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29
당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 미술인은 누구인가? 피카소, 고흐, 샤갈, 앤디 워홀 등 대부분은 남성 작가 이름으로 대답할 것이다. 1971년 미술사가 린다 노클린이 “왜 이제껏 위대한 여성 미술가가 없었는가?”라는 의문을 제시한 이후 ‘페니미즘’ 미술사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여성 미술가의 과감한 예술활동이 펼쳐지게 되었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레베카 호른(Rebecca Horn)’이다. 하지만 그녀는 페니미즘에만 국한되는 작가가 아니다. 당시 파격적이었던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와 영화 외에 설치미술, 사운드, 문학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장르를 불문하는 실력가였다. 이번 ‘레베카 호른’전은 자유롭고 솔직하게 쓰여진 작가의 일기이며 국내 최초로 로댕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취재 ㅣ 김민혜 기자 (mhkim@jungle.co.kr)
독일 최고의 여성 미술가라는 수식어를 가진 그녀이지만 아직 국내에서 그녀의 이름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1944년 독일 미켈슈타트에서 출생한 레베카 호른은 1960년대 후반 함부르크 미술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으나, 1970년대 초반부터 퍼포먼스, 설치, 조각, 영화 등 다양한 형식을 자유롭게 실험하고 영화, 문학, 장르적 경계를 뛰어 넘어 포스트 모더니즘의 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녀의 작품은 파리 퐁피두센터, 런던 테이트 갤러리를 비롯해 1993년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의 회고전 등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소개되었으며, 1986년에는 카셀 도큐멘타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기 퍼포먼스이다. ‘베를린 연습-에필로그를 포함한 8개 퍼포먼스 다큐메이션(1974~75)’이라는 영상을 통해서 그녀가 전하는 대화를 받을 수 있다.
레베카 호른의 작업은 초기 퍼포먼스에 이어서 극영화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1978년 ‘데어 아인탠저’ 를 필두로 1981년 ‘라 페르디난다’, 1990년에 ‘버스터의 침실’ 이라는 이름으로 작가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세 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버스턴 침실’은 192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영화 배우 ‘버스터 키튼’을 찾아 헤매는 여주인공 ‘미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신병동 의사로 등장하는 버스터 위주로 기이한 정신병동 환자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보여준다. 실제로 작가는 버스터 키튼에 매료되어 그의 또 다른 오마주를 발견하고자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104분 동안 상영하는 장편 영화이지만 등장인물의 독특한 표정연기 때문에 집중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그녀의 설치 미술들이다. 1980년대 이후 작업한 모터로 움직이는 기계 설치작업과 더불어 버스터 키튼을 추모하는 ‘시간은 흐른다’ 대형 설치작업은 작가의 생각이 담긴 상징적인 오브제를 통해 그녀만의 오로라를 풍긴다.
개념미술과 함께 현대 포스트 모더니즘의 한 방향을 보여주는 그녀의 전시는 공식을 외워도 풀기 힘든 수학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하지 않아도 된다. 로댕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강연회와 하루에 두 번 무료 설명을 해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강연회>강연회> ◦ 6월 2일 오후 2시: 강영주(서울대 강사) *강연회 신청방법: 이메일 접수 rodin@rodingallery.org/날짜,이름,이메일 기재 참가자들은 ‘레베카 호른’전시 무료로 관람 <전시설명 프로그램-관람객을 위한 도슨트 작품설명>전시설명> ◦ 매주 2시, 4시: 무료전시설명 (주말 3회-11시, 2시, 4시) ◦ 매주 수요일 12시 30분: 직장인 대상 전시설명 <로댕갤러리 음악회> 로댕갤러리> ◦ 6월 14일 오후 7시: Tribute to 존 콜트레인 & 웨인 쇼터 김지석 콰르텟 ◦ 6월 28일 오후 7시: Tribute to 슈베르트 소프라노 강이현, 첼리스트 김재헌 |