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4
기획 시리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로컬브랜딩' 들어가는 글
인천은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대한민국 바다의 최초 등대가 세워진 곳이다. 인천에서는 사이다가 처음 만들어지기도 했고, 쫄면의 역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지리적,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찾을 수 있는 인천에 자연스럽게 흥미가 생긴 건 순전히 인천의 ‘브랜딩’ 때문이었다.
특정 지역이 궁금해지는 이유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 명소, 관광지 등, 인천의 100가지 ‘한국 최초 인천 상징 아이콘’ 개발은 누구나 쉽게 인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했고, 첨단도시이자 자연친화적인 도시 인천의 스토리를 담은 캐릭터는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인천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디자인된 인천의 캐릭터 (사진출처: www.incheon.go.kr)
인천이 도시를 브랜딩하기 위해 작업한 홍보 동영상은 ‘비즈니스계의 오스카상’이라 평가받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어워즈(IBA, International Business Awards)’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들은 인천의 이미지를 변화시켰고, 인천을 더 널리 알렸으며,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인천에 주목하게 했다.
브랜딩을 통해 변화를 맞이한 곳은 인천뿐이 아니다. 신안군의 천사섬은 섬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살려 브랜딩에 나섰고 유명관광지가 됐다. 원래는 총 1천 25개의 섬이 있지만, 그중 나무가 없는 21곳을 제외한 1천 4개의 섬을 가지고 ‘1004섬’이라 이름 붙였다. ‘천사(angel)섬’이라는 이름은 기억하기에도, 부르기에도 쉬워 우리나라에서 가장 섬이 많은 신안군을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로컬브랜딩이다. 로컬브랜딩은 지역의 독자적인 이미지를 통해 지역만의 특성과 장점을 부각시키고 알리는 일이다.
신안군 '1004섬' 로고 이미지. 신안군은 1004섬을 부각시켜 신안군을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사진출처: www.shinan.go.kr)
지역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 만드는 브랜딩
지역의 브랜딩은 먹거리와도 직결된다. ‘싼 것’ 대신 ‘잘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요즘 사람들은 같은 음식이더라도 좀 더 좋은 것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 소비자는 건강을 위한 각자의 기준으로 먹거리를 선택하는데, 지리적 표시제나 지역의 브랜드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택시의 대표 농특산물 브랜드 <슈퍼오닝>은 평택의 쌀뿐 아니라 토마토와 호박 등 평택의 다양한 농특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큰 고민 없이도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괜찮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는 복숭아를 사려면 좀 비싸도 <햇사레>를 고르고, 몇 번 먹어본 <별빛촌> 거봉이 너무 맛있어서 그것 말고는 잘 사지 않는 습관이 생긴 것도 모두 다 브랜딩 때문이다.
평택시 농특산물 통합브랜드 슈퍼오닝 (사진출처: agri.pyeongtaek.go.kr)
로컬브랜딩은 지역을 널리 알려 사람들을 모으고 소비를 불러일으킨다. 지역의 농특산품 마케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다. 단순해 보일지 모르는 이런 이야기는 수많은 도시와 지역이 살아가는 발판이 된다. 사람들은 로컬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로컬브랜딩이 중요한 이유다. 로컬브랜딩이 곧 국가의 브랜딩 전략과도 직결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브랜딩 전문가가 말하는 로컬브랜딩
정석원 엑스포디자인브랜딩 대표는 브랜딩을 통해 로컬이 변화할 수 있는 요소로 네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로컬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역의 주민 숫자인 정주인구를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지역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은 로컬브랜딩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다.
인천의 도시브랜딩 홍보 동영상은 인천을 즐기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많은 인천시민들에게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출처: www.incheon.go.kr)
두 번째는 체류형 관광객의 증가이다. 체류형 관광객이란 단지 구경만 하고 스쳐가는 관광객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숙박하면서 먹고, 마시고, 구매하는 관광객을 일컫는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방식이 필요하다. 그 지역의 대표 상품이 있어야 하고,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지역들과는 차별화된 킬링 포인트를 찾아 이를 브랜딩으로 녹여내야 한다.
세 번째는 축제에 대한 재정비다. 국내의 수많은 축제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를 맞이해야만 했다. 축제로 브랜딩 하는 시대는 지났고, 이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
네 번째는 지역 특산품이다. 지역마다 중복되는 특산품은 의미가 없다. 무엇으로 지역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특산품이라고 해서 유형의 것들에만 머물러선 안된다. 유형의 한계를 넘어 무형의 것에서도 아이템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로컬브랜딩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이 열쇠는 창조적인 발상에 있고, 혁신적인 디자인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역 상징 캐릭터, 지역 공동 브랜드 등, 지역의 시각 콘텐츠들을 재점검하거나 재정립하고 이를 리뉴얼하여 고객 맞춤형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로컬이 보유하고 있는 고귀한 지식자산들을 다시금 꺼내 그것을 나열해보고, 이들 중 가치 있는 것을 골라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은 투자로 가장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이다.
로컬브랜딩,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다면 로컬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석원 대표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라는 개념을 도입하길 추천한다. 원소스 즉, 지역의 상징물에 해당하는 로고나 캐릭터를 충분히 활용하고, 지역의 시각요소들을 적용한 응용시스템 작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는 스토리와 그래픽을 결합한 새로운 시각물 개발을 통해 여러 가지 응용시스템 작업을 전개해 나갈 때 그 지역만의 독창적인 창조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인천이 브랜딩을 통해 선보인 100가지의 ‘한국 최초 인천 상징 아이콘’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했다. (사진제공: 인천광역시)
시각디자인물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타지역과의 차별성을 강조해서 얼마든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로컬브랜딩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것은 바로 브랜딩을 위해 개발한 요소들로 브랜딩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로컬브랜딩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자체 단체장의 적극적인 의지, 브랜드 담당자의 지속적인 관리, 지역주민의 애정 어린 관심이 있어야 하며, 소비자들의 안정적인 구매가 더해져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로컬브랜딩] 기획 시리즈가 해야 할 일
여기에 정글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로컬브랜딩]을 기획한 배경과 의도가 담겨있다. 로컬브랜딩을 통해 무형의 것에서 가치를 찾고, 혁신적인 로컬브랜딩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로컬브랜딩의 성공사례를 발굴해 로컬브랜딩에 대한 중요성을 지자체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들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취재는 브랜딩 선별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 254개 지자체 중에서 한국문화가치연구협회(이사장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한국주민자치중앙회(회장 전상직), 한국지식공유상생협동조합(이사장 황종환, 변리사)이 선정한 우수 브랜딩 사례를 교집합 방식으로 선별하고 디자인관련협회의 자문을 통해 객관적 관점에서 선정, 20여 개의 기초지자체와 4개의 광역지자체의 브랜딩을 심층적으로 취재할 예정이다.
이 기획은 로컬의 브랜딩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로컬브랜딩의 개발 방식과 배경, 성공을 위한 마케팅 과정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브랜딩을 키워나가는 노하우와 중요성을 알리며, 나아가 코로나 이후 시대에 로컬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찾아볼, 변화하는 시대를 대비하는 의미 있는 기획으로 기록될 것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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