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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비닐봉지의 장점을 살린 업사이클링 브랜드 ‘H22’

2021-02-24

[2030 디자이너들의 이유있는 도전] 

디자인정글은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2030 젊은 디자이너와 창작자들을 응원하고자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린 시절 비닐봉지를 모으던 때가 있었다. 우리나라 비닐과는 느낌이 다른 외국의 봉지들, 캐릭터가 그려진 예쁜 봉지, 컬러나 소재가 독특한 그런 비닐봉지들을 모았는데, 예쁘긴 했지만 결국 사용할 데가 없어 어느 순간 모두를 처분했다.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졌던 한 작가를 알게 됐다. 과거의 에디터처럼 비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그렇게 모은 비닐들로 새로운 걸 만들어냈다는 걸 알고 적지 않게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에디터에겐 쓸모없던 비닐봉지였는데, 그것을 가지고 보기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냈다니. 

업사이클링 브랜드 희(H22)는 비닐에 공예적 기법을 결합해 새로운 소재로 개발하고 이를 제품으로 만든다. 

 

 

그 주인공은 바로 ‘희(H22)’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장우희 작가다. 희는 버려지는 비닐에 공예적 기법을 결합해 새로운 소재로 개발하고 이를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장우희 작가가 처음 비닐을 사용한 것은 가볍고 물에 젖지 않으며 여러 가지 컬러와 질감의 표현이 가능한 비닐에 대한 매력을 느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비닐을 수집하면서 환경에 대한 이슈를 함께 접하게 됐고, 몇 백 년 동안 썩지 않고 연소 시 유해 물질을 발생시킨다는 걸 알게 된 후 비닐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환경을 고려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원단을 개발해 제품을 제작한다.

 

 

비닐봉지로 제작된 희의 제품

 

 

이를 위해 장우희 작가는 공예적 기법을 결합한 방식으로 새로운 원단(Surface)를 개발했다. 희의 제품 표면의 주름 패턴은 이 기법에 의해 완성된 것으로, 각각의 제품마다 모두 다른 모양으로 완성돼 특유의 멋을 준다. 비닐 소재로 제작되기 때문에 생활방수는 물론, 여러 겹을 압축하는 방식으로 내구성이 강하다. 

 

조형 작품 활동을 하던 장우희 작가가 브랜드를 론칭하며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서울디자인상품공모전’이었다. 공모전 출품 작품은 한국의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을 받은 ‘플라스틱 보(Plastic-Bo)’. 버려지는 자투리 천으로 만들어졌지만 귀한 물건을 포장하는데 쓰이는 조각보와 달리, 똑같이 물건을 담는데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골칫덩어리 쓰레기로 취급되는 비닐봉지의 처지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껴 비닐봉지라는 소재와 조각보의 상징성을 결합시킨 제품이다. 

 

장우희 작가는 조각보와 같이 전통적인 요소에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지난해에는 전통을 주제로 한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기획, 복합문화공간 HOWS에서 2인전을 갖기도 했다. 한옥의 건축형태와 장식에 조각보를 연결해 현대적인 조명 가구를 설치한 작가는 전통적인 요소에 비닐을 더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나간다. 

 

이 밖에도 희는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공예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프랑스 파리 메종 오브제에 참여하며 디자인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WE MAKE H22!'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는 택배 비닐봉투로 만들어진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들 

 

 

지금 희는 온라인상에서 소셜커머스 기업과의 협업으로 비닐의 새로운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 ‘WE MAKE H22!’로 눈길을 끌고 있다. 버려지는 택배 비닐에서 탄생한 특별한 컬러와 재질의 튼튼한 이 가방은 ‘갖고 싶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됐다. 

 

H22의 첫 제품


“파란색 비닐로 만든 사각 파우치였어요. 그때는 조형작업의 일부로 만들었던 터라 어설프게 라벨도 직접 만들어 달고, 잘 사용하지 못했던 재봉틀로 열심히 만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까지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


“비닐이 가볍고 방수성이 좋다 보니 가방과 같은 패션 액세서리의 소재로 매우 적합해서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만들어왔고, 직접 개발한 비닐 소재를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켜보고자 의류, 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비닐봉지를 모으며 비닐의 매력을 느꼈고, 비닐봉지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비닐로 작업을 하게 된 배경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작업에 대해 고심하다가 우연히 ‘비닐’이라는 소재를 발견하게 됐어요. 코로나 사태 전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여행지에서 비닐봉지를 모아오는 것을 정말 좋아했었죠. 외국엔 색깔, 타이포, 디자인이 특이한 비닐봉지가 정말 많거든요. 

 

어느 날 그동안 모은 비닐을 정리하는데 그 각양각색의 비닐들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비닐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섬유를 만드는 저만의 실험에 돌입했어요. 주변에선 다양한 비닐을 많이 모아주시기도 했고, 기존 섬유의 틀을 확장하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기꺼이 응원해 주셨어요.” 

 

환경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제작, 선보이기도 한다.

 

 

환경적인 메시지 담은 작품 제작


“비닐이라는 소재로 작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아닌 비닐이라는 소재 자체에서 느낀 매력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작업을 하면서 비닐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됐죠. 

 

특히, 2018년 뉴스에서 태평양 한가운데의 거대한 쓰레기 섬 사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크기가 무려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를 모티브로 수 백 장의 비닐을 잘게 자른 뒤 녹이고 재봉해 거대한 파도 형태의 조형 작업인 <Big Wave>를 제작하기도 했어요.” 

 

직접 개발한 작업방식을 거쳐 제작되는 소재는 가죽만큼 튼튼한 내구성을 지닌다.

 

 

공예기법 결합해 가죽만큼 튼튼한 새로운 소재 개발


“제품에 사용되는 소재는 비닐에 열 압착 기법(Heat-Bonded Technique)을 사용해 제작돼요. 열 압착 기법은 여러 겹의 비닐에 열과 압력을 가해 한 겹으로 녹여 튼튼한 소재로 새롭게 가공하는 방식으로, 2017년부터 제가 연구·적용해온 기술이에요. 

 

비닐은 본래 가볍고 방수성이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비닐에 열 압착 가공을 하면 가죽만큼이나 단단한 내구성을 갖게 됩니다. 또, 수축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주름으로 스크래치에도 강해져 가방 등의 제품으로 만들기에 적합한 새로운 소재가 되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작업 방식


“비닐은 소재와 용도에 따라 PVC, PE, PP, PS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이중 연소할 때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소재의 비닐만을 선별해 사용하고 있어요.” 

 

 

다양한 색감을 지닌 희의 제품들

 

 

H22 = 비닐로 재미있는 디자인 제품 만드는 브랜드


“불과 몇 년 만에 정말 많은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생겨났어요. 많은 사람들이 필환경 시대를 체감하고 행동하며 노력하는 증거라고 생각돼요. 예전에는 대부분 폐소재를 그대로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서 색이나 패턴이 다양하지 않았고, 그래서 소비자들이 이런 업사이클링 제품들에 대해 모두 비슷비슷하고 선택의 폭이 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죠. 

 

희는 소재를 직접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출발해서 다양한 형태와 컬러의 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희를 단순히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인식하시기보다 ‘비닐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기분이 좋습니다.”

 

 

버려지는 택배 비닐봉투를 가방으로 탄생시켜 비닐의 매력을 경험시켜주는 'WE MAKE H22' 프로젝트

 

 

비닐의 새로운 매력 경험시켜주는 ‘WE MAKE H22’ 프로젝트


“지난 10월, 위메프로부터 택배 비닐봉투를 활용한 제품 제작 문의를 받았어요. 여러 사정으로 제작 후 사용하지 못하는 몇 만 장의 택배 비닐봉투가 있어 연락을 주셨다고 했는데, 실제 봉투를 받아보니 두껍고 튼튼해서 제품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의 비닐이었어요. 더 많은 분들이 비닐의 새로운 매력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펀딩을 기획하게 됐어요.

 

이번 펀딩의 제품에서는 가죽제품의 불박에 쓰이는 불박기를 사용해 비닐 원단에 로고를 찍는 시도를 처음으로 해봤는데요, 소재에 맞는 적절한 온도와 압력을 찾는 것이 조금 어려워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새로운 작업이었어요.” 

 

비닐 패브릭 소재의 활용 영역 확장이 목표


“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업사이클링 비닐 패브릭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시키는 거예요.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하나인 이집트 카이로의 리폼 스튜디오는 나일강을 오염시키는 주범 중 하나인 비닐봉지를 얇게 자르고 직조해서 플라스텍스(Plastex)라는 원단을 만들어요. 정식 원단 인증을 받아 자체 제품을 제작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죠. 버려지는 소재의 사용 주기를 연장하는 지속가능한 디자인 기업의 성공적 사례인 것 같아요. 

 

희도 열 압착 비닐소재를 활용하는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소재를 사업화하기 위한 특허 및 디자인권을 출원 중에 있습니다. 희의 다양한 도전 기대해주세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H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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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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