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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테디 베어, 지구를 접수하다.

2007-01-09


솜으로 가득 찬 작은 곰 인형은 어린 아이의 품에서 벗어나 세계 속으로 뛰어들었다. 물론 그들의 의지가 아닌 창조자의 손에 이끌려서겠지만, 사람과 같은 옷(때론 더 비싼 옷)을 입고 아기자기하고 정교하게 꾸며진 미니어처 세상 속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우리도 넓은 지구를 힘들이지 않고 한 눈에 구경이 가능해졌다. 그들을 따라 아기자기한 지구마을 구경도 하고 그들이 가진 문화적 파워도 함께 느껴보자.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일단 세계여행을 한다고 했으니 비행기를 타야겠지? 테디 공항에서 티켓팅을 하면 테디 비행기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곳에서 테디 베어 영상을 잠깐 관람한 뒤 비행기에서 내리면 전시장을 가득 채운 테디 베어들을 만날 수 있다. 테디 공항과 비행기 그리고 티켓 여권에 찍어주는 도장까지 아기자기한 티켓팅 이벤트가 전시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을 더해 준다.

짧은 테디 애니메이션 대신 테디 베어의 탄생 비화를 잠깐 짚고 넘어가보겠다. 이 작은 솜뭉치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이런 큰 전시도 꾸미고 어떤 것들은 가격도 어마어마 한 걸까?
테디베 어는 1902년에 미국이던 독일이던 어찌되었던 그 즈음 태어난 곰 인형이다. 출생지가 두 나라로 나뉘는 것은 서로 다른 기원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일단 테디 베어란 명칭은 미국의 미국의 26대 대통령인 Theodare Roosevelt의 애칭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1902년 11월 14일 미시시피에 있는 작은 sunflower 강가로 사냥을 나갔으나 성과가 없었고, 그의 수행원들은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쉽게 사냥할 수 있도록 작은 검정곰을 나무에 매어 놓았는데 이를 안 루즈벨트는 곰을 놓아 주도록 호통을 쳤고, 이러한 일화를 워싱턴 포스트지의 정치풍자 만화가인 Clifford K Berryman의 삽화로 도덕적이고 정당한 루즈벨트의 모습이 강조되어 실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삽화는 미국 국민들의 루즈벨트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하였으며 루즈벨트 대통령과 곰을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하였고 이를 응용하여 곰인형을 테디 베어라 지칭하여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곰인형의 출발이 미국의 한 잡화상이던 독일의 역사 깊은 회사이던 그 가치는 역사와 시간을 타고 높아져 갔으며 스페셜 에디션, 디자이너 에디션 등의 이름으로 특별한 소장가치가 있는 것들은 수집가들을 통해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기원설의 하나를 주장하는 독일의 Steiff사로 현재까지도 수준 높은 작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최근에는 1925년에 설립자인 리하르트 슈타이프에 의해 제작된 테디 베어가 25,200파운드(약 4억 5천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했던 만큼 들어서자마자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발을 떼야 할지 모를 정도의 전시 광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의 키 높이에 맞춘 낮은 전시 세트와 키 높이의 전시 조명들은 작은 세상을 구경하는 기분을 내준다. 세계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한 눈에 펼쳐 보이는 테디 베어들은 화려하고 섬세한 의상과 세트들로 무장하여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또한 각 나라를 구경하고 난 뒤 티켓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 나중에 내가 돌아본 나라들을 쭉 볼 수 있어 여행하는 기분을 전시 관람 내내 이어준다.

국내 톱 디자이너 25명이 테디 베어를 모델로 옷을 입혔다. 이 테디 베어들은 자선 경매에 붙여졌으며 총 1억 2450만원이라는 가격에 낙찰되었다. 낙찰 금액은 전액 유니세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이날 최고의 경매가를 올린 것은 디자이너 최유주씨의 옷을 입은 ‘퓨전 스타일로 꾸민 모녀 테디베어’였으며, 드라마 ‘궁’의 의상을 맡았던 배영진 디자이너가 만든 ‘겨울누빔한복을 입은 테디베어 가족’은 1000만원에 낙찰됐다. 테디 베어의 문화적 가치가 사회 환원이라는 뜻 깊은 행사로 기록되었다.


테디 베어의 몸 값은 그들의 나이와 만들기까지의 수공, 만든 재료 그리고 상업적, 문화적 가치가 더해져 현재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그들의 가치가 뛰고 날지, 혹은 어떤 역사적 사건이 그들을 묻혀버릴지 모르지만 작은 곰 인형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잡기까지의 성공 히스토리는 아직 이렇다 할 아이콘이 없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테디 베어, 곰 인형이 만든 세계 여행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마음껏 즐기고 느끼고 돌아가 지나치던 많은 소소한 것들에 대해 가치를 부여해 보는 일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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