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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조선 여인 백파선’ 알리는 이혜경 대표

2022-01-27

1590년대 조선의 도자기술은 최첨단이었고 미감 또한 무척 아름다웠다. 이에 일본 막부는 조선 도자기를 사랑했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때 조선의 수많은 사기장들은 포로가 됐다. 

 

그 중 한 사람이었던 사기장 김태도(金泰道)의 아내였던 이름없던 한 여인은 남편이 세상을 뜬 후 함께 일하던 사기장과 식솔들을 이끌고 일본 사가현 아리타에 정착, 아리타를 일본 도자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현재 일본의 도자기를 있게 한 그 여인은 백파선(百婆仙). 이름조차 없었지만 일본의 도자기를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게 한 그 여인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은 백파선(百婆仙, 백 살까지 산 神仙같은 머리가 하얀 할머니)이라는 이름을 비문에 새겼다.  

 

백파선은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조선의 여인’이었지만, 400여 년 동안 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도자기와 조선 도자기의 긍지’여던 백파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백파선콘텐츠연구소다.  

 

이혜경 대표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백파선콘텐츠연구소는 백파선을 기억하고 그녀의 업적을 알리기 위해 이혜경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 

 

일본 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조선여인 백파선 추모상 앞에서

 

아리타에서 이혜경 대표가 직접 그린 도자기

 

 

이 대표의 백파선과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홈스테이를 할 때 일본인 주인의 친척이 아리타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분이셨는데, 그곳에 함께 여러 차례 방문을 했었죠. 그때 아리타에서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이미 백파선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2019 국제공예 학술포럼

 

 

백파선을 알리기 위해 이 대표는 2019년 초에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를 설립했다. ”400년 전 일본에 끌려가서 일본도자기의 어머니가 된 점만으로도 무척 매력적인 여성이에요. 그녀에 대해 연구하고자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를 만들었죠. 구체적인 세 가지 목적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백파선이라는 여성을 여성리더십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 두 번째는 백파선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콘텐츠화 시키는 것, 세 번째는 정치적으로 풀기 어려운 경직된 한일관계를 문화예술로 풀어보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렇게 2019년 6월 국제 포럼도 진행하게 됐어요. 포럼의 내용은 책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포럼 외에 다양한 활동 중에서도 가장 비중을 두었던 것은 백파선을 콘텐츠화해서 알리는 것으로, 2020년 말에는 백파선콘텐츠연구소를 만들고 올해 1년을 맞이했다. 

 

백파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선보이고 있는 이혜경 대표

백파선 캐릭터 (사진제공: 엑스포디자인그룹)

 

백파선 페이퍼 토이 (사진제공: 엑스포디자인그룹)

 

 

세종이야기미술관 관장직을 겸하고 있는 이 대표는 엑스포디자인브랜딩과의 협업을 통해 백파선 페이퍼 토이를 제작했다. “세종대왕이나 소헌왕후처럼 도자기를 상징하는 백파선을 페이퍼토이로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했고,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발표를 하며 백파선콘텐츠연구소의 출발점으로 삼았죠.”

 

백파선 굿즈와 백파선 일러스트

 

 

백파선을 알리기 위한 활동은 백파선 굿즈 펀딩으로도 이어졌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백파선이라는 인물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했어요. 그 중 하나로 도자기를 만드는 원료인 백토를 넣은 화장비누, 백파선의 고향인 김해에서 활동하는 도예가가 만든 도자기 비누 받침대, 백파선 캐릭터가 그려진 핸드타월을 제작해 펀딩을 진행했죠.”

 

또한 이 대표는 지수현, 김종현 작곡가와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공예가, 일러스트레이터, 소설가 등 다양한 작가들을 발굴, 백파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백파’이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져서 150회나 공연이 됐다고 해요. 관련 소설책도 ‘용비어천가’라는 제목으로 출간돼서 큰 상을 받았다고 하고요. 백파선이라는 여성은 이름도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오긴 했지만 장인으로서, 여성리더로서 충분히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고요. 현재 저희도 젊은 작가를 통해 백파선 소설 작업을 하고 있고, 백파선을 주제로 전통무용, 현대무용, 뮤지컬, 드라마, 만화 등의 콘텐츠도 제작을 기획하고 있어요.”

 

백파선콘텐츠연구소에서는 현재 세 번째 백파선 헌정앨범을 준비 중에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지연이 되긴했지만 이미 작사, 작곡이 다 되어있고 가수 녹음만 남겨놓은 상태예요. 올 여름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를 통해 백파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도공들의 삶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올해는 또 다른 포부를 가지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백파선도자기공모전을 개최하는 것이죠. 이번 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공모를 통해 도예가, 화가 등 도자기를 소재로 작업하는 작가들을 모아 백파선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목표예요. 가장 큰 목표는 백파선이 세종대왕이나 신사임당과 나란히 교과서에 실리는 거예요.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탄생시키고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간절히 바랐던 역사적인 인물 백파선이라는 여성이 하루빨리 세상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백파선역사문화아카데미·백파선콘텐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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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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