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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쿠와쿠보 토루(Toru Kuwakubo) 개인전

2007-03-20


예술이란 이름으로 덮인 작품들을 마주하고 섰을 때, 아직도 어렵고 난해하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그의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 그저 그가 그리고 싶은 가공의 것들을 편안하게 늘어놓았을 뿐인 그의 그림은 마주하는 순간 당신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앗아버릴 것이다.
늘어진 것들이 만든 심리적인 효과일 수도 있고 혹은 그의 부드럽지만 힘있는 색감이 그렇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든 당신은 뜨거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그의 그림 앞에서 넋 잃고 빠져버린 한 기자의 어설픈 러브레터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그의 그림 속 바다를 향한 네 개의 시선이 보인다. 바다에서 사는 가공(架空)의 여성, 그녀를 바라보는 가공(架空)의 화가 그리고 쿠와쿠보 토루… 마지막으로 당신.
어느 시대라도 별로 변하지 않는 넓은 장소에서, 중립적인 무대의 구실을 하는 장소인 바다는 현실의 그와 가공의 것들을 연결시켜주는 장소로 보여진다. 바다는 잔잔하게 또는 혼란스럽게 때론 짙고 거친 모습으로 네 개의 시선 앞에 나타난다.


유화물감의 기름냄새가 부드럽게 진동하는 그림 속에는 바다가 조용하되 바람은 재잘대어 해변에는 달콤한 향이 풍기는 그녀의 물건들로 가득하다. 그가 꿈꾸는 그녀는 바다의 그것과 같아 외롭지만 따뜻하고 거친 바람에도 담담하다.

바다의 그녀가 그의 캔버스 앞에 앉았다. 해변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녀들은 조개와 쓰레기를 몸에 걸치고 바다를 품은 눈으로 이젠 그를 응시한다. 그녀의 눈을 통해 우리는 그를 만나 볼 수도 있겠다.

(아래 인터뷰는 갤러리 측에서 사전에 이루어진 이메일 인터뷰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쿠와쿠보 토오루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짧은 설명을 한다면?
쿠와쿠보 토루 : 이번에는 가공(架空)의 화가가 바다에 사는 가공(架空)의 여성의 생활을 기록한다라는 내용으로 제작했습니다.

당신은 현대적인 이미지와 스타일을 전통적인 방식, 특히 인상주의와 함께 구사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쿠와쿠보 토루 : 나는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 허구의 화가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상상하는 화가의 모습 - 이를테면 피카소라던가 반 고흐라던가– 에 나 자신을 부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렸습니다.
그 때, 피카소나 마티스, 반 고흐 같은 전형적인 화가에 가까운 화가라면 회화다운 회화를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인상주의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쿠와쿠보 토루 : 나에게 인상주의란, 가장 회화적인 표면을 지닌 전형적인 이미지이고, 또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워홀이 뭔가를 표현하려고 마릴린 먼로를 실크스크린으로 출력한 것처럼 전형적인 화가가 자신의 생각을 전형적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느낀 것입니다.

작품에 영향을 준 에피소드나 개인사가 있습니까?
쿠와쿠보 토루 : 어렸을 적에 화가였던 할아버지가 그리고 있던 것을 본 것과 유화 물감의 냄새가 나던 할아버지의 아틀리에가 좋았던 것을 우선 꼽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시절, 여행중에 우연히 들어갔던 인상파의 전시회에서 반 고흐의 <버드나무 가지가 드리워진 정원(garden with weeping willow)> 이라는 소품을 보았던 것. 그리고 “비가벤리(ビガベンリ)”라는, 어머니가 남긴 의미불명의 유언이 있습니다.

당신의 이전 작품들을 보면 바닷가를 배경으로 넥타이를 매고 셔츠를 입은 남자와 꽃들이 등장합니다. 그것들이 지닌 상징적인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
쿠와쿠보 토루 : 해변- 어느 시대라도 별로 변하지 않는 넓은 장소에서, 중립적인 무대의 구실을 하는 장소는, 내게는 바다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쪽과 저쪽을 잇는 장소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의 남자- 개인적으로 부여한 의미로는 그게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의 상징이라고 여겨지도록 의식하면서 그리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그저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지만, 살아 있는 이상, 적어도 자신과 주위의 세계를 긍정하고 싶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는, 무작위(無作爲)의 목적을 설정해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꽃- 산다는 것의 의미와 목적을 넘은 긍정의 상징입니다.

첫 아이디어에서부터 작품의 완성까지 작품을 어떻게 발전시킵니까?
쿠와쿠보 토루 : 아이디어가 나온다 -> 며칠이고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을 찾아낸다 -> 바다에 가거나 모티프를 찾거나, 자료를 찾거나 한다 -> 그린다 -> 감상하고, 생각한다.

스무 살의 당신은 어땠습니까?
쿠와쿠보 토루 : 성격은 염세적, 회의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초조해 했습니다. 그리고 1주일에 세 번, 농구를 했습니다. 1주일에 3회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나머지는 미술관에 가거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의 작품 스타일은 어땠나요?
쿠와쿠보 토루 :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기 전이었기 때문에, 영상, 입체 등등 현대미술적인 작품을 공부하듯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서른 살의 당신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살 거라고 생각합니까?
쿠와쿠보 토루 : 그림을 그리고, 피곤해지면 미술관에 가거나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꿈입니다.

좋아하는 화가는?
쿠와쿠보 토루 : 보티첼리, 카라바조, 베르메르, 고야, 모네, 반 고흐,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앙소르, 로댕, 자코메티, 브랑쿠시, 호크니, 호퍼, 리히텐슈타인, 오키프, 사이 톰블리, 구마가이 모리카즈(熊谷守一 : 1880-1977), 기시다 류세이(岸田劉生 : 1891-1929), 다카하시 유이치(高橋由一 : 1828-1894), 오귀스트 포레스티에(Auguste Forestier), 마르틴 라미레스(Martin Ramirez) 등.

좋아하는 일본의 작가와 일본영화는?
쿠와쿠보 토루 :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다카하시 겐이치로(高橋源一郎), 요시모토 바나나(吉本ばなな) 아베크 몬 마리(원제: Avec mon mari)(1998년),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1991, 기타노 다케시 감독), 붉은 돼지, 하나와 앨리스, 메종 드 히미코, 훌라걸스(2006년, 아오이 유 주연) 등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산책 코스가 있습니까?
쿠와쿠보 토루 : 구게누마(Kugenuma)의 해안입니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구게누마 해안을 말함. 도쿄 근처, ‘에노시마’ 근처에 위치. 도쿄-요코하마 대도시권의 근교주택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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