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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이야기꾼 아버지와 아들, ‘호민과 재환’

2021-06-08

주호민 작가는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독창적인 스토리와 그림체의 웹툰을 선보이는 웹툰 작가다. 그의 아버지 주재환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재치 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망해온 작가로, 이 두 작가의 작품을 조망하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호민과 재환' 전시장 입구

 

 

미술과 웹툰이라는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코로나 시대에 반응하는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에 주목하고자 정한 ‘트랜스미디어’라는 올해 전시 의제와 부합되는 전시다. 

 

주재환 작가의 작품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첫 번째 섹션은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다’로, 주재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제목 혹은 캔버스 속에 등장하는 텍스트가 눈길을 끄는데, 이와 함께 어우러지는 작품은 작품의 이야기가 지닌 함축성과 시적 상상력을 살펴보게 한다. 

 

주재환 작가는 민중작가로 분류됐지만 전시에서는 그의 작품 속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확장된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다. 주재환 작가의 작품에서는 하나의 이미지 안에서 시간과 공감의 흐름을 연출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형성하는 만화적 요소도 살펴볼 수 있다. 비닐봉지나 쇼핑백, 못 등, 일상의 버려지는 물건들을 콜라주한 작품들도 볼 수 있는데, 관련성 없는 재료들을 조합해 조형적 다양성을 만든 이 작품들은 만화의 칸 사이의 여백과 같은 상상의 여지를 만들어낸다. 

 

 

주재환 작가의 작품들

 

 

작품의 형식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든다. 전시장에서는 여러 개의 빨래건조대를 설치하고 다양한 음료수들의 병과 캔을 매달아 놓은 설치작품도 볼 수 있으며, 미술계를 풍자한 ‘미술 비평’ 시리즈를 비롯해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 <몬드리안 호텔>, <쇼핑맨> 등 주재환 작가의 대표작과 함께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호랑이 소리>와 <흑백비> 등이 전시된다. 

 

'지금 여기, 그리고 넘어의 세계'

 

 

두 번째 섹션 ‘지금 여기, 그리고 너머의 세계’에서는 주재환과 주호민 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을 의미하면서 작가 자신들이 경험해온 동시대 사회의 현실과 고민을 담아낸 ‘지금 여기’,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그래서 알 수 없는 ‘죽음의 세계’와 ‘신화의 세계’인 ‘너머의 세계’를 통해 교차되는 두 작가의 작품 속에서 세계관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장의 똟린 공간에 설치된 주호민 작가의 작품

 

 

전시장 2, 3층의 뚫린 공간에 설치된 주호민 작가의 <계단에서 뭐 하는 거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주호민 작가가 주재환 작가의 대표작 <계단을 내려오는 봄비>를 만화적 구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 작품을 통해 두 작가의 연결되는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다.

 

 

주호민 작가의 작품들

 

 

세 번째 섹션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다’는 만화가 주호민의 차별화된 장점과 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선보인다. 독자적인 서사 예술 형식으로써 만화가 펼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고, 주호민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살펴볼 수 있는 이 공간은 ‘만화의 힘은 강력하다’, ‘스토리텔링: 유기적인 이야기 구조와 공감 가는 캐릭터’, ‘영화적 연출’, ‘만화 구성요소의 다양한 활용’ 등의 하위 섹션으로 구성, 주호민 작가의 작품을 좀 더 밀도 있게 이해시켜주며, 주호민 작가의 초창기 시절 원화와 대표작 <신과 함께>, <무한동력>의 콘티, 스케치 등의 작업물을 최초로 공개한다. 

 

마지막 섹션은 ‘만능 이야기꾼, 주호민’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만능 이야기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호민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유튜버 스타일로 주재환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주재환 월드컵 16강>을 공개, 오늘날 트랜스미디어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웹툰이 지닌 미학적 가치를 살펴보고 미술의 영역 확장과 변화를 모색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 3층에서 8월 1일까지 개최되며, 주호민 작가가 직접 녹음한 시립미술관 도슨팅앱 음성서비스도 제공된다.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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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민과재환 #주호민 #주재환 #서울시립미술관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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