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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실이 된 종이, 종이 섬유 아바셀

2020-09-17

종이가 실이 됐다. 잘 찢어지고 물에 쉽게 젖는 종이가 실이 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질 않지만 종이 실은 종이에 대한 이러한 생각을 뒤짚고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혁신적인 신소재 ‘아바셀(abacell)’로 태어났다. 

 

종이 실 아바셀은 바나나 나무의 종류인 아바카 나무의 섬유로 만들어진다. (사진제공: 두성종이)

 

 

아바셀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한지에서 영감을 받은 종이 실이다. 원료는 바나나 나무의 종류인 ‘아바카(Abaca)’ 나무의 섬유로, ‘마닐라삼’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바카 나무는 필리핀,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등지에서 산업용으로 길러져 왔는데, 병충해에 강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잘 자라고, 커다란 잎에서 매우 튼튼한 섬유가 추출된다. 나무를 심고 1~2년이 지나면 첫 잎 수확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3~8개월마다 지속적으로 수확할 수 있다. 

 

아바셀의 제작 과정은 크게 재배, 수확, 펄프 제조, 제지, 종이 커팅, 지사(紙絲) 제작으로 이루어진다. 아바카 나무의 잎을 수확한 후 잎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길게 잘라 찢어 말리고, 아바카 섬유를 압축하고 뭉쳐서 종이의 원료를 만드는 펄프 공장에 보내면 제지사에서 아바카 펄프를 종이로 만든다. 이 종이들을 테이프 형태로 자른 후 종이 테이프를 꼬아 튼튼한 종이 실을 완성한다.  

 

로프로 사용될 만큼 튼튼한 아바셀은 눈으로 보기엔 캔버스 소재와 비슷하지만 만져보면 리넨과 면, 그 중간쯤의 느낌이 난다. 리넨보단 부드럽고 면보다는 단단한데, 무게는 일반 면보다 약 33%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우수해 오래 사용하고 세탁을 반복해도 손상이 적고 원래의 형태를 유지한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나고 항균, 자외선 차단 등 우수한 기능을 지니고 있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 두성종이)

 

 

가운데가 비어있는 다공성 섬유 구조로 섬유 사이의 빈 공간이 공기를 머금어 습도와 온도 조절에 탁월하고, 특유의 섬유 구조와 직조 방식으로 97%의 자외선 차단 효과를 지닌다. 땀과 노폐물을 잘 흡수하지만 빠르게 건조되며, 자연적으로 악취를 방지하고 항균 기능으로 세균 번식을 막는다. 또한 보풀이나 섬유 먼지가 없어 알레르기나 민감성 피부에도 적합해 가방, 모자, 카펫, 쿠션, 타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에 좋다. 

 

100% 생분해가 가능한 것도 아바셀의 큰 특징 중 하나다. 나무를 베지 않고 잎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데다, 수명을 다하면 토양에서 완전히 자연 분해가 되기 때문에 자원 고갈, 환경 파괴 등 화학 섬유에 의한 여러 가지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친환경 섬유 아바셀은 환경적인 측면뿐 아니라 제지 산업과 섬유 산업을 잇는다는 점에서 뛰어난 기능을 지닌 혁신적인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아바셀은 지난해 10월 두성종이에 의해 국내에 소개됐다. 종이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 확장시키고자 하는 두성종이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소재로 아바셀을 알리고자 국내 시장에 들여왔다. 두성종이에서 카톤 단위로 판매하고 있는 아바셀의 원사는 필리핀에서 수확되는 아바카를 사용하며, 대만의 공장에서 제지 및 원사의 공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바셀 원사는 주로 친환경, 오가닉 콘셉트의 리빙/의류 브랜드와 이러한 브랜드에 납품이 가능한 제직 설비를 갖춘 원단업체들에 카톤 단위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두성종이는 지난달 아바셀을 소개하는 전시 ‘친환경 종이 섬유, 아바셀’을 개최, 아바셀의 다양한 모습을 대중에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두성종이가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찾던 패션 브랜드 썸원라이프와 원단 및 샘플 제작 등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것으로, 두성종이 인더페이퍼갤러리에서 열린 전시에는 아틀리에 브랜드 메타모픽(Metamorphic)과 친환경 플랫폼 ㈜아트임팩트(ART IMPACT)가 참여해 아바셀로 제작한 작품과 시제품들을 선보였다.

 

 

'친환경 종이 섬유, 아바셀'전의 메타모픽 설치 전경 (사진제공: 두성종이)

 

메타모픽은 아바셀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제작, 다양한 설치작품과 함께 선보였다. (사진제공: 두성종이)

 

 

수작업을 원칙으로 하는 메타모픽은 썸원라이프의 김강민 대표와 두 명의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로, 이번 전시를 위해 아바셀 섬유를 사용해 가방 제품들과 작품들을 제작했다.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강조한 숄더백, 내추럴하고 심플하게 디자인된 백팩 등이 섬유의 순수한 느낌과 특징을 담은 작품들과 함께 전시됐다. 

 

사회적 기업 ㈜아트임팩트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아바셀로 섬유를 만들었다. 2016년부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 브랜드들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담고 있는 제품을 유통해왔는데, 2018년 윤리적패션 편집매장 운영을 시작하며 친환경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됐고, 유럽 등지에서 아바카와 같은 자연소재를 활용한 원단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됐다. 

 

㈜아트임팩트는 오랜 노력 끝에 바나나 원단 '바나텍스'를 만들었다. (사진제공: ㈜아트임팩트)

 

짜임에 따라 다른 느낌이 나는 바나텍스 (사진제공: ㈜아트임팩트)

 

 

많은 양의 화학비료와 물을 필요로 하는 면 대신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한 캔버스 느낌의 소재를 만들고자 했던 ㈜아트임팩트는 국내외의 사례를 리서치하고 직접 필리핀에서 시장조사를 했다. 속아서 산 가짜 바나나 원단을 수입하는 등의 어려움도 겪었지만, 섬유개발연구원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기업부설연구소인 ‘친환경 패션연구소’를 개소해 R&D에 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 5월 바나나 원단을 완성, ‘바나텍스(BANATEX™)’로 브랜드 등록을 했다. 


 
㈜아트임팩트의 바나텍스 제품에서는 좀 특별한 디자인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프린팅이다. ㈜아트임팩트는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번의 표면처리 실험을 통해 최적의 DTP(Digital Textile Printing) 조건을 찾았고, 특허등록이 된 이 프린트 작업을 통해 바나텍스에 다양한 프린트를 입힐 수 있게 됐다. 

 

 

㈜아트임팩트는 전시에서 숄더백, 토트백, 버킷백, 파우치 등 다양한 바나텍스 제품들을 선보였다. (사진제공: ㈜아트임팩트)

 

영문 레터링으로 심플하게 포인트를 준 바나텍스 가방 (사진제공: 두성종이)

 

프린팅을 통해 다양하게 디자인된 바나텍스 제품들 (사진제공: ㈜아트임팩트)

 

㈜아트임팩트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DTP 설비를 활용해 안감에 패턴 출력 작업을 진행, 친환경 프린트 퀄리티도 함께 선보였다. (사진제공: ㈜아트임팩트)

 

 

전시에서는 아바셀 원사로 제작된 바나텍스의 다양한 가방들이 전시됐고, 심플한 영문 레터부터 붓 터치가 느껴지는 회화적인 감성, 화려한 패턴 등 다양한 컬러와 정교한 형태를 갖춘 프린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제품들이 양산화되기까진 몇 가지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고 하는데, 원단에 패턴이나 디자인을 출력할 경우 견뢰도가 중요하고, DTP 프린트 디자인 역시 원단 조직이 잘 보이도록 그라운드가 많은 디자인을 선택해서 작업해야 하는 등, 신소재인 만큼 다양한 테스트와 부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트임팩트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신제품 개발,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바나텍스 원단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바셀을 활용한 여러 가지 샘플들이 함께 전시됐다. (사진제공: 두성종이)

 

 

이 밖에도 두성종이는 전시에서 대만의 아바셀 원사 공급처의 협조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는 샘플들을 전시해 다양한 활용 예시를 보여주었다. 

 

아바셀은 9월 7일부터 열리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섬유패션 비즈플랫폼 ‘프리뷰인서울 2020’ 디지털 페어에서도 ‘친환경 지속가능소재’로 소개가 됐다. 지속가능성에 우수한 기능성까지 갖춘 아바셀이 국내에서도 더 널리 알려져 많은 기업들이 아바셀 제품을 생산하고,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좋겠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두성종이, ㈜아트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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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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