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4
-‘향토지식 재창조사업’ 이끌고 있는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황종환 이사장
향토지식재산은 우리 지역에 내재된 지식과 기술, 문화를 알리는 것으로 지방화와 세계화를 연결시키는 고리이자 세계 속에서 우리를 빛낼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또한 향토지식재산은 일자리 창출 한계라는 현실 속에서 지역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향토지식재산을 활용한 향토지식사업을 하고 있는 집단이 있다. 이름하여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곳에서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지역향토 지식재산을 발굴하여 이를 콘텐츠로 개발하고 상품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최초 지식재산 전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지식재산을 발굴하고 보호하며 재창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는 지식재산권들을 공유하고 지속가능한 글로컬 지식공유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이를 위한 사회화 지원 업무를 한다. 이 집단을 이끌고 있는 황종환 이사장 겸 대표변리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황종환 이사장
먼저 이사장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36년차 지식재산전문가인 변리사로서 2019년말까지 (재)한국지식재산관리재단 이사장직을 마치고 2020년초 사회적협동조합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 겸 대표변리사를 맡고 있는 67세의 꿈꾸는 신중년입니다.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질좋은 일자리나 창업아이템을 찾는 청년들, 새롭고 경쟁력있는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는 중소상공인들,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비수도권 지역에 희망을 주기 위한 민간 차원의 조직입니다. 단순하고 형식적인 공간, 자금, 컨설팅 지원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다양하고 차별화된 지식아이템을 발굴-보호-산업화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현장에서 중년과 청년의 상생융합, 도시와 농촌의 도농상생, 지역과 국제간의 글로컬상생을 위한 지식재산발굴조사, 그리고 인력양성과 지식정보를 연계하는 플랫폼 구축사업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영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황종환 이사장
법학박사, 변리사이신데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법대 출신이 과학기술을 다루는 변리사가 된 것은 제가 고려대 대학시절 학교근처에서 밀조주 제조를 하는 집의 고3학생 가정교사를 하게 된 것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1980년말경 제가 가정교사를 하고 있던 집에 갑자기 검찰청에서 소위 인지수사형식으로 급습하여 현장에서 학생의 부친을 체포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저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시 학교앞 주막이나 축제 등 많은 행사에서 먹었던 막걸리가 소위 밀조주로서 구속과 벌금이 병과되는 아주 죄질이 나쁜 범죄인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관련법인 주세법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새로운 양조장허가가 금지되어, 허가받지 못한 수많은 양조전문가들이 오랜 세월 밀조주 제조자라는 강력한 처벌대상자로서 숨죽이며 살아왔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당시 관할인 북부검찰청에 직접 방문하였고 우연히 담당 검사가 대학 선배임을 알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선배님이 학창시절에 먹던 막걸리가 국가차원에서 오히려 적극 지원할 대상이지 허가조차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죄질이 나쁜 악질적인 범죄자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지않겠느냐”고 저의 의견을 피력했지요. 그 결과 학생의 부친이 석방되는 쾌거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대대학원을 다니던 중 전통발효기술에 대해 공부를 해 보기로 마음먹고 야간으로 농대대학원 식품공학과를 입학하게 되었고, 결국 법과 기술이 결합된 변리사라는 직업도 갖게 되었습니다.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이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산업은 어떻게든 해외기술을 도입하여 좋고 경쟁력있는 제품을 신속하게 만들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왔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단계에서는 단순한 질좋은 제품이 아닌 우리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이라는 프리미엄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에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의 시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도권중심의 지역불균형으로 급격한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지역마다의 차별화되고 다양한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이 절실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5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각 지역별로 수많은 향토지식유산과 역사적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한 향토지식 데이터베이스에 열린 지식공유플랫폼을 통해 옷을 입히고 채색을 하는 작업이 바로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입니다. 특별히 재창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향토지식유산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아닌, 기존 향토지식유산을 현대에 맞게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함입니다.
‘향토지식 재창조운동’을 영어로는 ‘Local IP Revolution’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이 보유한 향토자원, 전통지식, 경험 및 공유지식에 대하여 4차산업의 인공지능기술과 개인의 자기표현 욕망을 융합, 재창조하여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글로컬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일자리경제를 이룩하려는 운동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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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지식재산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향토지식재산은 지방화와 세계화를 연결시키는 고리입니다.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 지역에 내재된 지식, 기술, 문화야말로 세계 속에 우리를 빛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초 자산이자 차별적인 사회적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21세기 한국이 처한 양극화, 고실업률, 고령화 및 저성장이라는 현실을 볼 때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기존의 산업정책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역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향토지식재산의 산업, 교육, 문화, 복지 등 다원적 기능에 착안하여 향토지식재산의 공유 및 융복합, 전문 창업창작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킬 수 있는 지식공유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향토지식재산은 그 특성상 지역사회가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창업과 사업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는 대상이자 최선의 전략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토자원조사의 그동안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향토자원이라함은 지역에 소재하는 유무형의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향토자원조사는 강원도, 경기도 등 여러 광역단체와, 남해군, 시흥시, 영암군, 포천시, 함양군, 전주시 등의 기초자치단체, 그리고 행정안전부와 같은 중앙정부 등에서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향토자원조사가 1회 단발성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지속성이 없고 가치증진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이용측면이 거의 고려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유형의 향토자원위주로만 조사되어 무형의 전통지식, 공유지식 및 경험지식 등 향토지식이 배제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최근 <함양 농산어촌 유토피아사업> 마스터플랜에서는 <함양 향토지식정보센터 설립운영사업>이 정식으로 포함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특정대학이나 특정기관의 단순연구용역이나 하드웨어사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지역 VALUE-UP(향토지식재산화)과 지속적인 다양한 지역공동체 VALUE-CHAIN(플랫폼 및 산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효과적인 지역일자리 경제창출과 그를 통한 교육, 문화, 관광, 복지 등 다원적 기능확보가 가능하며,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의 정체성 및 향토 자긍심을 높이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캐릭터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을 위한 실현방안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먼저 첫 번째로 지역사회(지자체, 특성화고, 지역대학, 청년, 장년 등)를 중심으로 향토지식 서포터, 향토지식 크리에이터, 향토지식 프로듀서(PD) 등 지역인력을 양성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로 그들이 중심이 되어 기존의 발굴조사된 향토지식자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시효성있는 다양한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지속적인 향토지식 발굴조사 및 DB구축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기존의 민간보유중심의 ‘향토지식발굴조사데이터’를 재정비하는 일입니다.
네 번째로 그동안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단체(ESG기업, 대학 포함)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유지식 및 관련지식재산을 추가 조사발굴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향토지식 재창조 및 지역일자리 경제를 지원하는 ‘향토지식정보센터’의 설립, 운영이 요구됩니다.
인천광역시 캐릭터
앞에서 다섯 가지 실현방안을 예로 들어주셨는데, 구체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지역 캐릭터를 3D캐릭터, 만화, 로봇으로 개발하거나 IOT와 결합된 지역상품이나 관광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 등이 있습니다. 이는 특수한 계층만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중심이 된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애향심 고취와 더불어 지역의 향토지식유산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과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K팝, K드라마, K무비, K뷰티, K아트, K푸드 등 한류의 잠재적 산업가치에 다양하고 실효성있는 글로벌 스마트 상품으로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를 통해 그동안 선진국을 따라 배우기만 했던 우리가 이제는 충분히 다른 나라를 가르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듯이, 앞으로 ‘향토지식 재창조사업’이야말로 전국민과 함께하는 거국적인 글로컬 국민운동으로 확산되길 희망합니다.
이 운동이 ‘거국적 글로컬 국민운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시나요?
‘향토지식 재창조운동’은 당연히 거국적인 글로컬 국민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이 운동이 이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시대의 사명이자 절실한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으로 도약한 우리나라의 또 다른 차원의 성공사례야말로 수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바람직한 모델이자 희망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전례없는 지속가능한 성공사례를 이어나가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 누구나 해야 할 사명이자 책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향토지식 재창조운동’에 디자이너 등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실합니다. 지식재산 영역을 취급하는 변리사와 창조영역을 담당하는 디자이너의 긴밀한 콜라보만이 이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든든한 예산 뒷받침만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같습니다.
이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며 인터뷰를 마치고 싶네요.
“Think globally, Act locally!”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엑스포디자인브랜딩, 황종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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