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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토리⨉디자인] 스니커즈를 둘러싼 MZ세대 관객 겨냥한 디자인 전시회

2021-05-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상 코로나19) 창궐에 대한 대비책으로 작년 연초부터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봉쇄와 영업이 중단됐던 유럽에서는 확진자수 감소와 백신 접종율에 따라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금지됐던 문화예술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입장관람 외에 휴관에 들어갔던 런던의 미술관과 화랑들도 5월 19일부터 다시 대중 관람객을 맞고 있다.

 


Photo: SoleSavy/Unsplash

 

 

오늘날 대중문화관중의 이목을 집중하는데 패션만큼 좋은 주제가 있을까? 5월 18일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이 올해 첫 디자인 전시회 ‘스니커즈 언박싱하기: 스튜디오에서 거리로(Sneakers Unboxed: From Studio to Street)’(2021년 10월 24일까지)를 ‘드롭’한 날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예견하며 미래 글로벌 미술관 관중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MZ세대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디자인과 글로벌 이커머스의 결합을 시도한 새로운 기획 각도로 접근한다.

 


Converse Chuck Taylor All-Star shoes. Photo: Amit Lahav/Unsplash

 

 

오늘날 현대인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일상적 풋웨어가 된 스니커즈(sneakers, 영국에서는 트레이너스(trainers)라고 부른다). 이 캐쥬얼 풋웨어는 어떻게 스포츠용 기능성 신발에서 출발해 오늘날 거리에서 패션쇼 캣워크에 이르기까지 누구나가 소유하고 과시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아이템이 되었나? 이 전시는 1919년 농구화로 개발된 전설의 컨버스 척 테일러 올스타(Converse Chuck Taylor All-Stars)에서 출발해 최신상품인 푸마 디스크(Puma DISC), 나이키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Air Zoom Alphafly Next%)에 이르기까지 스니커즈가 글로벌 패션과 문화의 심벌로 거듭나며 스니커즈 디자인이 지난 한 세기 동안 걸어온 여정을 270켤레의 운동화를 통해 공개한다.

 


Adidas Originals X RUN DMC. Image courtesy © 2021 adidas

 

 

첨단 패션은 젊은이들이 선도한다. 실제로 1920년대 컨버스 농구화에 이어서, 1940년대말 등장한 아디다스와 푸마, 1960년대 나이키와 1970년대 오니츠카 타이거는 올림픽 출전선수용 기능성 스포츠화 범주에 갖혀 있었다. 그런 스니커즈가 운동선수용 스포츠 신발에서 주류 패션 어패럴로 진입한 때는 1970~80년대 뉴욕 청년문화가 낳은 힙합음악과 브레이크댄스가 유행하면서 부터였다. 이 때를 계기로 운동화 업계 양대 산맥인 나이키는 프로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을, 아디다스는 힙합그룹 런 DMC와 마케팅 협력 체결을 맺으며 드디어 운동화는 주류 어패럴 업계로 포용됐다.

 

또 그런가하면 운동화는 신은 자가 개성적 라이프스타일, 정치적 신조,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공표할 수 있는 자기선언용 게시판이다. 1960~70년대 캘리포니아 해변가에서 활동한 서핑광과 스케이트보더들이 캔버스 천과 고무로 된 스니커즈를 신고 다니며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했고, 영국 축구팬들은 서로 다른 색상이 배합된 아디다스 신발로 팬클럽 소속의식을 구분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시의 버블헤드 흑인공동체는 최신 출시 고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으로써 개인의 경제력을 뽐낸다.

 


Adidas Yeezy Boost 350 V2 Photo: Erik Mclean/Unsplash

 

 

오늘날 ‘스니커헤드(sneakerheads)’ 하위문화는 운동화에 일가견이 있는 MZ세대들 사이에선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제법 진지한 경제활동이 됐다. 이 희귀중고 스니커즈 컬렉팅과 매매 문화가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범보편적인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기까지엔 인터넷과 이커머스라는 통신기술과 리테일 통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니커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구하기 어려운 희귀 제품을 소유하고 거래하는 독특한 전문가 공동체가 중심돼 구축된 이 ‘스니커 헤드 생태계’는 오늘날 운동화 제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희귀한정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틋한 구매 욕망을 자극하는 촉매제임과 동시에 기발한 21세기식 마케팅 동력이다.

 


Patta Amsterdam X NIKE가 콜라보로 2020년 3월 18일에 실시한 래플

 

 

그 결과 스니커즈는 예컨대, 1990년대~2000년대 초 슈프림 등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활용했던 핵심 전략 - 젊고 대담한 디자인과 한정수량과 희귀성을 내세운 희귀판 출시(rare release) 드롭(drop)과 래플(raffle) 판매방식 - 을 가장 과감하고 실험적인 경지로 응용해 스니커즈를 소유가치 높은 명품 어패럴로 전환시켰다. 스탁엑스(StockX)나 고트(Goat) 같은 스니커즈 리세일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래플과 드롭(drop) 판매 과정을 거치며 유행지난 헌 중고 운동화나 운동선수용 퍼포먼스 운동화들은 대안투자급 자산으로 환골탈태한다.

 

디자인은 상업과 미학이 만난 접점에서 탄생한 상품이며, 디자인 뮤지엄에 전시된 출품작들은 알게모르게 짭짤한 홍보효과를 누리게 된다. 이 전시의 후원사인 스탁엑스(StockX.com, 본사: 미국 디트로이튼, 기업가치 100억 달러)는 소비자들이 애호하는 희귀 중고 운동화와 유명 스트리트 어패럴 리세일 앱 플랫폼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시중에서 구매가 불가능한 희귀 스니커즈 컬렉션을 공개한다.

 


짝퉁 명품 어패럴은 가라! 암호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매 스니커즈의 진품 여부를 판별하게 해주는 사토시 스튜디오의 고유ID NFC 태그는 LVMH 등 명품 브랜드들이 곧 도입할 계획이다. Image: Satoshi Studio/Instagram

 

 

운동화는 대중문화, 스포츠-레저 트렌드, 글로벌리즘, 디자인, 테크 혁신, 소비주의가 낳은 브랜드 전쟁, 인터넷이 두루 얽혀 탄생한 가장 21세기적 문화현상인가? 표피적인 소비주의적 발상이라 비판받을 지언정, 21세기 후기 산업사회의 인류는 이미 노동과 생산활동 이외에 ‘소비’ 활동을 통해서 니즈를 해소하고 자아를 표출하는 ‘호모 콘수멘스(Homo Consumens)’로 진화했다. 글로벌 스니커즈의 리세일 시장은 60억 달러(2019년 기준)에 이르렀고 오는 2030년까지 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어패럴 업계가 전망하는 가운데, 스니커즈는 엄연한 21세기 문화적 아이콘이 됐다.

 

우리는 어떤 스니커즈를 신는가로 우리를 표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니커즈 언박싱하기: 스튜디오에서 거리로(Sneakers Unboxed: From Studio to Street)> 전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2021년 5월 18일~10월 24일까지 전시된다. Photo: Ed Reeve/Courtesy: Design Museum London.

 

 

글_ 박진아 객원편집위원(jina@jinapark.net)

참고서적_ 스니커즈 발달사를 다룬 참고서적: 유니야 카와무라(Yuniya Kawamura) 저, <Sneakers: Fashion, Gender, and Subculture>, Bloomsbury 출판사, 2016년, 총 168쪽, ISBN: 978085857857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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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런던디자인뮤지엄 #풋웨어 #이커머스 #MZ 

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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