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9
끝말잇기를 하다 도저히 다음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억지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던 경험 한 번씩 있을 거다. ‘슭곰발’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도 그런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는 실제 존재하는 단어로, ‘큰곰’을 의미하는 옛말 ‘슭곰’에 ‘발’을 붙인 말이다. 2002년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의 ‘공포의 쿵쿵따’에 등장했던 ‘슭곰발’은 이후 끝말잇기를 상징하게 됐고, 한 디자인 모임의 팀명이 됐다.
슭곰발은 '슭기로운 글자생활'을 선보이는 7명의 타입 디자이너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슭곰발’은 한글을 디자인하는 7명의 타입 디자이너들로 이루어진 디자인 모임이다. 이들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한글 레터링을 디자인한다. 이들이 디자인한 레터링도 눈길을 끌지만 그 방식이 무척 재미있다. 그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이들은 끝말잇기 방식으로 한글을 디자인힌다.
이들이 디자인한 레터링엔 단어가 뜻하는 것의 특성, 분위기, 이미지가 모두 담겨있다. 형태, 컬러, 배경 등의 요소로 완성된 디자인은 단어에 담긴 다정하고, 명랑하고, 아련하고, 달콤하고, 차갑고, 싸한 감정들을 온전히 전달한다.
단어의 연결은 일반적인 단어뿐 아니라 브랜드명, 속담, 영화 제목, 랩까지 다양하다. 이어지는 단어들의 흐름만 보아도 디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의 작업은 인스타그램에 공개되는데, 링크를 통해 디자인 배경과 의도는 물론 단어에 담긴 깊은 의미까지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펀딩을 통해 선보인 슭곰발의 두 번째 아카이브북 <슭2>
이들은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는 작업들을 모아 레터링 아카이브북 <슭1>(2019)과 <슭2>(2020)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최근 펀딩을 통해 선보인 <슭2>는 끝말잇기 레터링 작업 외에도 이들이 비정기적으로 진행한 스페셜 레터링, 한글 디자인 관련 아티클, 디자이너 인터뷰 등으로 구성돼 주목을 받고 있으며, 독립서점 및 온라인에서 판매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슭곰발의 시작과 디자인 활동, 아카이브북 <슭>에 대해 들어본다.
슭곰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주현 : 저희는 인스타그램에서 슭곰발(@seulg.gombal)로 활동하고 있는 모임이에요. 2019년 5월경에 이가희 님과 함께 작업모임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저희 둘이 사는 곳이 가깝기도 했고, 폰트 디자인 프로젝트의 긴 호흡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하는 레터링 작업을 둘이 주고받을 수 있도록 ‘끝말잇기’ 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 다섯 명의 멤버가 진행하다가, 2020년 초에 멤버 구성의 변화를 거쳐 현재의 일곱 명이 됐어요.
수연 : 저는 멤버 이주현 디자이너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매너리즘 타파를 위해 참여했어요.
한웅 : 슭곰발 2기부터 합류한 박한웅입니다. 폰트 디자인과 한글 레터링을 위주로 작업하고 있어요.
영서 : 저는 폰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슭곰발은 이가희 디자이너님의 권유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슭곰발 @seulg.gombal
박한웅 @hanungle_
유형진 @typejinn_
이가희 @ganada.type
이수연 @sooooi_
이주현 @type.eeu
정태영 @jmtaeng
최영서 @typeandtype__
팀 활동은 주로 언제, 어떻게 하시나요?
가희 : 2020년에 총 7명이 구성됐는데요, 7명이 각자 자신의 요일을 정하고 해당하는 요일에 레터링을 올리는 것으로 진행을 했어요. 각자 회사를 다니거나, 직접 회사를 운영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엔 본인들의 일을 하면서 레터링 업로드 스케줄에 맞춰 개인 시간을 빼서 작업합니다. 연말에는 한 해의 레터링을 모으면서 펀딩도 하고 전시도 하다 보니 항상 바쁘게 지냈던 것 같아요.
태영 : 끝말잇기 작업에 활동의 거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1년 동안의 작업이 끝날 때 전시나 펀딩을 진행했어요.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회의를 했었는데, 현재는 주로 온라인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팀명이 ‘슭곰발’로 정해졌나요?
가희 : 2019년 5월 이주현 님과 둘이 시작했기 때문에 ‘서부크루’라는 이름으로 아주 잠깐 활동했었어요. 그러다 한 명씩 사람을 모집하면서 다음 멤버였던 정태영 님과 함께 이름에 대해서 같이 회의를 하면서 ‘슭곰발’로 정하게 됐죠.
태영 : ‘끝말잇기’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서로 이야기하다 과거 TV프로그램 중 ‘공포의 쿵쿵따’라는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한방단어’로 사용된 ‘슭곰발’이 등장했습니다. ‘산기슭’을 막는 이 단어가 끝말잇기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결정하게 됐어요.
가희 : ‘디자인쿵쿵따’ 등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슭곰발’이라고 지은 이유는 저희가 하는 작업이 진지하기보단 유머가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요즘 친구들은 ‘쿵쿵타’라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슭곰발’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유튜브로 예전 예능들을 다시 접하기도 해서 ‘슭곰발=끝말잇기’라는 공감대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끝말잇기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희 : 처음 작업에 대해 기획할 때 2명이서 함께하면서 작업을 더 확장할 수 있는 포맷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추진력 있게 바로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2명이서 하니까 로테이션도 빠르게 돌아오고, 또 사람이 많아지면 스타일이 다양해진다는 장점이 있어서 바로 섭외를 했습니다. 첫 시작 단어는 말 그대로 ‘시작’이었어요.
박한웅
이주현
어떤 과정으로 작업을 하시나요?
수연 : 멤버마다 방식이 다른데, 저의 경우 보통은 러프 스케치한 다음 컴퓨터로 옮겨서 디지털화하는 방식으로 작업하곤 해요.
한웅 : 끝말을 이어받을 때 어떤 단어로 다음을 이어갈지 생각하는 것을 즐기면서도 동시에 꽤나 신중하게 생각을 해서 단어 선정에 시간 할애를 많이 했어요. 그 이후엔 선정한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나 느낌을 어떻게 글자에 녹일지 고민하면서 작업했습니다. ‘내가 그린 글자에 어울리는 색은 어떤 색일까’ 연구하면서 질감을 더해보기도 하고 아트워크를 같이 작업해 레터링과 함께 보여주기도 했는데, 스스로 꽤 재미있게 몰입해서 작업을 했어요. 저 나름대로는 이 끝말잇기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표현의 시도들을 가능한 한 많이 해보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영서 : 단어가 선정되면 단어에 맞는 형태를 고민해요. 여러 가지 형태를 스케치해보고 가장 어울리거나 제가 의도한 바가 잘 표현된 디자인을 선정해 제작합니다.
형진 : 끝말이 정해지면 글자에 맞는 이미지나 느낌을 연상해서 글자와 엮어 생각해 봐요. 스케치로 그려보거나 사진 등을 찾아보면서 단어를 어떤 분위기로 만들어낼지 구상하고, 폰트랩으로 옮겨 글자 구조를 그려내죠. 작업을 하다 보면 초안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때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단어를 작업하면서 5~7개의 시안이 만들어질 때도 있어요. 글자의 아우트라인을 그린 후에는 일러스트나 포토샵으로 옮겨 컬러를 바꾸거나 질감을 넣는 등의 효과를 주어 마무리합니다.
태영 : 슭곰발 로고의 경우엔 재작년 저희 멤버가 5명일 때 디자인됐는데, 각자 ‘슭’을 레터링 작업해 그것을 5분씩 돌아가며 조합하는 식으로 레터링을 완성했습니다. 그 과정을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방송하기도 했어요.
슭곰발의 전시 '슭곰발자국' 포스터
전시에서는 다양한 작품 결과물과 함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두 번의 전시도 개최하셨는데, 많은 분들이 흥미를 가지셨죠?
주현 : 2019년에 윤디자인에서 전시장 대관 공모가 있어 응모했고, 저희 슭곰발 프로젝트가 선정돼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2019년 12월 그 해에 작업한 것들을 모아 ‘슭곰발자국’이라는 타이틀로 합정동 윤디자인 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했어요.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레터링 워크숍을 열고 관객이 참여해 볼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했는데, 많은 분들이 직접 그려보거나 타이핑해보는 참여형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죠.
당시 저희 작업이 자유로운 형태의 레터링으로 돼 있었는데, 노영권 선생님께서 폰트 개발에 도움을 주셨어요. 덕분에 합자, 글립대체 같은 오픈타입 고급 기능이 적용된 ‘폰트’로서의 파일 형태로 제작할 수 있었는데요, 이 폰트 파일로 사용자가 타이핑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관람객분들이 오픈타입의 고급 기능을 사용해 보시면서 즐거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문화공간 ‘어라운드 울산’과 연결이 돼 2020년 2월에 같은 전시를 울산에서도 선보였습니다.
아카이브북 <슭1>의 표지 및 내지 이미지
작업 결과물을 아카이브북에 담으시는데요, 먼저 <슭1>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주현 : <슭1>은 다섯 명의 멤버가 2019년에 작업한 123개의 레터링을 모은 책으로, 전시 ‘슭곰발자국’의 도록으로 기획했어요. 각 멤버별로 디자인 의도와 콘셉트, 레터링 이미지를 보여주는 심플한 형식의 책이에요.
레터링 작업과 함께 디자이너의 의도와 생각이 전달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다섯 명 각각의 도드라지는 작업 특징과 개성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신조어나 유행어 등도 적극 사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닉값’, ‘워라밸’, ‘밸런스붕괴’ 등 저희가 당시에 많이 사용했던 단어들도 담겨있어요.
아카이브북 <슭2>의 내지 이미지
<슭2>는 어떻게 구성됐나요?
가희 : <슭1>이 전시 도록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컬러가 따로 들어가지 않았고 포맷도 인스타그램의 정사각형으로 제작했는데요, <슭2>에서는 좀 더 책의 성격에 가깝게 진행했기 때문에 판형부터 컬러까지 회의를 거쳐서 진행했습니다. 펀딩을 통해 제작했는데, 후원자분들에게 선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스페셜 레터링’도 넣게 됐어요.
한웅 : 스페셜 레터링은 2020년 2기 멤버가 정해지고 슭곰발 프로젝트를 이어가면서 시작됐는데, 각자 끝말잇기를 하면서 각기 다른 단어로 이어가는 방식과는 다르게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7명의 멤버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업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끝말잇기라는 하나의 룰만 따르다 보면 자칫 루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에서 특정 달에 주제를 가지고 작업했던 것도 환기가 됐던 것 같아요.
특히, <슭2>는 디자인 작업 외에도 풍부한 내용으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한웅 : 처음에 책을 만들기 전에 회의를 했는데, <슭1>때 보다 멤버가 늘어난 만큼 레터링의 수도 늘었고, 그에 따라 좀 더 다양한 읽을거리를 추가해서 구성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멤버들이 분담해 편집팀과 굿즈팀, 그리고 펀딩 커뮤니티 관리의 역할을 나누어서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끝말잇기 한글 레터링은 161가지, 스페셜 레터링 70가지로 총 231가지의 한글 레터링이 수록됐고, 개인작업 파트에서는 각 멤버들의 확장된 작업물들과 함께 저의 몇 가지 작업물의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아티클은 주현 님과 수연 님께서 흥미로운 내용의 글을 써주셨습니다. 인터뷰로는 저희 멤버들끼리 대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이 가거나 새로운 생각들을 공유해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을 담았는데, 이 책을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느끼실 거예요.
수연 : 아티클의 경우 저는 제 타입 디자인과 관련된 스토리가 묻은 책을 소개했는데요, 일기처럼 써서 문장의 퀄리티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쉽고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주현 : <앰퍼샌드와 한글 이어쓰기>는 저의 개인적 관심사인 궁체에 대해 찾아보며 스터디한 내용과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에요. 전통 붓글씨에서 볼 수 있는 붓의 흘림 획들이 만드는 ‘이어쓰기’가 신기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서양의 앰퍼샌드(&)도 e, t 두 글자가 합쳐지며 자연스럽게 지금의 형태가 됐는데, ‘이어쓰기’와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앰퍼샌드가 발전해 온 과정을 짚어보고, 이어쓰기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풀어보았습니다.
<슭2>에는 한글 디자인 관련 아티클과 인터뷰 등의 내용도 실려있다.
<슭>의 특장점, 다른 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수연 : 한국에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레터링 책이 많지 않아요. 있는 것들도 대부분은 70~90년대 자료들이죠. <슭>에서는 현재 활동하는 디자이너의 레터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형진 : 상업적이지 않은 개개인의 창작물이 모여있다는 것도 특징인 것 같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현직에 있는 타입 디자이너이지만 <슭>은 생업과 별개로 진행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의 결과물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레터링 외에도 디자이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나 아티클이 포함돼있다는 것도 <슭>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업종에 종사하지만 멤버들의 경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내용이 더 풍성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가희 : 그전에도 타입 디자인에 관한 책들은 있어왔지만 타입을 제작하면서 글꼴보기집의 형태로 제작하거나, 예전에 나와있는 레터링들을 모은 책들이 많았습니다. ‘현재진행형의 타입 디자인 책’이라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수연
최영서
유형진
멤버분들 각각의 디자인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태영 : 멤버들 모두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주로 레터링에 분위기를 담거나 개념적인 접근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수연 : 대중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게 제 레터링의 특징 같아요. 요즘에는 그래픽과 글자를 잘 융합해 과감한 레터링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영서 : 대체로 제 디자인은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의 디자인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귀여운 인상의 디자인들을 좋아해서 그런 방향의 디자인들을 많이 해왔다면, 지금은 세련된 인상의 디자인을 선호해 디자인도 그러한 방향으로 하려 하고 있어요.
형진 : 한 번은 멤버들끼리 서로의 디자인 중에 좋았던 작업들을 얘기한 적이 있어요. 자기 자신은 모르지만 각자의 성향이나 각자 잘 표현하는 특징들이 보여서 신기해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의 경우는 단어를 직관적으로 그려내거나 이미지와 엮어 표현했던 작업들이 많아요. 폰트 작업을 주로 해오다 보니 레터링을 할 때는 조금 더 ‘폰트가 아닌 것 같이’ 표현해보려고 시도했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한웅 : ‘서울’이라는 단어를 ‘울산’으로 이어갔을 때가 기억나요. 울산을 나타내는 동물로 ‘용’이 꼽히는데, 그런 역동적이고 힘찬 느낌을 담아 용의 발톱 같은 이미지를 떠올려서 글자를 강렬하게 그려보고자 했어요. 또, 울산을 거꾸로 읽었을 때를 ‘림’ 자를 더해서 ‘산울림’이라는 단어로 파생해서 보았는데, 용의 비상을 상징하는 산 모양의 울산시 로고의 의미가 연상되는 단어로도 부합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서울과 울산, 이 두 도시는 ‘슭곰발자국’ 전시를 진행했던 지역이기도 해서 더 의미 있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형진 : 끝말잇기를 하던 중 갑자기 생각나는 단어가 없을 때 서로 추천해 주는 일도 있었고, 가끔 생각지 못한 문장으로 끝말을 이어가는 경우엔 다 같이 재미있어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요. 특히 정태영 디자이너가 <인생의 진리지> 랩으로 끝말잇기 레터링을 했을 때, 분량이 많기도 하고 그 아이디어가 참신해서 놀랐습니다.
또, 시국이 시국인지라 대부분 활동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는데요, 오프라인으로 모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임에도 무리 없이 잘 이어졌다는 게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2019년 워크숍 장면
2021년 워크숍 장면
슭곰발의 워크숍은 다양한 경험을 갖고 계신 현직 디자이너분들이 진행하시기 때문에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을 배울 수 있나요?
태영 : 비록 단기 워크숍이지만, 레터링 및 폰트 디자인의 기본적인 원리와 멤버들 각각의 경험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실 거라 생각해요.
형진 : 타입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설명을 한 후에 참여자가 직접 아이디어 구상과 스케치를 해보고, 편한 툴을 이용해 컴퓨터로 글자의 형태를 그릴 수 있도록 레터링을 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알려드려요. 폰트보다는 레터링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처음 글자 디자인을 접해보는 분도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글자에 관심을 가졌을 때를 떠올리면서 어떤 방식으로 글자를 그렸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보려고 합니다. 참여자의 배경지식이 모두 다르기도 하고, 진행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너무 전문적이거나 무거운 내용보다는 쉽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어요.
수연 : 레터링 작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함께 따라가 봐요. 아이디어, 스케치, 디지털 작업, 디벨롭, 완성순으로 진행되죠. 이번 슭곰발 워크숍은 시간이 짧아서 아쉬움이 있었어요. 워크숍을 진행하면 수강생분들께 오히려 힘을 받는 느낌이에요.
영서 : 지난 워크숍에서는 한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글자의 인상을 결정짓는 요소 및 글자를 디자인할 때 고려돼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드렸어요. 또한, 제가 지금껏 작업해오면서 개인적으로 터득한 작업 방법이나 디자인에 대한 생각 그리고, 참여하신 분들이 갖고 있던 레터링에 대한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주현 : 슭곰발은 타입 디자이너들의 레터링 작업 모임에서 시작했지만, 관심 가져 주시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펀딩 후원자분들 덕에 에너지를 받고 더 즐겁게 작업하게 된 것 같아요. 여력이 되는 한, 한글을 사랑하는 분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에요.
현재 펀딩 후원 리워드로 기획한 ‘레터링 워크숍’이 순차적으로 진행 중에 있어요. 작년에 코로나 상황이 심해지면서 일정이 미뤄지기도 해서, 당장은 후원자분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에 집중할 것 계획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슭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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