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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아프리카 아이들이 학교에서 BTS를 출 수 있게 된 까닭

2021-01-19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많은 어린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도, 공부를 할 수도 없다. 빈곤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학교를 가는 대신 일터로 가 작은 손으로 거친 일들을 한다. 

 

이런 모습을 TV를 통해 접하긴 했지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러한 현실에 처해있는지는 알지못했다. 부모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이라면 좀 다른 환경에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도 기대했었다. 하지만 5명 중 1명의 아이는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의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갖고 있는 모습(케냐의 휴대폰 보급률은 90%에 달한다고 한다)은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게 했다. 그렇지만 이는 우리가 신형 스마트폰을 소비하는 것과는 좀 다른 이야기다. 상거래 시스템을 휴대폰에 의지하고 있는 그곳의 실정 때문에 그들에게 휴대폰은 주요 교통수단이자 결제 수단이다. 

 

그런데 생활에 꼭 필요한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선 비싼 전기료를 내야만 한다. 전기에너지가 귀한 이곳에서는 한 달 수입의 10~20%를 전기에너지 사용에 지출하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휴대폰을 충전하기 위해 4~6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유료충전소에 아이들을 보내 휴대폰을 충전한다.

 

‘솔라카우 프로젝트’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휴대폰 충전을 위해 몇 시간씩 걸어야 하는 아이들의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태양광을 이용한 충전시스템으로 보조 배터리를 무료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먼저 학교에 태양광 충전시스템인 소 모양의 ‘솔라카우’를 설치하고 학생들에게 충전용 보조배터리 ‘솔라밀크’를 나누어준다.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해서 소 형태의 충전시스템에 보조배터리를 충전한다. 배터리를 꽂은 모습이 마치 우유를 짜는 젖소 같다. 배터리가 충전되는 동안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충전이 끝나면 배터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일터에서 돈을 버는 대신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한 프로젝트다.

 

충전된 배터리 솔라밀크는 라이트로도 사용된다.

 

솔라밀크로 휴대폰을 충전하는 모습

 

 

배터리는 손전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데 완충되면 6시간 동안 불을 밝히고 휴대폰도 한 번 충전할 수 있어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가지고 온 배터리로 휴대폰을 충전하고 밤을 밝힌다. 이 파워뱅크 라이트로 인해 가정에서는 인체에 유해한 캐로신이라는 등유 램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충전시스템 솔라카우에 충전용 배터리 솔라밀크 사이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솔라밀크를 솔라카우에 꽂으면 학생들의 출석이 확인된다는 점인데, 개인적으로 후원이 가능한 솔라밀크에 있는 ID 코드로 아이들의 출석률과 충전 기록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솔라밀크를 후원하는 이들에게 프로젝트의 기술과 기부의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최초의 형태이기도 하다. 

 

UN이 정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에서 4. 양질의 교육(Quality Education)과 7. 깨끗한 에너지(Affordable and Clean Energy)을 충족시키는 이 프로젝트는 아동의 노동을 멈추고 아이들을 학교로 가게 한 이 프로젝트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보급할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iF 소셜임팩트프라이즈, 2019 CES 혁신상, 세계 최대 휴머니테리얼 콘퍼런스 및 전시 행사인 2018 AidEx Award 파이널리스트 등을 수상했고,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등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 10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한 건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소셜벤처 ‘요크(YOLK)’다. 시카고 예술대학(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요크 장성은 대표는 레드닷, iF 어워드 등을 수상하면서 디자인뿐 아니라 기술과의 접목에 대해 고민하게 됐고,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없는 것에 한계를 느껴 디자인적인 측면은 물론 기술적인 경쟁력을 갖춘 발전적인 제품을 만들고자 직접 창업을 했다. 

 

요크가 개발한 솔라페이퍼. 다이어리 탈부착 태양광 충전기다. 

 

 

요크는 세계 최소형 태양광 충전기 솔라레이드를 개발했고, 이후 2015년 세계 최초 다이어리 탈부착 태양광 충전기 솔라페이퍼를 개발했다. 종이처럼 얇고 가벼운 이 방수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는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자그마치 1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모았다.

 

그는 “한 시간 동안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광 에너지가 전 인류가 일 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더 크다고 한다. 요크는 이러한 태양광 에너지의 특징에 대해 디자인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하고 태양광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솔라밀크를 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솔라카우는 케냐에 설치된 1호에 이어 탄자니아, 콩고와도 계약이 이루어졌다.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통해 이제 아이들은 일터 대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고 꿈을 이야기한다. 쉬는 시간엔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교실을 무대 삼아 춤실력을 뽐내는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K-pop을 즐기면서 BTS의 노래에 맞춰 춤도 춘다.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미래를 선물한 솔라카우 프로젝트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준 요크의 장성은 대표의 이야기다.

 

요크의 장성은 대표

 

 

Q.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솔라카우는 ‘우리의 기술과 디자인 창의성을 가지고 좀 더 절실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가운데 기획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많은 문제들 가운데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 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지에서 솔라카우를 설명하는 장성은 대표

 

 

Q.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사전 조사를 통해 디자인된 물품이 현장에서 직접 사용될 때 발생하는 오차였어요. 예를 들면 국내에서 방진, 방수 테스트를 마쳤지만 아프리카 오지에서는 먼지와 강수량이 훨씬 많아 제품에 영향을 주었던 점이라든지, 우리에게는 쉬운 배터리 도킹이나 LED 램프 결합 방법 교육이 이런 제품을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현지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고 배우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던 점이었죠. 

 

우리나라 아이들은 심지어 갓 돌이 지난 어린 아이도 태블릿을 쉽게 조작하는 반면, 아프리카 아이들 중에는 솔라카우의 밀크가 생애 첫 전자기기인 아이들도 있어서, 밀크와 조명의 연결조차도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더욱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현지 커뮤니티 부모님들, 아이들 모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어요.

 

이렇게 시제품과 현장 테스트를 통해 발견한 어려움들은 환경적 요소와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적정기술, 디자인을 적용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솔라카우는 소 모양의 충전 시스템과 우유병 모양의 배터리로 디자인됐다.

 

 

Q.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구성됐는지 설명해 주세요. 


솔라카우는 소 모양의 태양광 충전 시스템과 우유병 모양의 배터리로 구성되어 있어요. 소가 우유를 공급하고 귀중한 식량이 되듯 아이들의 교육을 지속 가능하도록 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런 고민을 담아 소 형태로 디자인하게 됐어요. 젖소가 매일 우유를 생산하듯 태양광 패널이 매일 전기를 생산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죠. 

 

Q. 태양광 충전기에 라디오 기능이 있다고 들었어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가 폐쇄됐던 것에서 비롯됐다고요. 코로나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현재 상황에서 매우 유용할 것 같아요.


솔라카우에 라디오, MP3 플레이어 가능을 넣을 준비를 해오던 찰나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하게 됐어요.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휴교령 사태에도 아동의 교육 방송 청취가 가능하도록 탄자니아 교육부와 긴밀히 협조해 라디오 버전 보급을 준비하고 있어요. 학교에 가지 않아도 하루에 2시간씩 영어를 배우거나 예습, 복습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뿐만 아니라 성폭력 예방 교육이라든지, 손 위생 교육 등 교육적으로 활용할 방안은 무궁무진해요.

 

솔라카우가 설치된 학교의 모습.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모였다. 

 

 

Q. 현재 3개국에 계약이 됐다고 들었어요. 최근 계약된 건으로 올 초 출장을 가신다고 들었는데 잘 진행되셨나요? 현지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반응이었을지 무척 궁금해요.


네, 저는 현재 케냐 사업지에 와있습니다. 솔라카우 프로젝트로 현재 탄자니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까지 총 3개국에 설치 계약이 됐어요. 솔라카우를 개발하고 처음 세상에 내보이는 자리가 케냐에서 진행되는 국제 포럼이었는데, 일반 회사가 참가하는 자리는 아니었어요. 다행히도 주최측 디렉터가 솔라카우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발표 기회를 주셨죠. 

 

회의장에 동양인은 저밖에 없었는데,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요크라는 회사의 대표라고 소개했더니 분위기가 싸해졌어요. 엄청 떨면서 솔라카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해 ‘아이들이 충전을 기다리는 동안 공부할 수 있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박수가 쏟아져 나왔어요. 끝나고 나서는 사람들이 저를 ‘솔라카우 레이디’라고 부르더라고요. 

 

사실 회사 내부에서 ‘우리가 볼 때는 그럴듯한데 혹시 현장에서는 쓸모없다고 하진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포럼에서의 반응들을 보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졌죠. 2018년 케냐 포콧에 처음으로 솔라카우를 설치한 이후, 캄보디아, 탄자니아, 콩고에 여러 사업지를 개척할 수 있었고, 현재 국제기구 입찰, 국제 NGO와의 협업, 타기업과의 CSR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손전등, 파워뱅크로 사용할 수 있는 솔라밀크. 최근 후원을 통해 솔라카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펀딩이 진행됐다. 

 

 

Q. ‘스쿨텔레포터증명서’는 무엇인가요?


솔라카우 프로젝트 후원을 통해 아프리카 아이를 학교로 보낸 텔레포터에게 주는 인증서예요.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솔라카우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에 론칭을 했고 얼마 전(2020.11.9) 성공적으로 펀딩이 종료됐어요. 

 

펀딩 당시, 후원한 모든 분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고 싶었는데요, 솔라카우를 후원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아이를 학교로 보내는 마법을 부리는 텔레포터의 콘셉트를 가져왔어요. 아빠가 딸에게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라카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 피스이기도 합니다. 솔라카우를 후원한 분들에 한해, 킥스타터에서 다운로드해 선물할 수 있어요.

 

Q. 요크의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요크’는 하늘의 노른자, 태양광을 상징하는데요, 노른자에 생명이 자랄 수 있는 양분이 응축돼 있는 것처럼 요크 역시 태양광 에너지를 통해 많은 양분을 세상에 전달하고자 해요.

 

요크의 환경 철학은 ‘상생’이에요. 기업은 영업이익을 추구하게 되어 있지만,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환경을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입니다. 

 

향후 계획은 먼저 솔라카우 프로젝트 규모를 확대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들이 솔라카우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만드는 거예요. 얼마 전 미국의 킥스티터 펀딩으로 10만 불을 달성했는데, 앞으로 국내 및 해외의 여러 플랫폼에서의 크라우드 펀딩을 계속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어느 정도 자리 잡게 되면, 또 다른 지구촌 문제들을 요크의 새로운 해석과 관점으로 해결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들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어요.

 

매년 7월이면 마사이마라에서는 거대한 소떼들이 물과 먹이를 찾아나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위해 마사이마라의 소떼만큼의 솔라카우를 몰고 아프리카로 가는 것, 이것이 요크의 비전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요크(yolkst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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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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