브랜드를 소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었어요. 샤넬, 에르메스, 지방시, 랑방 등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뿐 아니라 한 해 한 해 새로 출시되는 브랜드들을 접하면서, 빼어난 기술과 영향력이 있음에도 한국의 많은 브랜드들이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함께 경쟁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향후 아엘시즌이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작가들을 소개하고 한국 제품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수익을 떠나 진짜 가치를 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이 명확한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아엘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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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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