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1
제주에 새롭게 개관한 포도뮤지엄에서는 인류를 서로 적대화시켜서 분란을 일으키는 혐오와 혐오 표현 현상을 예술가들의 시각을 통해 경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시뮬레이션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회를 내년 3월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너와 내가 만든 세상 포스터 (사진제공: 티앤씨 재단)
예술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편견과 혐오를 부추기는 과정부터, 그 혐오의 해악성이 인류에게 남겨온 고통 조명하고, 그로 인한 비극들 속에서도 용서와 포용의 길로 사람들을 통합하고자 노력한 사람들의 메시지들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이다. 한중일의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쿠와쿠보 료타, 장샤오강(Zhang Xiaogang)와 진기종 작가 등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설치 작품 이외에도 티앤씨재단에서 직접 기획한 디지털 인터랙티브 등의 체험 방식을 도입해서 다섯 가지 테마 공간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입체적인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소문의 벽. 벽에 나있는 구멍을 통해서 엿볼 수 있는 글귀는 가벼운 뒷담화부터 소문, 그리고 대중매체와 권력에서 발화했던 실제 가짜 뉴스와 소문들이다.
익명의 초상들(2020), 익명의 장면들(2012-2020), 스치는 익명의 사람들(2020), 성립 작가.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만나는 익명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작품이자 익명의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의 형상화
첫 번째 전시실인 ‘균열의 시작’에서는 사람들이 가볍게 옮기는 뒷담화와 가짜 뉴스가 대중의 불안과 함께 서서히 자라나는 과정을 그리고,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그로 인해서 익명화된 군중들의 모습과 과잉 공감이 만들어내는 혐오의 역사 그리고 그 혐오가 정당한 분노로까지 둔갑되던 과거의 역사 속의 실제의 모습들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세 번째 전시실인 ‘혐오의 파편’에서는 오해와 편견으로 얼룩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전시의 끝이 향하고 있는 방향은 희망이다. 어두운 주제에서도 강렬한 희망을 통하여 혐오와 맞서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지 말고, 과연 우리는 다른 존재들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삐뚤어진 공감. 가짜 뉴스의 선동이나 광기 어린 군중심리의 원인에는 수많은 대중의 공간대가 존재한다. 그 삐뚤어진 공감에 대해서 조명한다.
LOST#13(2020), 쿠와쿠보 료타. 빛과 그림자를 이용한 시리즈 작업을 통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연상하게 하면서 왜곡과 해석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던지는 작품
이 전시를 보고 나서 이 혐오와 희망의 내용이 꼭 과거의 시간에 국한되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전시를 보면서 우리가 오늘날 마주하고 있는 되풀이돼서는 안되는 역사와 희망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자각하고 나아가는 데에 이 전시가 큰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1929-2020), 익명(2020), 계단 오르는 사람들(2020), 매달린 사람들(2020). 독재와 선동을 비판하는 풍자하는 작업을 차용한 작품이다.
벌레 먹은 숲(2020), 최수진. 혐오의 언어로 OO충들이 있는데 서로를 벌레라 부르게 된 벌레에게 갉아 먹힌 슾픈 사람들의 자화상을 표현했다.
이 전시를 기획한 티앤씨재단의 김희영 대표는 이 전시를 구상하는 데 영감을 받은 계기를 묻는 질문에 “몇 년 전 다보스에서 홍콩의 비영리 재단 크로스 로드(www.crossroads.org.hk)의 난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타인의 고통에 완벽하게 동화되어보는 경험이 공감 교육의 핵심임을 깨닫고 아포브 전시를 구상하게 되었다”며,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혐오와 차별의 해악성을 돌아보고 공감과 화합의 메시지를 나누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랍(2021), 장샤오강. 거대한 서랍장 안에 기억의 조각을 담아서 개개인의 삶에 새겨진 고통과 비극이 더 극명하게 다가온다.
숙고의 방(2021), 강애란. 스스로 빛나는 책들이 가득 차 있는데 혐오에 맞서 싸운 의인들의 이름을 담고 있다.
우리와 그들(2019), 진기종. 종교의 상징물 통해 전시의 주제인 우리와 그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
전시는 포도뮤지엄 개관 기념으로 5월 말까지 무료로 공개된다. 무료 관람은 포도뮤지엄 홈페이지(www.podomuseum.com)에서 사전 예약하면 된다. 이후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과 군인 3,000원, 12세 미만은 무료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화요일 휴관이다.
글_ 손민정 객원기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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