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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아티스트 in KOTE] 유쾌한 그림으로 평화와 사랑을 위한 메시지 전하는 '요요진'

2021-10-27

코트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문학·예술·디자인의 만남, 아티스트들간의 교류, 아티스트와 시민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미술, 디자인, 사진, 영상, 음악, 공예, 문학 등 문화예술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이 살아 숨쉬며 새로운 문화장르가 창조되고 있다. 전에 없던 공연, 전시, 행사 등을 기획하는 코트에는 끼 있고 개성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머물고 있다. ‘아티스트 in KOTE’에서는 코트에서 작품세계를 발전시킬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또 다른 모습을 전하는 코트 소속 아티스트들을 선정, 시리즈로 소개하고자 한다.  

 

캐릭터와 두들의 만남을 선보이는 요요진 작가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그림에 담는다. 2010년 유네스코를 통해 잠비아에 파견, 9년간 그곳에서 활동하며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Unitlted (2020, Acrylic on canvas, 336 x 145)(low)

 

YOYO Shape 1

 

 

잠비아 청년들의 삶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을 표출할 수 있도록 그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던 요요진 작가는 사회적인 문제를 예술로 해결하자는 취지를 지닌 아티스트 콜렉티브 Art4art 소속작가로 활동하면서 Hiv/Aids 이슈를 다루는 애니메이션과 작품들을 제작했다. 

 

이후 Modzi Arts라는 아트센터를 만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와 벽화 작업 등을 하면서 회화적인 작업들로 조금씩 전환했고, 유럽의 지배로 인해 희미해진 잠비아의 역사적 뿌리와 예술적인 기록들을 찾으며 ‘현대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과 무엇을, 어떻게 공유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를 깊게 고민하는 Modzi Art의 활동들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했다. 

 

작업을 통해 평화와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요요진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들어본다. 

 

Q. 아프리카에서는 어떤 매체로 작업하셨나요?


보통은 애니메이션을 위한 스케치 작업이나 디지털 일러스트 작업을 위한 그림을 작은 일기장에 그리곤 했어요. 아무리 작게 그려도 스캔을 해서 컴퓨터로 가져오면 어떤 크기로든 작업이 가능하니까요. 

 

어느 날 Modzi Arts의 디렉터가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보더니 ‘왜 좀 더 큰 곳에 그려보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고, 그 후 점점 사이즈를 키워가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어느 날은 작가활동을 하는 친구가 이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 스튜디오에 있는 문짝을 떼다 가져다주었고, 거기에 그림을 그렸는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Munyamata 병원에 그려진 요요진 작가의 작품, 르완다

 

 

Q. 본격적인 작가 활동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차후에 이 문짝에 그린 작업은 남아공의 ABSA은행에서 주최하는 ‘L'Atelier 공모전’에 전시되기도 했는데요, 그때 재미를 느껴 그 뒤로부터 점차 라이브 페인트, 벽화 등 큰 작업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전시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홍대 라이브드로잉

 

 

Q. 한국에서의 활동은 언제 시작하셨나요?


Modzi Arts에서의 첫 개인전을 마치고 나서 잠비아에서의 9년간의 삶을 정리하고 2019년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어요. 아프리카의 아트씬은 날것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 신선하고 다양한 시도를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아무래도 예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환경이 굉장히 열악했는데요, 때문에 작가로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 한국행은 피할 수 없던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서의 첫 번째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예술 쪽으로 아는 갤러리나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종이를 들고 홍대에 가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전지 10장 정도를 이어 붙여 큼지막한 그림을 그렸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어떤 중국 관광객분은 우유를 사다 주시기도 하고, 한참을 바라보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조용히 박카스를 두고 가시기도 했고요. 물론 그림을 담뱃불로 지지거나 침을 뱉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관람객들의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활동했죠. 

 

그렇게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림에 대한 자료도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갤러리나 다양한 곳에 지원했을 때 관심 있는 시선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던 것 같아요.

 

요요진 작가의 청계천 광교갤러리 라이브드로잉 (44M)

 

 

Q.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시나요? 


저는 회화 작가이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제 주된 작업이지만 회화 작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을 즐겨 하고 있어요. 특히 전시장에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첫 개인전에서는 VR을 활용해서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았고, 이후에는 관객의 움직임 데이터를 센서로 받아 직접 외계인이 되어보는 설치작업, 내가 생각하는 가치가 발현되는 순간의 소리를 증폭하는 사운드 설치작업도 진행하면서 좀 더 흥미로운 전시가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사운드 드로잉

 

 

 

요요진 작가의 캐릭터 작업

 

 

Q. 캐릭터에 두들 작업이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런 작업을 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해요. 


초등학교 때 저는 얼굴이 굉장히 빨간 통통한 아이였는데요, 그래서 친구는 제게 토마토 캐릭터를 선물로 그려줬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친구들마다 여우, 호박, 배추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각자 가지고 있었는데요, 저는 친구들의 캐릭터를 계속적으로 겹겹이 쌓아서 어떤 형태를 만드는 그림을 즐겨 그렸습니다. 

 

그런 그림을 그렸을 때 친구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이 저를 ‘독특한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뭔가 공들였던 시간과 노력이 보상받고 인정받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아마 그때 이런 두들 작업에 흥미를 갖게 됐던 것 같아요.

 

두들 작업에 어떤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생각을 즉흥적으로 바로 꺼내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음과 동시에 충분한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마 초등학교에서부터 익숙해진 캐릭터와 라인 드로잉이 벽화나 라이브 페인트로 이어지면서 즉흥성이 더해진 것 같아요.

 

Q. 일반적인 두들 작업과는 좀 달라 보이는데, 작업의 특징 같은 것이 있다면요?


두들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너무도 많습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인 Keith harring, 최근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Mr. doodle이나 영국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Shantell Martin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보통 두들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흰 배경에 검정 라인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든 비슷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드로잉을 하고 어떻게 구성을 하느냐에 따라 그 안에서도 각자의 스타일이 돋보이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고유의 캐릭터가 있어서 그 친구들이 이곳저곳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어떤 캐릭터는 평화를 외치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는 사랑을 외치고, 어떤 캐릭터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죠. 이 캐릭터들은 제가 표현하고 싶은 주제들을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다양한 메시지들을 직접적으로 적으면서 무언가를 애써 전달하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오면서 글이 줄어들고 캐릭터들의 형태들이 다양해지기 시작했어요. 도리어 캐릭터들은 활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이면서도 편안함을 추구하는 모양들입니다. 최근에는 즉흥적으로 배치되던 캐릭터들을 좌우로 균형감 있게 배치하면서 주로 마법진을 보는 것 같은 재미난 작업들을 하고 있어요.

 

요요파워 - 사회정의구현 (ZER01NE 후원으로 제작)

 

 

Q. 전반적인 작품의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나요?


저는 제 고유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평소에 생각했던 이야기나 관심사들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보통 인류애나 평화가 주제인데, 아마 제가 어렸을 때부터 평화운동이나 반전운동에 대한 로망을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아프리카에 가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고 그게 또 엄청 멋있어 보였어요. 

 

작품에서는 평화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가 되고 있어요. 이 단어들은 친근하면서도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각자가 살아가는 환경과 삶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서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평화를 이야기할 때 6.25시절의 한국 사회에서 모두가 갈망하던 평화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가 갈구하는 평화는 완전히 다른 의미일 것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확실하면서도 정의되기 힘든 주제일수록 좀 더 많이 이야기되고 함께 공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인류도 한걸음 더 밝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같아 부끄럽고 ‘과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만큼 떳떳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좋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사람이니 앞으로도 많이 고민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은 제가 그곳에서 생활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좋은 에너지를 제 나름의 언어로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거창하고 멋있어 보이기 위해 억지로 멋진 주제를 끌어와서 작업을 하기보다는 제가 설득할 수 있고, 저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Q.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궁금합니다.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엉성한 이빨에 왕관을 쓰고 있는 이 캐릭터는 딱히 이름은 없지만 ‘요요’라고 많이들 불러주세요. 제가 표현하려는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있죠. 

 

아직은 어떤 존재라고 정의 내리기는 힘든 친구예요. 분명히 이 친구들이 살고 있는 세계도 삶도, 존재하겠죠? 그만큼 미스터리가 가득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줄 거라는 것이죠. 

 

Q. 진행하셨던 컬래버레이션 작업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아프리카에 있으면서 많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했어요. 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단체인 Sani foundation의 영상작업과 캐릭터 작업을 했고, 슬럼지역의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적인 인식개선에 앞장서는 Circus Zambia와의 벽화작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르완다의 Munyamata 병원의 소아병동의 벽화작업, 탄자니아의 장애아동센터 LOVE의 벽화작업 등을 했어요. 

 

이러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은 도리어 대부분 돈을 써가면서 하는 작업들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소중히 여기는 친구들의 사업들이었고, 또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동참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이 중에 Circus Zambia의 영상이 코엑스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었다는 말을 듣고 진짜 뛸 듯이 기뻤죠. 저는 이런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제 작업의 방향성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무료 봉사 수준의 작업이었지만 작가 활동을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정말 많은 영감을 주었고, 또 이들이 하는 멋지고 의미 있는 활동과는 별개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코치와의 컬래버레이션

 

 

Q. 가장 인상 깊었던 컬래버레이션 작업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는 Coach, 지오지아, 서울문화재단, 한국공정무역협의회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어요. 특히, 최근에 진행했던 Coach 80주년 컬래버레이션이 기억에 남는데, 직접 고객분들이 가져오시는 가방에 그림을 그려드리는 작업을 진행했었어요. 그러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또 제 그림에 대한 반응도 직접적으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요요진 작가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재는 어떤 작가로 성장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합니다. 행복한 고민이죠. 앞으로는 국내를 더불어 해외에서도 제 그림을 선보이고 많은 컬래버래이션을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더욱 자기검열을 하고 열심히 작업해서 인정받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군가가 제 그림을 좋아하고 그만큼 빠져서 그림을 구입까지 해주시는 것은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랑받은 만큼 저도 제 주변인들에게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자 해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요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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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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